파티게임즈 재감사 진행 중인 회계법인에 ‘재감사보고서 제출기한 앞당겨 달라’ 요구한 서면 등장
유준원 대표가 이끄는 상상인그룹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주가 방어를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 출신 박 아무개 변호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한때 시총 2500억 파티게임즈 ‘고의상폐’ 의혹 끊이지 않는 이유
박 변호사와 유준원 대표의 동행은 코스닥상장사 파티게임즈의 무자본 M&A(인수·합병) 사건에서 포착됐다. 범LG가 3세 구본현 씨가 모다와 그 자회사 파티게임즈를 무자본 인수해 장악하고 횡령‧배임 등을 저지르는 과정에 구 씨 측 채권자로 상상인그룹이 있었고, 이후 박 변호사는 구 씨 측 채무를 대납하고 모다와 파티게임즈의 최대주주가 됐다. 모다와 파티게임즈 투자자들은 구 씨 일당이 박 변호사에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유준원 대표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한때 시가총액 2500억 원에 달했던 파티게임즈는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투자자들은 구 씨가 떠난 이후 회사를 장악한 박 변호사가 고의로 파티게임즈의 상장폐지를 유도했다는 ‘고의 상폐 의혹’을 제기한다. 파티게임즈 소액주주 대표 이 아무개 씨는 “회사의 운명이 달린 재감사 기간에 박 변호사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맞지만, 박 변호사는 알짜 자회사를 마음대로 활용하기 위해 상장폐지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소액주주 강 아무개 씨는 “회사가 유일한 자금원이나 다름없는 비엔엠홀딩스 매각을 시도(2019년 1월)한 이유는 매각대금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기 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박 변호사는 실소유주가 된 이후 회사의 게임 개발과 전혀 관련 없는 CIO(최고투자책임자)를 선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모바일 게임 ‘아이러브커피’로 인기를 누린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 파티게임즈는 2014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파티게임즈는 자회사 비엔엠홀딩스를 보유,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히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거래 플랫폼 아이템베이와 아이엠아이 등 알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파티게임즈는 2018년 3월, 2017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해 개선기간을 부여받고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여기에 파티게임즈는 2018년 반기보고서와 재감사보고서 또한 의견거절을 받았다. 한국거래소는 2018년 9월 21일 공시를 통해 파티게임즈 상장폐지 결정과 이에 따른 정리매매 개시를 공시했다.
이후 파티게임즈는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10월 5일 법원이 이를 인용하며 상장폐지일(10월 11일) 직전 정리매매 등 상폐 결정에 따른 후속절차가 임시 중단됐다. 그러나 거래소는 재항고심을 거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인용 취소 결정을 이끌어냈다.
파티게임즈는 본안 소송인 상장폐지 결정 무효 확인 소송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본안 소송에서도 패소를 거듭하고 있다. 파티게임즈는 2019년 7월 패소 이후 항소장을 제출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월 22일 소를 기각했다. 파티게임즈는 재항소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파티게임즈는 항소와 재항소를 거듭하며 거래소의 상폐 결정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투자자의 불신은 여전하다. 파티게임즈의 소송이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것. 투자자들은 “박 변호사가 2018년 재감사 기간에 회계법인에 파티게임즈 재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앞당겨달라고 청탁했고, 회계법인이 이를 받아들여 서둘러 재감사를 마무리 짓고 ‘의견거절’을 표명해 파티게임즈가 상장폐지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한다.
#직접 전화해 “재감사보고서 제출기한 앞당겨 달라” 청탁 정황
실제로 파티게임즈와의 재판 과정에서 삼정회계법인 측이 제시한 자료에는 2018년 재감사 당시 박 변호사의 돌발 행적이 담겨 있다. 파티게임즈는 재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은 이후 삼정회계법인에 대해 부실회계를 하고 부당이익을 취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삼정회계법인 법률대리인 태평양의 2018년 12월 4자 준비서면에는 “당초 이 사건 재감사보고서의 제출시한은 2018년 9월 28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채권자 회사(파티게임즈)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박 아무개는 2018년 9월 19일 저녁에 이 사건 재감사보고서의 작성책임자인 보조참가인(삼정회계법인) 소속 염 아무개 회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건 재감사보고서의 제출을 2018년 9월 21일로 앞당겨 달라고 요구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박 변호사가 직접 파티게임즈 재감사를 진행 중인 회계법인에 전화를 걸어 파티게임즈 재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을 오히려 앞당겨 달라고 청탁했고, 회계법인이 이를 승낙한 것.
삼정회계법인 측 법률대리인 태평양에서 제출한 준비서면. 2018년 9월 파티게임즈 재감사 당시 박 변호사가 삼정회계법인에 연락해 재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한 상황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당시 삼정회계법인에게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삼정회계법인은 재감사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 한국거래소에 감사기한 연장을 요청할 정도였다. 삼정회계법인은 2018년 9월 13일 한국거래소 공시부에 공문을 보내 “감사절차를 완료하는 데에 물리적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감사절차를 충분히 취할 수 있도록 9월 28일까지 최대한 연장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또 다수 미완료된 감사절차의 주요 내역을 알리며 ‘9월 말경 완료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파티게임즈 재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을 9월 28일로 연장했다.
또 앞서의 태평양 준비서면에는 박 변호사가 파티게임즈 제출기한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 근거에 대해서도 명시돼 있다. 서면에는 “채권자 회사(파티게임즈)의 모기업 모다 역시 본감사에서 의견거절의 감사의견을 받았던 탓에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해야 할 처지였는데, 모다는 재감사보고서를 9월 21일까지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라고 명시됐다. 박 변호사는 모회사 모다의 경우 재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연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자회사 파티게임즈의 재감사보고서 제출일을 앞당겨 모다와 맞춰야 한다고 삼정회계법인에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파티게임즈와의 가처분소송에서 제출한 참고서면을 살펴보면 박 변호사의 주장과 달리 모다의 재감사보고서와 파티게임즈 재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은 별다른 영향을 줄 상황이 아니었다. 모다의 재감사를 위해서는 파티게임즈의 재감사보고서뿐만 아니라 다른 자료들을 추가로 필요로 하는 데다가, 감사자료가 모두 제출됐다는 전제하에 최소 2주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한국거래소의 입장이었다. 즉, 파티게임즈 재감사보고서 제출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이미 예정된 모다의 상폐 관련 일정 변경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박 변호사가 주어진 시간까지 포기하면서 파티게임즈 재감사 일정을 당겨, 결론적으로 상장폐지를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피해 소액주주의 설명이다. 앞서의 소액주주 대표 이 씨는 “모다와 파티게임즈 실소유주인 박 변호사가 모다의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며 “그럼에도 모다 재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을 핑계 삼아 파티게임즈 제출기한을 앞당겨 상장폐지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파티게임즈는 2018년 8월 9일 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고, 재감사보고서는 제출하지 못했다”며 “거래소가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기업심사위원회를 9월 21일까지 열어야 했음에도 파티게임즈 재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을 9월 29일까지 이례적으로 연장해준 것은 (파티게임즈가 회생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파티게임즈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