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가 지났다. 여름 더위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흔히 이열치열을 꼽지만 가끔은 이랭치열해보는 재미도 필요한 법. 동해로 떠나 시원한 물회를 두루 섭렵해본다.
물회란 어부들의 ‘패스트푸드’였다고 전해진다. 일하던 중 빨리 그러나 든든하게 배 위에서 한 끼를 때우기 위한 비법. 그렇기에 물회엔 그 지역만의 특색이 고스란히 함축돼 있다. 물회 재료의 조건이 ‘그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많이 잡히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동해 최북단 고성에서 양양을 지나고 다시 동해시(묵호)에서 경북 영덕에 이르기까지 우리 땅의 동쪽 바다를 따라가며 시원한 물회밥상을 만나본다.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 ‘서퍼들의 성지’로 불리며 그야말로 ‘힙 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죽도해변은 수심이 완만하여 파도가 해안가 쪽으로 잘 들어와 서핑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게 알려지면서 부산, 제주도와 함께 대한민국 서핑 3대 스팟이 됐다.
죽도해변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서핑을 가르치는 서퍼로 활동하는 황병권 씨는 죽도해변 토박이다. 그가 한참 서핑을 즐기는가 싶더니 바다 속으로 들어가 한 움큼 들어 올린 것은 바로 째복. 째복은 민들조개의 이곳 방언으로 가리비, 홍합, 명주조개에 비해 푸대접을 받아왔지만 요즘엔 다르다. 바로 째복물회가 별미인 걸 알아챈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째복을 잡으며 놀았다던 그는 째복을 손질하다가 두 개를 맞잡아 깨고서는 드러나는 째복 살을 곧장 입으로 가져가곤 한다. 어머니가 텃밭에서 기르신 채소를 가져다 몇가지 썰어내고 갓 잡아온 민들조개(째복)를 얹어 초고추장과 얼음만 넣으면 금세 물회 한 그릇이 완성이다.
서핑을 마친 뒤에 든든히 배 채우기에는 째복 물회만한게 없단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