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 모델들 불러놓고 돈 쓰기 경쟁, 위너는 ‘조만장자’ 조 로우…큰손들 대결 부추기는 클럽들 ‘1000% 뻥튀기 술값’ 짭짤
억만장자 혹은 조만장자와 같은 슈퍼리치들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고급 승용차를 몰거나, 개인 제트기나 초호화 요트를 타고 세계 여행을 다니거나, 혹은 고가 미술품을 수집하면서 취미 생활을 즐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사실 건전한 편에 속한다. 때로는 다소 도를 넘는 방법으로 부를 과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돈을 불살라 버리듯이 하룻밤에 술값으로 수억을 탕진하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작가이며 전직 패션모델인 애슐리 미어스는 최근 출간한 르포 형식의 책 ‘VIP: 글로벌 파티에서의 지위와 미녀’에서 이런 세태를 고발하고 있다. 18개월 동안 전 세계 유명 회원제 클럽을 드나들면서 취재했던 미어스는 ‘샴페인 전쟁’을 집중 소개하면서 그들만의 은밀한 세계를 폭로했다.
생트 로페즈의 호화 나이트클럽인 ‘레 카브 듀 로이’. 조 로우는 하룻밤 ‘샴페인 전쟁’에 260만 달러(약 31억 원)를 쓰기도 했다. 사진=레카브듀로이닷컴
100만 달러(약 12억 원)짜리 생일 파티, 바다에 띄운 초특급 요트, 그리고 4만 달러(약 4800만 원) 상당의 샴페인 등등. 오늘날 뉴길드 시대(새로운 도금 시대)에서 세계의 돈 많은 부자들은 과소비를 통해 부를 자랑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과시가 도를 넘을 때다.
미어스는 부자들의 매혹적이면서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쓰라린 뒷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 이른바 ‘모델과 샴페인’의 세계에서 18개월을 보냈다. 뉴욕, 햄튼,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의 나이트클럽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것을 생생하게 전달한 미어스는 책에서 나이트클럽과 레스토랑들이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어떻게 젊은 여성들을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프로모터들에게 어떻게 돈을 지불하는지 상세히 소개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남자 손님들이 이성을 잃고 ‘샴페인 전쟁’과 같은 일종의 ‘의식’에 막대한 돈을 쓰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미어스는 특히 파티에 초대된 젊은 여성들은 남성들의 지위를 높여주고, 결과적으로는 클럽 사장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신 여성들은 자신들의 자산, 즉 몸을 공짜 술과 바꾸거나, 또는 부유하거나 부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남성들을 만나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기회와 바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어스의 표현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비록 이 여성들은 파티에서는 귀중한 고객으로 대접받지만, 장기적인 관계 측면에서 볼 때는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곤 한다. 그들의 몸은 남성들의 돈을 통해 끊임없이 평가받기만 할 뿐이다.
이처럼 유혹이 넘치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진기한 장면은 ‘샴페인 전쟁’을 통해 절정에 달하곤 한다. 2010년 여름, 생트 로페즈의 호화 나이트클럽인 ‘레 카브 듀 로이’에서 열린 파티에는 몇몇 유명인사들이 얼굴을 비쳤다. 이 가운데는 말레이시아의 조만장자인 조 로우도 있었으며, 그의 옆에는 힐튼 가문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도 있었다.
나이트클럽광인 로우는 돈을 펑펑 쓰는 데 있어서는 전선절인 인물로 통했다. 보통 한 번 클럽에 나타났다 하면 최소 1만 달러(약 1200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달러(약 1억 원)까지 너끈히 쓰곤 했다. 한번은 맨해튼 클럽에서 하룻밤에 16만 달러(약 2억 원)를 술값으로 지불하고 가기도 했다.
때문에 로우가 떴다 하면 그 지역의 클럽 주인들이 흥분하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뉴욕의 한 클럽 관계자는 “모두가 그를 왕처럼 대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사치스러운 선물을 사주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힐튼과 함께 ‘레 카브 듀 로이’를 찾았던 그날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 패션모델들을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흥에 겨워 즉흥적인 게임을 시작했다. 상대는 당시 클럽에 있던 뉴욕의 부동산 갑부인 윈스턴 피셔였다. 둘은 서로 누가 더 샴페인을 많이 주문할 수 있는지 경쟁을 하기 시작했으며, 당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소위 ‘동부 대 서부 샴페인 전쟁’이라고 불렀다.
조 로우(왼쪽)와 패리스 힐튼.
양측은 질세라 점점 더 비싸고 사치스러운 샴페인을 주문하는 식으로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한쪽에서 100만 원 상당의 샴페인을 주문하면 다른 한쪽에서 질세라 1000만 원 상당의 샴페인을 주문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고조되면 가장 쾌재를 부르는 쪽은 다름 아닌 클럽 측이다.
나이트클럽 사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탕 마시고 노는 파티의 시작을 알리면서 흥을 북돋운다. 가령 주문한 샴페인 병들은 모델들이 일렬로 서서 배달하는 ‘샴페인 기차’에 의해 테이블로 전달된다. 이때 샴페인 병들은 폭죽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클럽 안에는 흥겨운 음악이 쿵쾅거리면서 흘러나온다. 그러면 클럽 안에 있던 매력적인 젊은 여성들은 하나둘 샴페인을 주문하는 부자들의 테이블로 몰려들기 시작하고, 이렇게 분위기는 더욱 더 고조된다. 이런 과정은 현재 전 세계 나이트클럽에서 복제되기 시작했으며, 많은 클럽들이 이런 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날 밤의 승리자는 로우였다. 그리고 그날 밤 클럽에서 술값으로 지불된 비용은 총 260만 달러(약 31억 원)였다.
미어스는 이 터무니없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것은 슈퍼리치들의 낭비벽과 방탕한 생활을 소개하는 놀라운 사례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미어스는 나이트클럽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은밀한 거래에 대해서 “프로모터 담당자들은 젊은 모델들을 도시의 핫플레이스로 데려오기 위해 그들에게 돈을 지불한다. 이러한 젊은 여성들의 존재는 부자들의 원시적인 본능을 자극하게 된다. 바로 최대 1000%의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술을 구입하도록 부추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최근 몇 달 동안은 갑작스런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파티 비즈니스가 주춤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미어스는 ‘데일리비스트’ 인터뷰에서 “이처럼 엄청나게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잠시일 뿐”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지난 불황 때부터 관련된 조사를 실시한 미어스는 “당시는 2012년이었고 나는 부자들의 술값 지출에 대한 자료와 미술품 시장의 가격을 조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만 해도 아직 전 세계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이런저런 제약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부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를 과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불균형이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다시 한번 첨예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로우 같은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돈을 낭비할까. 이에 대해 미어스는 “그저 ‘기분이 좋아서’라고 말한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소비를 하면서 많은 즐거움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클럽 문화 때문에 생긴 즐거움은 아니다.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에서도 부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이런 류의 ‘빅맨’ 쇼를 펼치곤 했다. 누가 더 큰 잔치를 벌이는가, 누가 더 많은 돈을 쓰나, 누가 더 많은 음식을 낭비할 수 있는가와 같은 식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학자이자 전직 패션모델인 애슐리 미어스는 18개월 동안 전세계 유명 회원제 클럽을 드나들면서 이곳에서 벌어지는 ‘샴페인 전쟁’을 집중 취재해 책으로 출간했다.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클럽이다. 미어스는 “클럽들은 고객들이 도덕성을 잠시 잊고 과도한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이런 상황을 다루는 데 능숙해졌다”면서 “그들은 사람들을 부추기고, 경쟁을 부추기고, 지위를 상징하는 요소들을 제공하는 데 정말 능숙하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성을 잃을지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로우와 같은 소위 ‘고래’라고 불리는 큰손 고객들은 흔치 않다. 때문에 클럽들은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일반 VIP 회원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가령 부유한 사업가들이나 큰손을 흉내 내고 싶어 하는 남성 관광객들이다. 이들은 보통 하룻밤에 최소 2000~4000달러(약 240만~500만 원) 정도는 쓰겠다는 약속을 하고 클럽을 방문한다. 일종의 기본요금인 셈이다. 그러면 클럽은 그 대가로 손님들의 테이블에 여성들을 제공해줄 것을 약속한다.
미어스는 이에 대해 “사람들은 그런 서비스를 ‘모델과 술병’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만약 그날 밤 클럽에 있던 여성들이 패션모델만큼 아름답다면, 남성 고객들이 술값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는 뜻이다”라고 소개했다.
때문에 이들은 클럽을 방문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나름의 급을 매겨 놓았다. 미어스는 “취재 결과 클럽을 방문하는 여성들에 대한 흥미로운 유형별 분류가 있었다. 최상위에는 광고에서 한번쯤 보았을 법한 인지도가 높은 현역 패션모델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대형 기획사 소속은 아니지만 모델로 활동하고 있거나 혹은 이제 막 모델 일을 시작한 신인이 있다. 아니면 아직 기획사와 계약조차 하지 못한 모델들도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패션모델이 아닌 일반 여성들이 있다. 다만 이런 여성들은 대개 조명이 어두워지면 모델에 버금가는 비슷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성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취재를 시작했을 때 미어스의 나이는 서른두 살이었다. 때문에 그는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 나이를 듣고는 입을 떡 벌리고 깜짝 놀라곤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턱이 바닥까지 떨어질 정도로 놀라워했다. 이런 곳에 있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미어스는 이곳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장식품’ 정도로만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 프로모터는 미어스에게 “아, 제대로 이해를 못했나 본데 당신이 작가라서 클럽에 초대한 게 아니라 섹시하니까 초대를 한 거예요”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했다.
미어스는 “밤마다 흥청거리는 이곳에서는 부의 양극화 시대의 골치 아픈 이면이 낱낱이 드러난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이런 부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성차별, 인종차별에 대해 반성해 볼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생파’에 슈퍼스타 총집결…전설의 ‘나이트클럽 큰손’ 조 로우 큰손 조 로우(왼쪽)는 한때 결혼설까지 돌았던 미란다 커(오른쪽)에게 시가 800만 달러(약 96억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선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말레이시아의 갑부인 조 로우는 돈을 펑펑 쓰는 데 있어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통했다. 나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측근으로 1MDB라는 국가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돈방석에 앉은 그는 이 과정에서 수조 원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수배 대상에 올라있다. 마하티르 총리가 재집권하면서 나집을 비롯한 그 일파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시작되면서 현재 중국에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큰손이었던 그는 나이트클럽 세계에서는 왕과 같은 인물이었다. 한 클럽 관계자는 “모두가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확실히 몰랐지만,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친절했으며, 사람들을 존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마무시한 ‘큰손’이었다. 그는 예쁜 여자들을 좋아했고 돈을 잘 썼으며, 유명인사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고 소개했다. 사정이 이러니 당시 도시의 유흥 문화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클럽 사장들이 로우에 대한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 간청할 정도였다”고 말하면서 “그는 유흥업소들 사이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가령 로우는 2012년 자신의 서른한 번째 생일을 맞아 라스베이거스 역사상 가장 와일드한 파티로 알려진 생일파티를 열기도 했었다. 이 파티에는 알리샤 키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카니예 웨스트, 킴 카다시안, 패리스 힐튼, 브래들리 쿠퍼 등이 참석했다. 또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케이크에서 튀어 나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등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할리우드 사교계에서도 로우는 꽤 유명한 인물로 통했다. 특히 디카프리오와의 친분을 과시했던 그는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투자했으며, 피카소와 바스키아의 오리지널 작품을 선물하는 등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그림의 가격은 각각 328만 달러(약 39억 원)와 920만 달러(약 110억 원)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디카프리오에게 그는 말런 브랜도가 ‘워터프론트’로 수상했던 오스카 트로피를 60만 달러(약 7억 원)에 구입해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11년 카다시안의 결혼식 때 전달한 선물도 화제였다. 당시 그는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32만 5000달러(약 4억 원) 상당의 흰색 페라리를 선물로 안겨주는 통큰 씀씀이를 보여주었다. 또한 한때 결혼설까지 돌았던 미란다 커에게는 시가 800만 달러(약 96억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선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현재 로우는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에서 45억 달러(약 5조 원)를 개인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으면서 국제 사교계에서 은퇴한 상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혐의가 모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