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일본 ‘입 찢어진 여자’가 원조, 1990년대 한국 거쳐 중국·대만으로…근래에는 가짜뉴스에 도시전설 묻혀
입 찢어진 여자를 모티브로 한 일본의 공포영화. 국내 출시 제목은 ‘나고야 살인사건’이다.
만약 “예쁘지 않다”고 말하면 어떨까. 답변에 화가 난 여자가 흉기로 아이를 살해하고 만다. 어느 쪽이든 소름끼치는 건 마찬가지다. 도망을 가도 소용없다. 여자는 100m를 6초에 주파하는 괴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소문을 종합해보면 여자는 긴 머리의 미녀로,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다닐 정도로 ‘부자’라는 설정도 있다. 무서운 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존재하지만, “성형수술 실패로 여자의 입이 흉측해졌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괴담과 함께 퇴치법이 떠돌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포마드”를 세 번 외치면 입 찢어진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는 것이다. 또 “포마드 자체를 던지거나 뿌리면 그 냄새에 못 이겨 여자가 패닉 상태에 빠지고 달아날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왜 하필 포마드일까. 다름 아니라 “여자의 성형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당시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서”라고 한다. “냄새가 너무 역한 나머지, 여자가 고개를 휙 돌리다 수술도구에 입이 찢어졌다”는 후문이다. 포마드가 여자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인 셈이다.
지금 들으면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코웃음 칠지 모른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은 그 시절, 어린 학생들은 진짜인 줄 알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심지어 어른들마저 믿으면서 사태는 커져만 갔다. 몇몇 학교는 아이들에게 ‘무리 지어 하교하라’는 가정통신문을 만들었으며, 행인을 입 찢어진 여자로 착각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차가 출동하는 사건도 있었다.
민속학자 이이쿠라 요시유키는 “관련 소문이 처음 돌았던 것은 1978년 12월 초”라고 밝혔다. “기후현의 농촌에 사는 노파가 마당 한편에 있던 화장실에서 입 찢어진 여자를 보고 혼절했다는 이야기가 시초”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듬해 1월 지역신문에 실린 바 있다.
영화 ‘나고야 살인사건’의 한 장면. 1978년 시작된 ‘입 찢어진 여자’ 괴담은 이후 한국을 거쳐 중국, 대만까지 퍼졌다.
괴담의 빠른 확산에는 언론도 한몫했다. 신문, 잡지는 물론 당시 전성기였던 심야라디오에서도 곧잘 ‘입 찢어진 여자’를 언급한 탓에 나날이 그 악명이 높아졌다. 그러던 것이 1979년 8월 소문은 거짓말처럼 수그러들었다. 다만 강렬한 캐릭터는 모두의 기억에 남아, 대표적인 ‘도시전설’로 자리 잡게 된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1990년대 한국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한다. 이른바 ‘빨간 마스크’ 괴담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괴담이 유행했다”는 점이 특색 있다. 여기에 마스크 색깔도 달라졌다. 왜 빨간 마스크가 된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피를 많이 흘려 마스크가 빨갛게 변한 것”이라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이후 ‘추억의 괴담’은 인터넷의 발달로 다시 한 번 부활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정보 공유가 쉬워진 것이 배경이다. 도시전설을 소개하는 블로그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서적들도 출판됐다. 뭐든 인터넷을 통해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시대였다. 덕분에 괴담은 국경을 넘어 해외로까지 삽시간에 전파됐다.
2004년 또 다시 한국에서도 빨간 마스크 괴담이 유행했으며, 중국과 대만에도 퍼져나가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중국의 경우 예전부터 “요괴는 직진밖에 못한다”는 미신이 있어선지 “모퉁이를 돌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더해졌다. 한국은 파란 마스크, 노란 마스크 등 다양한 변종이 탄생하기도 했다.
흔히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사실처럼 떠도는 이야기’를 ‘도시전설’이라 부른다. 아주 황당무계하지 않아 어쩌면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과거에는 주로 “친구의 친구가 겪었던 일”이라며 구전을 통해 전파됐다. 그 가운데는 사회적 불안감을 요괴에 투영시킨 것들이 많았다.
민속학자 이이쿠라 요시유키는 “이에 비해 근래에는 요괴가 나오는 도시전설이 많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대신 불안감을 현실 속의 사람에게 투영하는 이야기가 늘고 있다. 주로 정치적 괴담이 많은데,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비슷하다고 한다.
요시유키는 그 원인 중 하나로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을 꼽았다. 일례로 특정 사이트를 보는 사람들의 의견은 균일하게 통일되어 가며, 다른 쪽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또 진위를 따지지 않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것만 믿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존재조차 모호’한 요괴 도시전설이 썩 흥미로운 대상은 아니다. 어쩌면 미래가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에서 확실한 것에만 의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매달리는 것이 정작 도시전설을 뛰어넘는 가짜정보, 가짜뉴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고 요시유키는 덧붙였다.
우연일까 악연일까 ‘일본의 징크스 2020’ ‘자(子)’가 들어간 해 일본 정권교체 확률. 사진=TV도쿄 ‘지나친 도시전설’ 얼마 전 일본 지상파 채널 TV도쿄가 ‘지나친 도시전설 2020’을 방송해 관심을 모았다. 방송에 의하면 “일본 정치계에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고 한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그런데 ‘자(子)’가 들어간 해에는 정권이 자주 교체됐다. 실제로 전후 일본 총리 6명 중 5명이 그해 교체됐으니, 확률은 무려 83%다. 최근 정치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 과연 경자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7월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사상 초유의 연기 결정이다. 사실 내년에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 이러한 가운데 1940년 취소된 도쿄올림픽이 세간에 화제다. 일본은 1940년 아시아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 개최권을 모두 가져왔지만, 중일전쟁의 여파로 개최권을 반납하고 만다. 80년 전에도 중국과의 악연(?)으로 올림픽 개최에 차질을 빚었던 것. 그리고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공략이 수렁에 빠진 곳은 공교롭게도 우한이었다. |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