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의정부 바둑경기장으로 이전 추진…1945년 조남철의 한성기원 이후 16번째 이사
1968년 8월 개관한 관철동 회관. ‘관철동 시대’ 26년은 단단하게 기반을 내린 한국바둑이 급속하게 성장한 시기였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1967년 2월, 당시 정계 실세였던 이후락 씨가 한국기원 4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신임 이사장이 가장 먼저 손을 댄 일이 한국기원 회관 건립사업이었다. 부지 선정부터 건설업체까지 지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그는 나중에 한국기원 초대 총재에 취임했고, 사단법인을 재단법인으로 변경했다. 종로3가 관철동 회관은 1968년 8월에 개관했다. 이렇게 ‘관철동 시대’가 열렸다.
#관철동과 홍익동은 ‘바둑 명당’, 50년 이어진 영광
대지 90.4평, 건평 368평, 지상 5층의 회색 건물. 관철동 한국기원은 1968년 종로에선 최신식 건물이었다. 당시 이를 견학한 일본 프로기사들에 부러움을 샀다. 그때까지도 일본기원은 소박한 2층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극을 받은 일본기사들도 새 건물을 짓겠다며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였다. 전직 총리까지 나서 후원금을 모은 끝에 현 일본기원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올렸다. 9층으로 설계했다. 면적은 관철동의 4배 정도였다. 1971년 완공했다. 원래 도쿄에서 약간 외곽이었다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요지가 됐다. 중앙선 이치가야역이 5분 거리다. 매입 당시보다 땅값만 300배가 넘게 올랐다고 한다. 지대 상승이 나중에 일본기원 재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관철동 회관은 이후 26년 동안 한국바둑의 영광과 회한을 함께했다. 단단하게 기반을 내린 한국바둑은 급속하게 성장했다. 김인 시대가 열렸고, 조훈현-서봉수가 이곳에서 지겹게 싸웠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조치훈의 소식으로 가끔 건물이 흔들렸다. 1988년 조훈현이 포문을 연 세계대회 제패는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까지 맥을 이었다. 1990년 초반 숱하게 열린 이창호-조훈현 사제 도전기는 관철동 마지막 명승부였다. 이사 직전에 프로기사는 122명, 직원이 38명, 연구생이 51명이었다.
1994년 10월 5일 한국기원 홍익동 회관 이전 기념식. 사진=한국기원 제공
1994년 9월 29일, 현 홍익동 회관으로 이사했다. 대지 368평, 건평 857평, 지상 4층(건립 당시) 건물이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기증했다. 이사 직후 조남철 선생은 “한성기원을 설립하고 열다섯 번째 이사다. 기원을 옮길 때마다 팬이 늘고 천재기사도 출현했다. 앞으로 중국, 일본보다 훌륭한 한국기원 건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홍익동 이전은 이에 대한 전주곡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감회를 남겼다. ‘홍익동 시대’ 26년은 한국바둑 황금기를 관통한다. 이창호, 이세돌의 화려한 전성기를 그대로 흡수한 명당이었다.
#열여섯 번째 이사, ‘의정부 시대’
최근 한국기원은 열여섯 번째 이사를 추진 중이다. 경기도 의정부시가 호원동 옛 600 기무부대 철수 부지에 건축 면적 2500㎡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바둑전용경기장을 세운다. 다양한 대회장을 운영하고, 국가대표 연구실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원 사무국까지 이전한다고 알려졌다. 바둑계에선 이미 기사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친 사안이다. 의정부시도 적극적이다. 작년부터 TF를 구성해 한국기원 회관 유치를 진행했다. 올해 7월엔 바둑경기장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최종보고회까지 마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의정부시는 경기장을 건립한 후 대회 개최를 통한 관람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기원 전경. ‘홍익동 시대’ 26년은 이창호 이세돌이 활약한 한국바둑 황금기를 관통한다. 사진=사이버오로 제공
의정부 신 회관 이전 소식을 접한 프로기사들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대국 환경이 나아진다는 점에선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20대 젊은 프로기사들은 “당장 대국장이 집에서 멀어진다. 서울을 떠나 의정부 한국기원 근처로 이사해야 할까? 교통 환경이 좀 걱정된다”는 등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40~50대 기사들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지켜봐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세부사항은 프로기사들이 함께 논의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특히 이전 과정에서 나오는 재정적 부담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이 많았다.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은 일요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전은 잘 추진되고 있다. 바둑경기장은 이르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약 3년 정도 준비 기간이 있다. 의정부시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여러 가지 지원 안에 관한 조례 제정까지 검토 중이다. 한국기원도 이에 발맞춰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프로기사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대국하고, 바둑팬들이 편하게 찾아 관전할 수 있는 훌륭한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