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주체사상 아직 믿나”…이 “태, 남한 이해 부족해”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색깔론으로 공방을 벌였다.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와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첫 질의자는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었다. 태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80년대 후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으로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이력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과거 북한에서 (제가) 교육받을 때 ‘전대협 조직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을 맹세한다’고 가르쳤는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이에 “전대협 의장인 제가 매일 아침 김일성 사진을 놓고 충성 맹세를 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했다?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며 “과장된 이야기”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태 의원은 “1990년대 후반 김정일은 남한을 적화통일 시켜보겠다고 간첩을 내려보내서 소위 지하당 조직 복구 활동을, 그때 내려왔던 간첩이 쓴 책 ‘아무도 나를 신고하지 않았다’를 읽어본 적이 있느냐”며 “339페이지, 이 후보자의 내용이 맞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후보자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해당하는 것”이라며 “저에게 사상전향을 묻는 것은 아무리 청문위원으로서 묻는 거라고 해도 온당치 않다”고 받아쳤다.
태 의원은 “이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봤는데, 언제 어디서 또 어떻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지를 못했다”며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다. 신봉자가 아니다’라는 공개 선언을 한 적이 있느냐”라고 추궁했다. 이어 태 의원은 “나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왔을 때 첫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쳤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아무리 의원님이 저에게 청문위원으로 사상전향을 물어본다고 해도 그건 온당하지 않은 질의”라고 맞섰다.
이 후보자는 “의원님께서 전향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남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응수했고, 태 의원은 “사상검증이라는 그 말이 싫으냐”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두 사람의 설전이 이어지자 다른 의원들도 말을 보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출신인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통일부 장관 후보에게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는 질문을 하느냐”라며 “이는 국회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석기 통합당 의원은 “과거 후보자가 김일성 전 주석의 사상을 추구한 전대협을 추구한 전대협 회장을 한 만큼, 주체사상을 묻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태 의원에 힘을 실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