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초 시판” 조건부 허가 노려…SK ‘효과 확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협력 주목
#코로나19 백신 선두주자 3국
EU(유럽연합)는 코로나19 치료에 렘데시비르 사용을 조건부 승인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정보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즈’에 공개된 코로나19 관련 임상 연구 진행 중인 치료제 및 백신은 7월 23일 기준 약 2734개에 이른다.
2000여 건의 연구 가운데 진척을 보인 곳은 영국·미국 그리고 중국 등이다. 7월 20일 미국 CNN은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과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인체에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옥스퍼드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1, 2차 주사 이후 28일 이내 항체 반응과 14일 이내 T세포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 등이 침투했을 때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고,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해 면역을 키운다.
부작용은 피로와 두통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주사 부위 통증, 근육통, 약간의 오한과 열감 등을 제외하면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영국을 필두로 백신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같은 날 의학전문지 랜셋은 20일 중국의 칸시노 바이오가 만든 백신과 미국의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앤테크의 백신도 체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잇따른 희망적인 소식에 WHO 관계자는 “연구진이 백신 개발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백신 사용이 내년 초쯤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백신의 안정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영국 연구진들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연구의 대상은 건강한 18~55세 1077명이라며 백신의 효력이 노인이나 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유효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시행된 연구 역시 아직까지 중증환자에 대한 효력은 확인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산 치료제, 연내 생산 목표
우리나라는 백신보다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7월 23일 기준 총 13건으로 치료제 11건과 백신 2건이다. (주)제넥신과 국제백신연구소는 6월부터 백신 임상시험에 들어갔으나 아직까진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치료제의 경우 제2상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등 백신 개발보다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제2상 임상시험은 약의 유효성과 적정용량 등을 탐색하는 단계다. 7월 23일 기준 임상 2상에 돌입한 개발사는 크리스탈지노믹스, 종근당, 대웅제약, 신풍제약,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등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대웅제약은 이미 허가된 ‘카모스타트’ 성분 의약품을 이용해 약물 재창출을 하는 방식을 선택해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오는 9월, 크리스탈지노믹스는 12월 2상 임상 완료가 목표다.
부광약품은 애당초 오는 8월까지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10월로 한 차례 미뤘다. 부광약품은 B형 간염치료제인 레보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임상시험 설계를 변경하면서 10월 완료 목표도 미지수다. 부광약품 측 관계자는 “환자 모집 등 현실적 어려움 등이 있었으나 현재 8개의 기관에서 활발하게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연내 신약 생산을 목표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판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른바 조건부 허가를 노리는 것이다. 조건부 허가는 중대한 질병 치료제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치료보다 임상적 유의성이 클 때 임상 3상을 추후 진행하는 조건으로 의약품 판매를 우선 허가해주는 제도다. 이 경우 제2상 임상시험까지만 완료해도 시판이 가능하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경우 7월 제1상 임상시험을 승인받고 완료 시점을 12월로 잡았다. 최근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9월 본격적인 제품 생산이 목표”라고 했다. 제품 승인 전 재고 확보를 넉넉히 해 긴급사용 승인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올해 혈장치료제, 내년 항체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1일 “혈장치료제의 경우 18일부터 임상시험용 제제 생산이 시작된 상황으로 8월 중 생산이 완료돼 임상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신 확보 얼마나 얼마에 가능할까?
13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서 코로나19 완치자들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혈장 공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쟁탈전은 이미 시작됐다. 그렇다면 한국은 백신을 얼마나 구할 수 있을까. 또 소비자는 어느 정도의 가격에 백신을 구매할 수 있을까. 미국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에 연구비 12억 달러(1조 4000억 원)를 투자한 대가로 초기 물량을 공급받기로 했고 일본도 백신 확보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의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백신 물량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3자간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협력의향서의 주요 내용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공평한 글로벌 공급과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역량 강화, 국내 물량 확보 노력 등이다.
가격은 미정이다. 다만 최근 모더나와 화이자를 비롯한 일부 개발사는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백신으로 이윤을 남기겠다”고 밝혔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앞서 미국 기업 등과 백신 보급 계약을 체결할 때 병당 가격을 5000원 정도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5000원보다 비싼 가격에 체결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3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시장에 본격적으로 합류함으로써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백신 후보물질을 공급받아 생산한 백신 일부는 국내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쓸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0.001% 확률’ 치료제 개발,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최근 미국 바이오제약사 모더나가 자사 백신이 임상 1상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관련 주가가 폭등하는 등 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이 보였으나 각국 전문가들은 이와 달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당시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 1상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임상은 백신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었다. 임상 1상 성공이 의미하는 바가 의학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임상시험은 시판 허가 전 3단계와 시판 후 임상시험까지 포함해 총 4단계로 구분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의약품으로 시판되는 비율은 전체의 약 0.001~0.0001%밖에 되지 않는다. 즉 임상시험 과정에서 좌초되는 경우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임상약리시험이라고 불리는 제1상 임상시험은 안전성 확신 및 백신으로서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20명 이상의 건강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최대 투약용량을 결정한다. 약의 효능보다는 약이 흡수되는 과정과 부작용을 보는 단계다. 상황에 따라 1a, 1b로 구분해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제2상 임상시험부터 본격적으로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 치료효과를 탐색한다. 구체적인 약의 효과와 적정 용량을 찾는 것을 목표로 수백 명의 피험자를 시험 대상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해당 질병을 앓고 있는 경증 환자 등이 동원된다. 이 단계에서 전체 시험 제품의 67%가 떨어지고 33%만이 제3상 시험에 임할 수 있다. 제3상 임상시험은 허가의 핵심이 되는 단계로 미국 FDA(식품의약신문] 이르면 연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를 만나볼 수 있다. 백신 연구는 국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영국·미국·중국 연구진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인체에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WHO(세계보건기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는 백신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해 세계적 기대감을 모았다. 다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쯤 그리고 얼마에 코로나19 치료제 혹은 백신을 살 수 있을까. 위 단계를 통과하면 FDA에 신약판매승인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다. 승인까지 걸리는 기간은 통상 6~10개월이다. 약이 정식으로 시판된다고 해도 개발사는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FDA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제4상 임상시험이라고 한다. |
혈장치료 VS 항체치료 원리는 같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의 방법에는 혈장치료와 항체치료, 이렇게 두 가지가 쓰이고 있다. 원리는 동일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다만 방법이 다르다. 혈장치료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혈장을 대량으로 수집하여 코로나19 중화항체를 농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완치자의 수혈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치료제의 원료가 혈장인 만큼 생산비용 자체는 높지 않으나 기증자 혹은 헌혈자가 없다면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가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항체치료는 중화항체 자체를 생산해내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가장 뛰어난 중화능력을 가진 항체를 선별하고 그 항체 유전자를 삽입한 세포 자체를 배양한다. 이렇게 되면 완치자의 혈액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아도 중화항체를 대량생산해 낼 수 있다. 다만 혈장치료에 비해 생산비용과 개발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제 ‘CT-P59’를 개발 중에 있다. |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