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김광진 전부 매각 등 다주택자 8명 전원 처분 중…경실련 “2차 권고 만에 이행돼 한편으론 안타까워”
7월 2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해 12월 16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에 “수도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6개월 이내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시한 내에 부동산을 처분한 이는 대상자 8명 중 한정우 홍보기획비서관 1명에 불과했다.
이에 노 실장은 7월 2일 다시 한 번 “법적으로 처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인사는 한 달 내에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매각하라”며 대상이 되는 참모 전원과 면담했다.
6월 말 기준 청와대 다주택자 대상자는 12명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이호승 경제수석이 이름을 올렸다. 또 강민석 대변인,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김광진 정무비서관, 박진규 신남방·신북방비서관,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도 다주택자였다.
7월 31일 현재 노영민 실장이 권고한 한 달의 기한이 지났다. 노 실장 본인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고향인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초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려 했지만 ‘청와대도 강남불패를 부추긴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아파트 두 채를 모두 매각, 무주택자가 됐다. 노 실장의 반포 아파트는 매물로 나오자마자 매수경쟁 끝에 바로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조원 수석, 이호승 수석, 강민석 대변인, 여현호 비서관, 김광진 비서관도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에 대한 매각 의사를 밝혔다. 특히 김조원 수석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를 한 채씩 보유, 청와대 참모 중 유일하게 강남3구 다주택자였다. 하지만 최근 부인 명의의 잠실 아파트를 처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호승 수석도 성남 분당구에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처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규 조성재 윤성원 비서관은 최근 인사개편으로 청와대를 떠나 대상자에서 벗어났다. 윤성원 전 비서관의 경우 보유하고 있던 서울 논현동 아파트와 세종시 소담동 아파트 중, 세종시 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됐다. 세종시 아파트는 공무원 특별공급제도를 통해 분양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진 비서관은 다주택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두 채의 주택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진 비서관은 공직자 재산공개 목록상 광주 서구 풍암동 아파트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2분의 1 지분으로, 1가구 2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김 비서관은 7월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방배동 아파트의 경우 배우자가 결혼 전부터 처제와 2분의 1씩 지분 가지고 있던 것”이라며 “2017년 관련 지분을 전부 매도해 실제 소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 아파트가 재건축 중이어서 완공 때까지 서류상 등기이전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 아파트는 배우자와 자녀가 거주하는 실거주 아파트지만, 방배동 아파트가 등기 이전되기 전까지는 2가구(주택)로 오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가족이 뜻을 같이 해서 광주 아파트도 매각하기로 했다”며 “다만 광주는 실거주 상태라 전셋집을 구하고 이사를 하는 문제로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양해를 구했다.
여현호 비서관은 서울 마포와 경기 과천에 아파트를 한 채씩 가지고 있는데, 과천 아파트는 조합원 입주권으로 전매제한이 걸려 있어 올해 12월이 돼야 매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왼쪽)과 황덕순 일자리수석. 사진=연합뉴스
김거성 수석, 김외숙 수석, 황덕순 수석은 주택 매각 의사에 대해 그동안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거성 수석은 본의 명의로 서울 은평구 다세대주택과 경기 구리시 교문동 아파트를 갖고 있다. 은평구 단독주택은 현재 재건축 중으로 분양권이라 전매제한 탓에 처분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외숙 수석은 본인 명의와 배우자 명의로 각각 부산 해운대구와 경기 오산시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황덕순 수석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로 충북 청주시에 아파트 두 채와 단독주택 한 채를 보유 중이다.
일부 참모들이 주택 처분 권고 시한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향후 부동산 정책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다주택 매각 권고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로 여겨졌기 때문.
하지만 권고 마감 시한인 7월 31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다주택 보유자는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택을 처분했거나 처분 중에 있다”며 “8명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처분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번에 밝힌 다주택자 참모는 기존에 알려진 김조원 김거성 황덕순 김외숙 수석, 여현호 비서관 외에 이지수 해외언론비서관, 이남구 공직기강비서관, 석종훈 중소벤처비서관 등 8명이다. 윤 수석은 “언론에 일부 수석의 처분 의사가 없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됐지만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와대는 이들 다주택자들에 늦어도 8월까지는 주택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의원은 “청와대 참모들의 주택 매각 권고를 모두 따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 의지를 보여준 만큼 민주당도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문제를 지적해오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1차에 이어 7월 2차 권고 만에 다주택 매각이 이행돼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다. 그 사이 서울 부동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졌느냐”며 “청와대 참모들이 집을 팔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부동산 정책 실행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