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개입·정의연 의혹 등 지지부진…야 “정권 눈치” 여 “무리한 수사 부메랑” 분분
윤석열 검찰총장이 8월 4일 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진행하며 지난 1월 송철호 울산시장, 한병도 의원(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소환조사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며 임 전 실장 등 나머지 피의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4월 총선이 끝나고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 4월 23일 열린 송철호 시장 등 13명의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대략 수사(마무리)에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수사에 재시동을 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총선 이후 4개월이 다 되도록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추가 조사는 물론 기소 여부에 대한 결론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회계부정, 안성 쉼터 건물 매입·매각 과정, 개인계좌 후원금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즉각 수사에 들어갔다. 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을 밝힌다며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피해자 쉼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후 수사 상황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석 달째인 현재도 기초 사실관계 작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윤미향 의원은 한 차례도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윤미향 의원 측 관계자는 “검찰 등에서 소환조사 일정조율 등 수사와 관련해 따로 연락 온 것이 없다”고 전했다. 정의연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일부 보도들이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수사에 나선 검찰의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1조 6000억 원대 피해를 끼친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핵심 피의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민주당 현직 의원에게 현금과 고급양복 등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권과의 연루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 역시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를 둘러싸고 무수한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서울중앙지검에선 수사 확대를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검언유착’ 사태를 촉발시킨 신라젠 비리 사건 역시 서울남부지검은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언론에서 제기된 신라젠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치권 연루에 선을 그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부(부장검사 양인철)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외압 무마 의혹 사건을 지난 1월 배당 받았지만, 최근에야 당시 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 측은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진행 중인 사안의 수사 상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8월 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검찰이 대대적으로 시작했던 여권 인사들 연루 사건의 지지부진한 수사 상황을 두고 여야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야권에서는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후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느라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한 중진 의원 말이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싶어도 여당이 힘을 믿고 버티고 있다. 몸통이 명확하고 증거가 다 확보돼 있는데, 핵심 인사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거부하고 있다. 여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손발이 다 잘린 상태다.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대립을 다 알고 있지 않느냐. 수사 주체인 일선 검사들은 인사를 앞두고 있다. 일선 수사팀들이 추미애 장관의 직접 하명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닌지 의심까지 든다.”
여권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윤 총장은 여권과 각을 세우면서까지 원하는 수사를 다 하지 않았느냐. 여권 눈치를 보며 수사를 멈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당초 이러한 의혹이 제기됐을 초기부터 반박을 해왔다. 그럼에도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사건이 안 되는 건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8월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밝혔다. 정권 핵심을 겨냥한 수사를 하다 제지를 받고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작심 발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관련기사 윤석열 “독재” 작심 발언 부른 법무부발 ‘검찰개혁안’ 후폭풍).
윤 총장의 정치적 발언에 민주당은 분노를 표출하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7월 5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윤 총장이 독재와 전체주의를 언급할 자격이 있느냐”며 “이제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