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초기 주주·제주맥주 대주주 등 사실 아냐…방송 활용 100만원짜리 그림 복제본 판매 논란도
카걸과 그녀의 남편 피터 박이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유재석과 조세호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카걸 채널 캡처
카걸은 ‘영국 공작 파티’에 초대받았다는 일상을 공유했다.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의 공장을 견학하고 맥라렌 창업자 딸이 직접 가이드를 해주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어떻게 맥라렌 딸이 직접 공장 투어 가이드를 했냐?’는 질문에 카걸 측은 “테슬라 초기 주주여서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를 두고 한 언론에서는 ‘주식 1% 산 테슬라 대박 나 6300억 원 생긴 한국인 부부의 급이 다른 일상’이란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피터 박을 오래 알고 지낸 자동차 전문기자 A 씨는 “피터 박이 테슬라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테슬라 주식을 샀다는 당시 그의 모습을 생각해 봤을 때 한 10주 정도 갖고 있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카걸과 피터 박도 8월 5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테슬라 1% 보유설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터 박은 “테슬라 설립 초기 엘론 머스크 옆집에 살았는데,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등록금 정도를 투자하게 됐다”며 “1% 매입은 인터넷에서 너무 와전된 거다. 더 갖고 싶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카걸은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제주맥주란 맥주 회사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고 유튜브에 공개한 바 있다. 이 말에 또 다른 언론은 ‘카걸은 국산 수제맥주인 제주맥주 대주주로 알려져 화제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맥주 대주주는 따로 있었고, 제주맥주가 개인 자격으로 투자 받은 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였는데 1인당 200만 원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피터 박은 탑기어코리아 대표로 알려졌지만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탑기어코리아 라이선스는 천재교육이 갖고 있다. 탑기어코리아는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대표가 있지 않다. 천재교육 한 관계자는 “천재교육 직원들이 피터 박이 탑기어 대표라는 얘기에 황당해 했다”고 전했다. 피터 박은 탑기어 유튜브 채널 외주 PD로 알려졌다. 천재교육은 최근 피터 박과 계약을 해지하고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구독자 사이에서 카걸 채널은 ‘어나더 레벨’로 불렸다. 사진=카걸 채널 캡처
또 다른 자동차 전문기자 B 씨는 “카걸 남편인 피터 박은 유명한 자동차 블로거다. 피터 박이 캘리포니아 살 때 차를 너무 좋아해서 자동차 기자들이 출장 가면 픽업을 해주고 영어 통역을 하기도 했다”면서 “돈이 많은 건 사실이 아니다. 유튜브로 얼마나 모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기자들 사이에서 피터 박은 꽤 알려진 인물이다. 2010년쯤부터 피터 박이 자동차 블로그에서 왕성하게 활동했기 때문이다. 피터 박을 아는 자동차 전문기자들은 그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지 않았다.
앞서의 A 기자는 “자동차 전문기자들 대부분이 피터 박에 대해서 나쁘게 얘기하지 않을 것 같다. 성격도 싹싹하고 친절하고 호감 가는 성격이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고 회상했다. B 기자도 ‘성격 좋고 패기 넘치는 청년’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자동차 업계에서도 카걸 채널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최근까지도 ‘재력 과시가 지나치다’, ‘아니다’로 갈려 논쟁이 벌어졌다. ‘지나치다’는 입장은 소수였다. 대부분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려면 어느 정도 콘셉트가 있어야 하고, 하나의 콘셉트일 뿐’이라는 입장이 대다수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 C 씨도 “피터 박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그를 두둔할 사람이 많지, 비난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카걸과 피터 박에 대한 마음이 떠나게 된 계기는 마우리찌오 콜비 그림을 팔면서라고 알려졌다. 사진=프린트베이커리 캡처
피터 박에 대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한 건 마우리찌오 콜비 피닌파리나 수석 디자이너의 그림을 팔면서다. 카걸과 피터 박은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유재석과 조세호에게 ‘라페라리’ 그림을 선물했다. 카걸 부부는 선물을 전해주며 “마우리찌오 콜비 수석 디자이너가 그린 그림으로, 작가의 친필 성명과 고유의 넘버링이 뒷면에 기재된 단 499점만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그림은 1점당 100만 원씩 총 판매 규모가 5억 원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콜비가 그린 그림을 두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난센스’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B 기자는 “콜비가 업계에서는 알려진 인물이긴 하지만 꽤 과거 디자이너고 엄청나게 유명한 수준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팔고 있는 라페라리 그림의 라페라리는 콜비나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게 아니다. 이건 마치 YG 빅뱅 악보에다 윤종신이나 박진영 사인을 해서 팔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를 순수하게 좋아했던 피터 박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라고 말했다.
A 기자는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니다. 엔초 페라리가 그린 것도 아닌 자동차 디자이너의 그림, 그것도 복제본이 어째서 100만 원인지 의문이다. 콜비라는 사람을 자동차 업계 외 사람 누가 알겠나? 10만 원쯤 하면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C 씨는 “피터 박이 탑기어 외주 PD인 만큼 기자나 언론인들이 초대 받는 행사장 같은 곳을 다니는 건 어렵지 않다. 고급스런 수입차 행사장을 다니면서 마치 개인 자격으로 갈 수 있는 것처럼 꾸미기 시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은 이런 논란에 대해 카걸 채널에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