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공모주 대박으로 기대감 상승…하반기 빅히트·카카오게임즈 등 줄줄이 대기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을 것 같았던 증시는 지난 7월 SK바이오팜이 상장하면서 빠르게 회복됐다. SK바이오팜은 청약 경쟁률 323.02 대 1, 청약 증거금 약 31조 원으로 제일모직을 제치고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하며 증시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여기에 상장 첫날 공모가(4만 9000원) 대비 159.18%(7만 8000원) 상승한 12만 7000원까지 가격이 오르더니 상장 이틀째 16만 5000원(공모가 대비 236.73% 상승), 사흘째는 21만 4500원(공모가 대비 337.76% 상승)까지 치솟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신규 상장사가 3거래일 연속 가격 제한폭까지 주가가 상승한 것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었다. 공모주의 4배에 육박하는 시세 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주가 폭등으로 자사주를 배정받은 SK바이오팜 임직원들이 수십억 원씩의 대박을 터트렸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에는 카카오게임즈, 10월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상장을 앞두고 있어 동학개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IPO 공모주 투자열기에 기름을 부은 SK바이오팜에 이어 오는 9월과 10월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을 앞두고 있어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일요신문 DB
이 같은 열풍은 IPO 기업이 급증하는 현상으로도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8월 13일 기준으로 IPO를 진행한 기업은 50여 개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5개, 코스닥시장 39개, 코넥스시장 6개 종목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4개 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여파로 상반기 IPO 시장이 크게 위축됐던 것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현상이라고 증권가는 입을 모은다.
이 중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하반기 IPO 최대어’로 손꼽힌다. 설명이 필요없는 아이돌스타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이르면 다음달 공모절차를 진행한 뒤 연내 상장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에스엠의 영업이익 합계보다 많다는 점을 고려해, 상장 후 기업가치가 3조~5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둔 카카오게임즈는 9월 1~2일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다. 카카오게임즈의 총 공모주식 수는 1600만 주로,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2만 4000원이다. 이에 따른 예상 공모금액은 3200억~3840억 원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가 1조 4641억~1조 756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덩달아 뜨는 회사도 있다. 방준혁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이 그 주인공으로,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두 회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과 친인척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방준혁 의장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25.04%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주식 평가액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그는 카카오게임즈에도 5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5.64%를 확보했다. 지분 가치는 최소 850억~최대 1130억 원 정도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지·카카오뱅크의 상장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현재 IPO 일정이 진행 중인 카카오게임즈 외에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 중이다. 웹툰이나 웹소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계열사로, 최대 5조 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는 아직 상장 주간사를 선정하지 않았지만 상장 계획은 공식화한 상태다. 현재 기업가치가 10조 원 정도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커머스 등도 상장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의 성공적인 상장 이후 잇따라 10여 개 계열사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2차전지 관련 소재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SK케미칼의 자회사로 백신 전문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주간사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이들 외에도 2020년 치킨프랜차이즈 전문 업체 교촌에프앤비, 태광실업, 바디프랜드 등이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대어급 IPO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증권가는 돈이 넘쳐나고 있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 청약대금과 증거금 등 수십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공모주 확보에 성공한 자금은 물론 청약에 실패해 환불된 자금도 증시에 남아 재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IPO 시장에 유입된 자금을 통해 전체 주식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다 공모주 청약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공모주 펀드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자인 자산운용사는 일반투자자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어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펀드에 가입하면 거액의 증거금이 필요하지 않아 소액으로도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의 경우 경쟁률이 가장 낮았던 SK증권조차 1억 원의 증거금이 있어야 16주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펀드 물량이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보다 많기 때문에 펀드를 통한 공모주 투자가 더 유리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