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 대놓고 새우깡 홍보, ‘텔레그나’ 중소기업 지원사격 순기능…이젠 뒷광고 말고 ‘앞광고’ 대세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싹쓰리의 멤버인 이효리가 앉아서 무심코 과자 새우깡을 집어먹는 장면이 나왔다. 명백한 PPL이다. 이 과자는 비가 메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그들은 제작비를 벌겠다며 같은 브랜드의 과자를 덥석 집어먹었다. 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캡처
이는 최근 불거진 광고를 광고가 아닌 것처럼 속이는 ‘뒷광고’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대놓고 PPL임을 알리면서 솔직함을 강조하는 식이다. 뒷광고가 시청자들을 기만한 거짓말과 다를 바 없다는 거센 후폭풍은 이처럼 방송가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PPL, 재미있게 노출시켜라!
8월 23일 방송된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는 배우 김희선이 출연해 기존 출연진들과 ‘48시간 거짓말 안 하기’라는 콘셉트를 잡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집사부일체’의 일원인 배우 신성록이 “죄송한데요. 슬로건을 녹음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김희선에게 최신형 스마트폰을 들이밀자 또 다른 멤버 이승기는 “그런데 이거 형 거예요? 솔직해지기로 했는데?”라고 질문했다. 이에 신성록은 “PPL이에요”라고 말했고, 김희선은 갑작스러운 예능 출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드라마 홍보 때문에 나왔습니다”라고 가감 없이 외쳤다.
방송인 유재석이 이끄는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에게 퀴즈를 내고 맞히면 상금으로 100만 원을 전달한다. 이런 콘셉트에서 착안해 제작진은 광고임을 분명히 밝히며 “상금 벌고 올게요”라는 자막을 넣기도 한다. 퀴즈를 내고 맞히는 ‘자기님’에게 100만 원을 즉석에서 선물하는 콘셉트를 센스 있게 표현한 것이다. 유재석 조세호의 먹방도 PPL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진행자인 유재석과 조세호 역시 PPL을 긍정적으로 소화하는 데 힘을 보탠다. 최근에는 두 사람이 유명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 과정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조세호에 대해 설명하며 ‘세호야 입 벌려. 제작비 들어간다’라는 자막을 통해 PPL로 노출되는 제품임을 알렸다.
중요한 건, 이런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작비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극의 흐름을 거스르는 PPL을 억지로 넣기보다는 출연진과 협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 인상을 주는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중은 똑똑하다. 딱 봐도 해당 제품이 PPL인지 자연스럽게 노출된 것인지 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굳이 시청자들을 속이려는 듯한 인상을 주면 역효과가 난다”며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PPL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시청자들에게 보다 우호적인 느낌으로 노출시키려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 예능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텔레그나)은 아예 처음부터 PPL을 받고 이를 소개할 목적성을 띠고 있다. 방송인 유세윤, 양세형, 장도연, 김동현 등이 참여해 그들에게 주어진 PPL을 노출시키기 위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사진=SBS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 방송 화면 캡처
#PPL, 의미있게 노출시켜라!
SBS 예능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텔레그나)은 요즘 시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텔레그나’는 아예 처음부터 PPL을 받고 이를 소개할 목적성을 띠고 있다. 방송인 유세윤, 양세형, 장도연, 김동현 등이 참여해 그들에게 주어진 PPL을 노출시키기 위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다리미나 두피 마사지 기계 등을 소개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란에 관련 검색어가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텔레그나’는 밉지 않다.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대중의 반감을 살 수 있다. 하지만 ‘텔레그나’는 공익적 요소를 첨가했다.
유명 배우나 방송인이 참여하는 드라마나 예능에는 대기업 브랜드나 유명 제품이 주로 노출된다. 하지만 ‘텔레그나’는 건실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노출시킬 기회를 제공한다. 지방 농가를 찾아가는 등 서민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한다. 또한 PPL과 관련된 미션을 성공하면 그때마다 모은 성금을 기부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데 힘쓴다.
요리 연구가이자 이제 방송인이라 불러도 무방한 백종원 역시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SBS 예능 ‘맛남의 광장’을 진행하는 그는 이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손잡고 해남 왕고구마 300여 톤, 강릉 못난이 감자 30톤 등의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에는 통영 지역의 바다장어 물량 900여 톤을 소화했다. 그는 “장어를 손쉽게 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인프라를 생각해보자”며 바다장어 덮밥을 개발했고, 신세계그룹의 대형마트 이마트와 통합온라인쇼핑몰 SSG닷컴에서 판매된 ‘맛남의 광장 바다장어 무조림’은 엄청난 인기를 끌며 품절 사태를 빚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백종원이 정 부회장과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신세계와 관련된 유통망이 노출되는 것이 넓은 범위에서 보면 PPL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가 문제 삼거나 불편해하지 않는다”며 “결국 기획의 승리라 할 수 있다. 같은 사안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전혀 달리 보일 수 있다.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이들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이 같은 PPL은 더욱 활발하게 시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