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미 꺾인 상황 속 정부 지원도 없어…상품 다각화 전략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
그러나 정작 편의점 업계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다른 유통업체들처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형편상 오히려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해 생존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다. 이렇다 보니 타이어나 보험 판매 등 이전의 편의점이라면 생각하기 쉽지 않은 영역까지 손을 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편의점 업계가 판매 상품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GS리테일의 일반인 배달 서비스인 ‘우리동네딜리버리’. 사진=GS리테일 제공
BGF리테일의 CU는 2020년 추석선물세트 상품으로 오토 캠핑카를 내놓는 파격을 선보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늘어나는 캠핑족을 겨냥한 것이다. 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며 배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배달 가능 품목도 기존의 두배 이상 늘렸다.
GS리테일의 GS25도 배달 플랫폼인 ‘우리동네딜리버리’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하는 한편, 보험 플랫폼 ‘오픈플랜’과 함께 ‘홀인원(플랜) 골프보험’을 선보이며 핀테크(금융+기술) 영역을 확대했다. 여기에 더해 넥센타이어와 손잡고 ‘타이어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세탁 서비스 업체 ‘세탁특공대’와 함께 점포에 세탁물을 맡기면 집 앞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이 변화를 꾀한 것은 코로나19의 장기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정부 지원을 받는 다른 유통업들과 달리 편의점업체들은 정부 지원조차 없어 앞으로 더 걱정이라고 토로한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편의점업계가 고사 위기에 다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항 이용객이 뚝 끊기며 호텔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면세점의 경우 수개월 동안 매출 없이 임대료만 납부했지만, 지난 8월 말 정부의 ‘면세점 임대료 감면 정책’ 발표로 숨통이 트였다.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정부가 추진한 ‘대한민국 동행세일’로 이 기간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자에게 판촉비용의 50%를 의무분담시킨 규제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해주기로 하면서 대형 유통업체의 부담이 줄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편의점의 실적만 보자면 타 유통업체보다 우위에 있는 것 같지만, 복합적인 상황을 보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며 “편의점 업계는 성장 고점을 지나 정체기에 이르렀는데,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조건에서 정부 지원조차 없다.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고 소비자들이 기존의 유통채널(대형마트 등)로 돌아가면 편의점의 체력이 많이 약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편의점의 호실적은 코로나19 초기에 대형마트 방문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집밥족’이 늘기 시작하면서 1인 반찬과 신선식품 등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부터 30일까지 반찬류 매출이 7월 같은 기간 대비 45.7%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반찬 등의 판매량은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성장 정체기를 맞은 편의점 업계가 ‘생활 밀착형’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판매 상품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GS25 편의점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편의점의 실적 상승 추세는 다른 업종 대비 더딜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더욱이 편의점 업계 성장세는 이미 2018년 이후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전국 프랜차이즈편의점 수는 전년도와 비교해 2016년 12.5%, 2017년 12.9% 증가했으나 2018년 4.4%, 2019년 5.8%로 증가폭이 줄었다. 매출액 역시 2016년 18.2%, 2017년 9.6%, 2018년 8% 증가하다가 2019년 3.1%로 소폭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의 상품 다각화 전략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 상품·서비스를 출시하고 강화해 고객을 더욱 끌어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외부활동은 줄었지만 소비에 대한 욕구는 여전하기에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동덕여대 교수)은 “현재 포화상태에 달한 편의점이 다른 방향의 수익구조를 찾기 시작했다”며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배송의 거점이 되거나 풀필먼트(입출고·재고관리·배송 등 총괄 물류 서비스) 기능을 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 형태로 더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