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로 배송시장 본격 진출…‘쿠팡페이’ 등 사업 다각화로 수익성 개선 나설 듯
네이버가 신선식품 배달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이커머스 업계 1위 기업인 쿠팡의 대응 방안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실시간 화상으로 연결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디지털 뉴딜 관련 발언을 듣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네이버의 적수, 쿠팡이 꼽히는 까닭
네이버가 지난 8월 20일 ‘동네시장 장보기’를 리뉴얼해 선보인 ‘장보기’ 서비스는 신선·가공식품과 생필품 등을 한데 모아 판매한다. 그간 중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스토어’와 대기업 위주의 ‘브랜드스토어’를 통해 온라인 쇼핑 부문에서 급성장세를 기록한 네이버가 이번에는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신선식품 배송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GS리테일과 홈플러스,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공식 입점하면서 연합군이 만들어졌다.
네이버의 등장은 자체적으로 그룹 계열사 통합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인 ‘유통공룡’ 롯데(롯데온)와 신세계(SSG닷컴)는 물론,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 마켓컬리에도 적잖은 위협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1위 쿠팡과 네이버의 맞대결을 점친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쿠팡은 업계 선두주자인데다 구독경제 최초 도입 등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했다. 탄탄한 소비자 충성도가 쿠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며 “반면 네이버는 재래시장·오프라인 유통기업과 새로운 형태의 협업으로 세력을 강화하며 쿠팡의 적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양측의 AI(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 활용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도전을 받게 된 쿠팡의 최근 상황은 좋지 않다. 쿠팡은 언택트(비대면) 소비 급증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지만, 물류센터와 본사 등에서 연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일반인 프리랜서 배달원 ‘쿠팡 플렉서’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인천과 일산의 배송캠프를 폐쇄하기도 했다. 쿠팡의 최대 강점이던 특화배송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물류 자동화율이 40%를 밑돈다는 점에서 배송 문제를 안고 있다. 자동화율을 끌어올려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세계그룹 SSG닷컴의 경우 물류 자동화율이 80%에 달한다.
쿠팡의 재무상황 또한 좋지 않다. 지난해 기준 쿠팡의 부채총계는 3조 123억 원, 결손금은 3조 7591억 원에 달한다. 2014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누적 적자는 4조 원 규모다. 쿠팡은 그간 막대한 누적 적자에도 불구, 소프트뱅크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위워크 상장 실패 등으로 지난해 2분기 최초로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은 탓에 추가 투자 유치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투자 대상 기업이 적자에 빠졌다고 이를 구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쿠팡은 생존 전략은 다각화?
‘계획된 적자’를 강조하던 쿠팡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수익 창출 모델을 찾는 모습이다. 쿠팡은 이를 위한 초석으로 지난 1월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박대준 전 정책담당 부사장을 신사업부문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사업 분야의 의사결정을 간결하고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적자를 감수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쿠팡과 강력한 플랫폼 파워를 바탕으로 한 네이버쇼핑이 시장 지배력을 두고 전면전을 벌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계획된 적자’를 고수하던 쿠팡의 신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해졌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 사진=박정훈 기자
쿠팡 측에 따르면 현재 신사업부문이 담당한 신사업은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다. 지난해 8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쿠팡이츠’는 출시 1년여 만에 배달의 민족, 요기요와 함께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배달통을 밀어내고 사용자 기준 배달 앱 순위 3위에 올랐다.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지난 7월 PB 전담회사 ‘씨피엘비’를 설립했다. 쿠팡은 앞서 PB브랜드 ‘탐사’를 통해 생수와 화장지 등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식품 브랜드 ‘곰곰’, 의류 브랜드 ‘베이스알파에센셜’, 반려동물 용품 ‘꼬리별’ 등 10개가 넘는 PB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씨엘피비를 통해 생활용품 위주였던 PB상품 분야를 확장해 이마트처럼 생산에서부터 유통, 판매까지의 밸류체인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향후 쿠팡의 ‘신의 한 수’는 쿠팡페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지난 4월 1일자로 쿠팡의 결제서비스(쿠페이)를 담당하던 핀테크 사업부문을 분사해 쿠팡페이를 설립했다. 당시 경인태 쿠팡페이 대표는 “신설되는 핀테크 자회사는 고객들에게 보다 편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간편결제를 넘어 고객을 위한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를 시작으로 금융서비스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페이의 법인등기부를 살펴보면 쿠팡은 쿠팡페이 출범을 위해 지난 4월 전자상거래·전자결제 서비스업을 영위하던 하이엔티비를 인수했다. 자본금 30억 원 규모의 하이엔티비는 지난 4월 1일 쿠팡페이 주식회사로 상호를 바꿨고, 지난 4월 10일 기준으로 자본금이 66억 원 규모로 늘었다. 지난 7월 24일에는 사업목적도 전부 변경됐다. 8월 1일부터 쿠팡페이를 본격 가동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온 셈이다.
쿠팡의 이 같은 행보는 앞서 주목받은 네이버의 금융서비스 진출과 그 궤를 같이한다. 금융위원회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 발맞추겠다는 것. 실제로 쿠팡은 지난 7월 특허청에 ‘쿠팡페이 나중결제’ 상표를 등록했다. 나중결제는 소액 후불결제를 뜻한다. 금융위는 디지털금융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간편결제 사업자가 사실상 여신업을 일부 영위할 수 있는 소액 후불결제를 허가키로 했다.
쿠팡페이의 사업목적에는 ‘이동통신기기 대리점업’과 ‘인터넷 여행 중개업’, ‘음반 및 음악영상물, 영화 및 비디오, 게임 등 콘텐츠 제작업’도 포함돼 있다. 이는 자회사와 현재 영위 중인 사업을 활용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은 지난 7월 ‘로켓모바일’을 론칭해 기존 자급제 단말기 판매에서 휴대폰 대리점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같은 시기 동남아 인기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훅(Hooq)’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여행 자회사 ‘떠나요’는 2018년 당기순손실 10억 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당기순이익 16억 원을 기록해 실적이 개선됐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훅 인수 관련 내용이나 쿠팡페이 정관에 나와 있는 내용을 확인해드리기는 어렵다”며 “사업 계획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