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지회장 “직장내 괴롭힘으로 정신장애” 산업재해 불승인에 재심 청구…사측 “적법·합리적 인사 이동”
2016년 5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이마트 노동조합은 “노동시간 단축은 사기”라며 주35시간제의 실체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이종현 기자
지난해 3월 이마트 연수점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는 A 씨는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A 씨는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에 대한 이마트의 보복성 조치로 인해 정신장애를 앓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해 12월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장은 청구인에게 산업재해 불승인을 통보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재심사를 청구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 2017년 이마트는 15년 동안 캐셔로 일해온 A 씨를 검품부서로 전환배치를 했다. A 씨는 검품부서에서 일하는 2년 동안 동료 및 상사와의 갈등,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등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폐기해야 할 달걀을 삶아서 나눠주라는 지시나 하차장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매일 열어서 확인하라는 등의 부당한 업무 지시도 받았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결국 A 씨는 부서이동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장애를 진단받았다. 2019년 3월 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A 씨에게 적응장애, 공황장애를 진단했다. A 씨는 진단서를 제출하며 병가와 무급휴가를 신청했지만, 이마트는 지정병원 진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결국 2019년 4월 지정병원인 인하대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았고 ‘주요우울성장애’를 진단받았다. 앞서 2017년 9월부터 10월까지 A 씨는 이마트에서 진행하는 이케어(E-care) 프로그램을 신청해 총 6차례 상담치료를 받았다.
A 씨는 급작스러운 전환배치의 배경으로 노조 설립을 주도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A 씨는 이마트 연수점 노사협의회 노동자 대표로 활동했다. 하지만 노사협의회로는 사측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2016년 7월 이마트 연수점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산하에 25번째 지회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A 씨는 초대 지회장을 맡았다.
A 씨는 노조 설립 후 노사협의회 때 관철하지 못한 명절 연장근무 금지 요구 투쟁에 나섰다. 그로부터 5개월 만에 A 씨는 전환배치됐다. 앞서 노조 활동을 함께 한 4명의 직원도 부서가 변경됐다. A 씨는 “사측의 부서이동은 노조 간부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라며 “지회장이 된 이후에도 사측의 회유와 협박은 물론이고 감시와 관리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강지인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은 “A 씨의 전환배치에 대해 고과점수가 낮고 개인적 질병일 뿐이라는 사측의 주장이 근로복지공단에 받아들여졌지만, 사측은 해당 부서가 선호부서라고 설명하는 등 앞뒤가 맞지 부분이 있다”면서 “회사의 주장만을 인정해 정신적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점포 내부 인력 운용 형편에 따라 진행한 적법하고 합리적인 인사이동”이라며 “A 씨가 주장하는 노조 활동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 활동 방해는 부당노동행위라 법적 처벌을 받는데 사측에서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2016년 5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이마트 노동조합은 “노동시간 단축은 사기”라며 주35시간제의 실체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이종현 기자
앞서 이마트는 노조원들을 보복성 인사조치로 잡음이 일기도 했다. 2018년 1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는 이마트가 새로 설립된 이마트지부 수원·반야월·평택지회의 지회장과 사무장 등 14명을 소속 지점 내 다른 부서로 갑자기 발령냈다며 이마트 이갑수 대표이사 등 5명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조직적으로 노조에 가입한 직원을 미행·감시해 법정에서 유죄를 받은 적도 있다. 2014년 5월 서울중앙지법은 이마트 노동조합 탄압과 노조원 사찰 등에 가담한 혐의로 최병렬 전 이마트 사장과 윤명규 상무 등 이마트 임직원 5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최 전 사장과 윤 상무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임 아무개 팀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백 아무개 과장과 이 아무개 과장에게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