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 스포츠경영학 석사·EPL 경력 불구 탈락…전북현대구단 “면접까지 전 과정 블라인드 채용”
9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9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장관은 아들 서 씨의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에 대해서 “스포츠경영학을 공부했고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다. 굳이 청탁할 이유가 없다”며 “제 아이인 줄 먼저 알아보고 군이 방식을 바꿔 제비 뽑기로 떨어뜨렸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고 했다.
2020년 프로스포츠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현황에 따르면 서 씨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을 거쳐 올해 2월 전북현대축구단 사무국 인턴에 합격했다. 올해는 19개 프로스포츠 단체에서 총 83명의 인턴을 뽑았다. 정부는 구단에 인턴 월급 일부를 지원한다. 서 씨 월급 180만 원 중 130만 원은 정부 지원이다. 근무 기간은 2월부터 12월까지다.
서 씨는 추 장관이 말했던 것처럼 전북현대축구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서 씨가 스포츠업계에서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EPL 명문팀과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까지 누르고 합격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이 파악한 전북현대축구단 인턴 모집에는 8명이 최종면접자로 뽑혔다. 모집 인원은 2명으로 경쟁률은 4 대 1이었다. 다만 1월 21일 오전 11시쯤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전북현대축구단 사무실에서 열린 최종 면접에는 다른 구단 면접과 겹친 2명을 제외하고 6명이 최종으로 면접 시험을 치렀다. 면접은 지원자가 면접관 3명을 상대하는 3 대 1 면접이었다.
지원자 6명 가운데 석사 2명은 모두 탈락했다. 1명은 일반 석사도 아닌 유럽 유수의 프로축구단으로 직행할 수 있는 유럽 최고 스포츠경영학 전문석사였다. 그는 스포츠업계에서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EPL 명문팀과 일한 경력도 있다고 나타났다. 다른 석사 1명은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뒤 유럽에서 스포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이었다.
서 씨가 밀어낸 또 다른 2명 가운데 1명은 미국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스포츠경영학 학사를 취득한 뒤 외국 축구협회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EPL 명문팀 근무 이력을 가진 석사와 외국 축구협회 근무 이력이 있는 미국 최고의 스포츠경영학사가 서 씨에게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셈이 됐다.
최종 합격자 2명 가운데 서 씨를 제외한 또 다른 합격자 이력도 화려했다. 이 합격자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유명 스포츠 데이터 업체와 국내 한 대기업 정규직을 거쳐 전북현대축구단의 인턴이 됐다고 알려졌다.
서 씨의 전임자 이력도 화려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축구 빅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전북현대축구단 관계자는 서 씨에 대해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해 축구 업무의 이해도가 좋고 영어도 유창하다”며 “어떤 외압도 청탁도 없었다. 면접까지 채용의 전 과정이 블라인드로 이뤄졌다. 가족 사항은 채용된 뒤 알게 됐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최종 면접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정도의 문답 과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면접을 참가했던 한 지원자에 따르면 면접은 10분 정도 진행됐고 “왜 전북에 왔냐”, “뭐 공부했냐” 정도의 평이한 질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 지원자 면접 땐 영어 실력 확인 과정조차 없었다.
서 씨는 현재 전북현대축구단 홈경기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북현대축구단은 인턴이 정규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프로스포츠 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한 지난 2018년과 2019년 전북현대축구단도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모두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전북현대는 자체 인턴 채용을 낸 지난 2015년과 2016년, 2017년에는 인턴 총 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