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연임 금지안·안철수 영입 놓고 당내 갈등…‘당대표 원하나’ 주호영의 견제 시작 관측도
김종인 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일요신문DB
이날 의결된 정강정책 개정안 초안에는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방안이 있었다. 하지만 의원총회와 비대위 회의 등에서 일부의 극심한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방안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건 주호영 원내대표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를 찬성하는 비대위 소속 김현아 전 의원과 격론을 벌이는 걸 마다하지 않고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방안 반대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이제까지 개혁안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주 원내대표의 이런 행동에 당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103명 가운데 지역구 국회의원은 84명이다. 이 가운데 3선 이상을 지낸 의원은 총 24명이다. 3선 이상 의원 24명 가운데 가장 앞자리에 놓인 5선 의원은 주호영 원내대표다.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방안이 정강정책에 담기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 꿈을 가진 주호영 원내대표의 김종인 위원장 견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측근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당 대표에 도전한 뒤 경북도 지사 출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로선 당 대표에 도전하기 위해선 김종인 비대위 조기 종료 상황이 필요하다. 현재 당내에선 김종인 비대위의 임기 연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2021년 4월로 임기가 끝나긴 하지만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전당대회를 열기가 물리적으로 힘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러한 시나리오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주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방안 반대는 원내 중진의 뜻을 대변했을 뿐”이라며 “김종인 위원장과 당의 개혁과 관련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주 원내대표는 당 대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 사진=일요신문DB
비대위 안에서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방안을 두고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갈등이 한 차례 목격된 가운데 비대위 밖에선 또 다른 친이계 장제원 의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장 의원은 비대위가 닻을 올린 이후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장제원 의원은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관심 가질 필요없다”며 일축하고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해 “젊고 인물만 좋으면 되느냐”고 한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 “김종인 비대위는 텃세를 부리거나 배타적 수구적 당 운영을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일사불란한 1인 지배체제가 탄핵을 불렀고 ‘내 권한이니 내 뜻대로 하겠다’고 하면 사당화의 길로 빠지게 된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의 역사 속에서 1인 지배정당이 됐을 때 결국 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위기나 개혁 등 어떤 이유로도 1인 지배가 합리화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자신의 100일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 관련 질문에 “왜 안철수 씨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 다음 날 장제원 의원은 9월 15일 자신이 만든 국회 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안철수 대표를 초청한다고 알렸다. 장 의원은 “안 대표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유력 대권후보”라며 “특히 외연확장과 중도확장을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포럼에서 중도층에 확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안 대표가 강연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앞서 “반 문재인 진영 전체가 연대에 연대를 더해 대항해도 힘이 모자랄 판에 갈라 치고 선 긋고 문을 걸어 잠근다면 국민의힘이 아니라 ‘끼리끼리의힘’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한 장 의원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김종인 위원장과 마찰음을 내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은 친이계의 줄을 잡는 반면 초선들 사이에선 김종인 위원장 입지가 탄탄해 보인다. 부산시장 출마설이 도는 박수영 의원이 김 위원장의 대표적인 ‘우군’으로 꼽힌다. 9월 7일 박 의원은 홍준표 권성동 윤상현 김태호 등 ‘무소속 4인방’의 복당에 대해 “실질적으로 복당하신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하루 전 장 의원이 무소속 4인방의 신속한 복당을 주장한 걸 정면으로 받아친 셈이다. 장 의원은 9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를 해결해야 할 차례”라고 쓴 바 있었다.
박수영 의원의 경우 김종인 위원장에게 부산시장 출마 제의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박 의원은 출마에 대해서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출마 제의 제안에 대해선 “노코멘트”라며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언주 전 의원 등 전직 의원 다수가 부산시장 후보를 노리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이들보다 박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해졌다.
박수영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초선 모임 ‘초심만리’ 회원 11명은 김종인 비대위를 떠받치는 힘이 돼가고 있다. 초심만리 소속 회원 대부분은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막힌 국회의원 4연임 금지를 아예 법안으로 만들어 발의할 예정이다. 초심만리는 박 의원을 포함 구자근 배준영 서범수 유상범 윤주경 윤희숙 이용 전주혜 허은아 황보승희 의원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