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 단속 3년 만에 8배 증가…‘구글 검색→암호화폐 입금→던지기 수법’ 등 손쉽게 유통
최근 구치소에서 출소한 A 씨의 말이다. A 씨는 “구치소 안에는 각 범죄마다 묶어서 따로 방에 넣는다. 예를 들어 강력범죄면 강력방,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마약류 관리법 위반)은 향방 등으로 나눠 수감시킨다”면서 “그런데 최근 향방에 사람이 너무 많아져 향방에 수감시킬 인원을 강력방으로 넣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마약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2016년에 비해 2019년 마약밀수 단속은 8배 증가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차량을 개인에게 불법으로 대여해주는 ‘불법 개인렌트’ 업에 종사하는 B 씨는 최근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B 씨는 “차량을 회수한 뒤 검사하는데 조수석 쪽 구석에서 피 묻은 주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봤다. 정신이 없었던 것인지 차에서 마약을 하고 주사기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 같다”며 “요즘 마약이 많아 퍼지고 있다고 하는데 대놓고 주사기까지 목격하니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마약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A 씨나 B 씨의 말처럼 체험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관세청에서 발표한 연도별 마약밀수 단속 추이는 다음과 같다. 2015년 92kg, 2016년 50kg, 2017년 69kg에 그치다가 갑자기 2018년 362kg, 2019년 412kg으로 증가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2019년까지 3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마약류 사범 적발 추이도 증가 추세다. 2019년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1만 6044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외국인 마약류 사범도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했다. 밀수나 밀매를 담당하는 공급사범도 크게 늘어 1년 전에 비해 28.3% 늘어 4225명이 붙잡혔다.
이 같은 마약은 강남에서 흔히 목격된다고 한다. 강남 화류계 사정에 정통한 박 아무개 씨는 “화류계 아가씨들 가운데 마약에 손댄 사람이 꽤 된다. 이들은 마약에 중독돼 하루 번 돈을 그대로 마약 사는 데 쓰기도 한다. 마약 외에는 식사조차 관심이 없어서 삐쩍 말라간다”고 귀띔했다. 박 씨는 “가라오케 같은 유흥업소에서 반주만 나오고 노래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그 안에서 마약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만하다. 룸 안에서 몇 명이 모여 마약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2019년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던 버닝썬 사태에서도 마약이 얼마나 퍼져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2019년 버닝썬에서 영업담당(MD)인 조 아무개 씨는 대마를 흡입하고 필로폰과 엑스터시, 케타민, 해피벌룬이라 불리는 아산화질소 등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소지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20년 6월 항소심 재판부는 조 씨의 마약 소지, 투약 및 밀수입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그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조 씨는 다른 마약 사건 연루자인 황하나 씨와 이문호 버닝썬 대표 수사에도 협조해 각 사건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문호 버닝썬 대표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이 선고된 바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이문호 버닝썬 대표 역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2019년 11월 항소심에서 이 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가 범행의 온상이 될 여지가 다분한 ‘버닝썬’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유흥업소 등지에서 마약 범행을 저지른 일반 마약사범과는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 클럽 등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포함한 마약류를 약 10차례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버닝썬 사건처럼 화류계를 중심으로 클럽에 이르기까지 강남에서 마약은 상상 이상으로 넓게 퍼져 있다. 이렇게 퍼지다보니 마약에 손대는 연령층도 내려가는 추세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류 사범도 전년 대비 67.1% 급증했다. 고등학생 C 군은 “최근 여럿이 마약을 하고 약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친구를 보다 못해 나서서 말리다 폭행까지 하게 됐다. 그런데 폭행 정도가 심해 내가 더 큰 처벌을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마약을 워낙 쉽게 구할 수 있다 보니 고등학생이 마약을 하는 경우도 꽤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C 군의 말처럼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구글에 특정 키워드 몇 개만 입력하면 g당 가격까지 친절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입금하면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간다.
앞서의 박 씨는 “1~2년 사이 강남에서 마약이 퍼지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그러다보니 화류계에서 마약에 빠진 사람을 꽤 봤다. 마약하는 걸 말리면 폭력성을 드러내 말릴 수도 없다. 담배도 끊기 힘든데 마약은 오죽하겠나. 주변에 마약을 손댄 사람은 봤지만 끊었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안 건드리는 게 정말 최선이다”라고 조언했다.
구치소 생활을 한 A 씨도 “향방에 있는 사람은 다른 방과는 조금 다르다. 감기약이라도 코로 흡입해 마약 효과를 내려고 한다. 무조건 안 하는 게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