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 잘 안되다가 아예 시스템 이용 못해 두 차례 단체소송…코인제스트 측 “다운사이징 준비 중, 부활 노력”
한때 2위권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코인제스트가 문을 닫아 걸었다. 투자자들은 3차 단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지금처럼 문을 닫기 전에도 코인제스트는 출금이 안 되는 거래소로 유명했다. 돈을 입금했던 사람이 자신의 돈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코인제스트 문제를 증권회사에 비유하면 이렇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돈을 넣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번 넣은 돈을 출금 할 수가 없게 된다. 증권사 계좌 안에서 주식을 보유했다고 표시는 되지만 출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는 A 주식만 다른 증권사로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급전이 필요하거나 그나마 남은 돈이라도 건지려는 사람은 무조건 A 주식을 사야한다. 그러자 해당 거래소 안에서는 A 주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폭등한 가격으로 A 주식을 사서 다른 증권사로 보내봤자 A 주식의 시세는 3분의 1 이하에 불과하다. 거래소는 앉아서 3분의 2를 챙기는 셈이고 투자자들은 반대로 손실을 본다.’
코인제스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입금했던 돈을 찾을 수 없게 된 지 오래고, 한때 A 주식처럼 그나마 B 암호화폐만 다른 거래소로 보내는 게 가능했는데 다른 거래소에서 300원 정도이던 B 암호화폐가 코인제스트에서만 1000원까지 폭등한 일이 벌어졌다.
코인제스트는 출금이 안 되는 문제 때문에 대표이사가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2019년 10월 송희경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한 달이 넘도록 암호화폐와 원화 출금을 지연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전종희 코인제스트 대표를 불러 질타했다. 송 의원이 “코인제스트는 언제부터 출금 서비스를 재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전 대표는 “글로벌 플랫폼 교체가 완료됐다”며 “출금 재개를 순차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정감사 발언과 달리 약 1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출금은 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출금이 안 되는 이유로 세금 납부, 대여금 관련 문제 발생, 글로벌 플랫폼 출범 등 각종 사유가 등장했다. 그런데 2020년 9월 초 급기야 코인제스트는 거래소 시스템 자체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코인제스트는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플랫폼 규모를 줄이겠다(다운사이징)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거래소 문을 닫은 지 10일이 넘어가도 거래소는 열리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반적인 다운사이징 기간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현재 코인제스트 단체소송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 아무개 피해자 채팅방 대표는 “76명이 참여한 1차 단체소송은 5월에 접수됐다. 2차 단체소송은 5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코인제스트가 아예 거래소 문까지 닫자 피해자 방에서는 3차 소송을 진행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
최초 출금이 막히고 시간은 1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까지 출금이 되지 않으면서 코인제스트 논란은 쌓여만 가고 있다. 코인제스트는 일시적으로 거래량 1위까지 했던 거래소기 때문에 피해자가 많아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인제스트와 대주주인 한빛소프트 관계, 최근 한빛소프트가 전량 매각한 브릴라이트코인(BRC)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T3엔터테인먼트(T3)도 피해자들이 불만을 표하는 대상이다.
가운데 왼 쪽이 김유라 한빛소프트 대표, 가운데 오른쪽이 전종희 코인제스트 대표. 한빛소프트는 코인제스트 대주주였다. 사진=코인제스트 블로그
한빛소프트는 코인제스트 지분 25%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특히 김유라 한빛소프트 대표가 코인제스트 이사로 등재될 만큼 각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국정감사 이후 2020년 1월 한빛소프트는 코인제스트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2018년 1월 한빛소프트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브릴라이트는 암호화폐공개(ICO)를 하면서 550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한빛소프트는 국감 이후인 2019년 12월 브릴라이트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고 뒤늦게 알렸다. 2020년 연간 사업계획 발표에 브릴라이트가 포함돼 있었지만 사실 그 이전에 매각했던 것이다.
국감 직후 벌어진 한빛소프트의 블록체인과의 선 긋는 모습을 두고 투자자들은 비판이 거세다. ‘상장사가 투자한 거래소’나 ‘상장사가 만든 암호화폐’로 홍보하다 이제와 발을 뺀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한빛소프트 움직임의 배경에는 모회사인 T3의 상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3는 2019년부터 주관사를 선정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장 열풍에 힘입어 T3의 연말 혹은 내년 초 상장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T3가 상장하는데 코인제스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관련 잡음이 나올까봐 미리 정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분 정리만으로 T3는 책임을 벗어날 수 있을까. 신동희 법률사무소 한솔 변호사는 “T3가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상장예비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재무건전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 관련 회사의 소송 여부도 보긴 하지만 한빛소프트는 자회사인 만큼 결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코인제스트 이사로 등재된 한빛소프트 임원도 최근 제기된 횡령이나 배임에 가담했다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건 개인의 문제고 법인과는 별개로 봐야한다”고 답했다.
코인제스트 문제는 이미 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전종희 대표와 한빛소프트 측의 책임 여부까지 드러날 전망이다. 출금이 막힌 지 약 5개월 지난 2019년 12월 피해자들이 코인제스트 임원진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소 이후 아직 기소된 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변호사는 “일반적인 고소 사건은 3개월 안에 기소 여부가 나오는데 코인제스트는 약 10개월이 지난 상황임을 비춰볼 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는 것 같긴 하다”라고 답했다. 관련 수사가 길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답답함도 이어지고 있다. 코인제스트 관련 의혹은 수사를 통해서만 사실 관계가 드러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코인제스트 측은 “거래소가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플랫폼 다운사이징을 준비 중에 있다. 이에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코인제스트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나, 코인제스트는 부활을 위하여 끝까지 노력을 할 것”이라며 “원화 출금 문제 또한 반드시 해결해 나갈 것이며 임직원 모두 정책과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 중에 있으며 논의가 완료된 뒤 현재 활성화 중인 고객센터 게시판을 통하여 안내해 드릴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일요신문은 관련 의혹에 대해 한빛소프트 측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