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태도와 재범 위험성, 범행 수법 고려”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로 사고를 내고 가로막아 이송 중이던 환자를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사진=최준필 기자
검찰은 2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 심리로 열린 택시기사 최 아무개 씨(31)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와 재범 위험성,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해 징역 7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최초 조사 당시 ‘환자를 먼저 119로 후송했다’는 등 범행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조사가 계속되자 자백했다”며 “법정에 와서도 일부 범행에 본인의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씨가 2017년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적 접촉사고를 낸 전력을 거론하며 “당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더라면 이번 사건과 같은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씨는 지난 6월 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사설 구급차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사설 구급차 기사는 사고 직후 “응급 환자가 타고 있으니 환자부터 병원에 모셔다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최 씨는 “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10여 분간 구급차 앞을 막아섰다.
당일 최 씨의 방해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79세 폐암 4기 환자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쳐 상태가 악화해 숨졌다.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7월 초 택시기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최 씨는 구속기소됐다.
최 씨는 2017년 7월에도 한 사설 구급차를 일부러 들이받고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을 켜고 운행했으니 50만 원을 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또 2015∼2019년 6차례에 걸쳐 전세버스나 회사 택시, 트럭 등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접촉사고를 빌미로 2000여만 원의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챙긴 혐의도 있다.
검찰은 최 씨에게 특수폭행과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사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공갈미수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해 8월 14일 재판에 넘겼다.
최 씨는 최후 진술에서 “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양보하지 않고 사고를 일으키고, 보험금을 불법 편취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선처를 구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10년 넘게 대형 차량을 운전해오면서 정체구간에서 앞에 끼어드는 ‘얌체운전’에 나쁜 감정을 갖고 있었다”며 “의도적으로 돈을 갈취하려는 목적으로 사고를 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 씨의 선고 공판은 10월 21일 열린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