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우려 반면 신약 코로나 치료제로 사용 기대 커…신약 경제적 가치가 향후 주가 관건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충북 청주시에 있는 코로나19 관련 업종 수출기업인 신풍제약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풍제약은 지난 9월 22일 장 마감 후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 개발 과제를 위한 투자 자금 확보’를 이유로 자사주 129만 주를 2154억 원에 매각했다. 홍콩계 헤지펀드 세간티 캐피털이 절반을 사들였다. 자사주 매각이 이뤄진 날 신풍제약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4.21% 급락했다.
보통 자사주 매각은 시장에서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악재로 작용한다. 상반기 말기준 자산 3900억 원, 자기자본 2140억 원에 지난해 매출액 1900억 원, 영업이익 20억 원인 신풍제약은 올해 주가가 23배 이상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이 9조 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지주나 삼성화재보다 기업가치가 높다. 과열과 거품 우려도 상당하다.
하지만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도 적지 않다. 신풍제약 주가의 비밀은 자체 개발한 글로벌 신약 피라맥스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돼 이미 전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런데 이 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지난 7월부터 폭등하기 시작했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개발과 임상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좌절되는 사례가 많다. 임상은 막대한 자금도 필요하다. 피라맥스는 이미 신약으로 안전성을 입증받은 만큼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효과만 충분히 입증되면 된다. 말라리아 치료제의 수요는 제한적이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면 그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다. 현재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피라맥스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3상이 성공하면 엄청난 양의 제품을 생산해야 할 수 있다.
현재 신풍제약의 국내 생산설비는 안산공장이 전부다.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91%다.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받으면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번 자사주 매각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임상 2상 성공을 확신한 경영진이 임상 3상과 이후 증산 비용을 미리 마련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신풍제약은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 인기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전 1~2%대에 불과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9.5%대다. 지주사인 송암사를 제외하면 전 계열사가 제약에만 집중돼 있다. 매년 15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한다. 최대주주 일가는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피라맥스 외에도 다수의 신약을 개발해 해외에 판권을 수출했고, 해외 유수 제약사의 국내 첫 복제약 생산을 맡기도 했다. 연구개발과 생산능력을 모두 갖춘 셈이다.
결국 향후 신풍제약 주가 관건은 피라맥스의 경제적 가치다.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펀더멘털도 튼튼하지만, 현재의 가치로는 현 주가를 설명할 수 없다.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얼마나 충분한지에 따라 현재 9조 원인 기업가치는 고평가일 수도, 저평가일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