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 방탄국회 부정적 입장 우세…정정순 측 맞고발하며 진실공방 예고
21대 총선 유세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유세에 나선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총선이 끝난 이후 피소됐다. 정 의원을 고발한 이는 정 의원 선거 캠프 회계 담당자였다. 회계담당자는 선거에서 막중한 책임을 갖는다. 회계 담당자가 부정을 저지를 경우(벌금 300만 원 이상) 국회의원 당선은 무효가 된다. 통상 캠프 내에서 가족만큼 믿을 수 있는 이에게 회계 업무를 맡기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 의원과 캠프 회계 담당자의 갈등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청주 지역 복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 의원과 회계 담당자 김 아무개 씨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은 정 의원 당선 이후로 알려졌다. 청주 지역의 한 정치인은 “정 의원이 당선된 뒤 자연스레 논공행상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김 씨는 기존 약속했던 것보다 적은 보상이 논의됐다”면서 “이때부터 정 의원과 김 씨 사이가 악화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 씨가 정 의원을 고발한 건 6월 11일이다. 김 씨는 검찰에 회계 자료, 정치자금 및 후원금 내역, 휴대전화 녹취 파일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의원 선거사무실 압수수색과 동시에 김 씨 휴대전화를 정밀 분석했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자료만으로도 정 의원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정 의원 혐의 내용은 이렇다. 정 의원 캠프에 재직하던 정 의원 조카가 청주시 자원봉사센터 직원으로부터 상당구 거주 자원봉사자 3만 1000여 명의 개인 정보를 건네받은 것이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정 의원 캠프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확보한 자원봉사자 휴대전화로 선거운동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8월 14일 검찰은 정 의원 조카와 자원봉사센터 직원을 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정 의원을 정 의원 조카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3만 1000건에 이르는 자원봉사자 명단 확보를 정 의원이 직접 지시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8월 28일 공판에서도 이런 내용을 주장했다. 정 의원 조카 측 변호인은 “정 의원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정 의원 조카 측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기록·열람·등사를 불허한 까닭에 공소사실을 인정하거나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정 의원과 그의 조카가 공범관계인 까닭에 정 의원 조사 전까진 증거 기록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법원은 검찰에 정 의원 출석조사일 이후엔 최소한 증거 목록이라도 정 의원 조카 측 변호인에게 공개하라고 권고했다.
한 청주시의원과 정 의원 친형이 선거 캠프 관계자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도 포착됐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이 청주시의원과 정 의원 친형 소환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의 마지막 퍼즐은 정 의원 소환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자녀의 결혼식, 정기국회 회기 등의 이유로 그간 8차례 소환에 불응해 왔다.
10월 7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사진=박은숙 기자
검찰은 9월 28일 정 의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체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체포동의요구서를 검찰에 송부했다. 법원이 체포 필요성을 인정한 상황에서 남은 절차는 국회의 판단이다. 검찰이 사법기관을 거쳐 국회의원 체포동의를 요구하면 국회의장은 가까운 본회의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국회의장 보고 시점으로부터 24~72시간 내엔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닐 경우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될 수 없는 불체포 특권을 가진다.
정 의원 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선거 캠프 핵심 관계자의 고발로 시작된 사건인 만큼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수 없고, 조국-윤미향-추미애 논란 등 굵직한 3연타를 마주한 뒤 의원 개인 논란을 적극적으로 당 차원에서 방어할 명분이 적다’는 기류가 흐른다.
정 의원은 그간 자신이 검찰 조사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청구된 것에 대해 해명했다. 정 의원은 10월 4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떤 의사도 표명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수사 개시 이후 3개월 동안 소환 조사를 정식으로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정 의원은 “국정감사, 예산심의 등 주요한 의정활동이 시작되는 9월이 돼서야 (검찰이) 출석을 종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단 한번도 검찰의 출석요구에 무단으로 불응한 적이 없고 매번 정당한 사유를 들어 정중하게 출석 연기 요청서를 제출해왔다”면서 “그런데 검찰은 마치 내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활용해 수사를 회피하는 것처럼 언론에 비치도록 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검찰 체포영장 청구에 따른 법원의 판단은 전적으로 수용한다”면서 “법원에서 정의를 바탕으로 사실과 진실이 밝혀질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가 불미하고 바르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 전신) 지방재정세제실장 시절 브리핑하는 정정순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 의원은 체포영장 청구 전 마지막 검찰 출석 요구와 관련해 9월 18일 서면으로 9월 26일 출석 의사를 밝혔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수사팀 일정상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조사 일정이 취소됐다고 이해했다’는 것이 정 의원 측 입장이다.
정 의원은 입장문 발표에 앞서 9월 29일 자신을 고발한 김 씨를 맞고발하며 향후 진흙탕 싸움을 예고했다. 정 의원은 김 씨 외에 또 다른 캠프 관계자를 충북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고발 사유는 이해 유도, 당선무효 유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고발장은 정 의원 보좌진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주 토박이’로 청주고등학교, 청주대학교, 청주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부터 공무원으로 근무한 정 의원은 내무부(행정안전부 전신), 충청북도청, 국무총리실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어 정 의원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청주시 부시장,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등 고위직을 역임했다. 2018년 청주시장 선거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냈던 정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청주 상당 지역구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현역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