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쇼핑·동영상 철퇴에 네이버 행정소송 예고…‘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ICT 산업 성장 저해 우려도
공정거래위원회는 검색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법정에서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진=일요신문DB
#공정위의 네이버 제재, 이유는?
공정위가 최근 네이버에 대한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4일 네이버가 운영하는 부동산 정보제공 서비스 ‘네이버부동산’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 원을 부과키로 결정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서비스 ‘네이버쇼핑’과 동영상서비스 ‘네이버TV’에 대해서도 시정명령과 총 26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네이버부동산과 관련,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CP)와 계약을 맺으며 자신에게 제공한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사 카카오를 배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네이버쇼핑과 네이버TV에 대해서는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해 자사 상품 및 서비스를 검색결과 상단에 올리는 등의 행위로 검색결과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시장 경쟁을 왜곡했다고 봤다.
이번 제재 결정에서 ‘첫 사건’, ‘최초의 사례’라고 강조하고 나선 점에서 공정위의 전과 다른 의지가 읽힌다. 공정위는 네이버부동산 제재에 대해 “이번 사건은 ICT 분야 특별 전담팀에서 조치한 첫 번째 사건으로서 독과점 온라인 중개(플랫폼)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한 행위(멀티호밍 차단)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자평했다. 또 네이버쇼핑과 네이버TV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은 플랫폼사업자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하여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부당하게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를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네이버는 “법적‧제도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특히 네이버쇼핑과 네이버TV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며 “검색 알고리즘 변경은 검색엔진의 일상적인 일이고, 검색 결과의 다양성을 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 규제는 지난해 11월 신설한 공정위 ICT 분야 전담팀의 첫 작품이다. 업계에 대한 본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ICT 전담팀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사건의 신속한 처리는 물론, 향후 소송과정 등의 대응까지 고려해 설치한 특별 전담팀이다.
#행정소송 쟁점 또 ‘시장 획정’ 되나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전담팀 구성 등 ICT 대응을 강화한 배경에 네이버에 대한 패소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2008년 공정위는 네이버와 ‘판도라TV’ 간 계약에서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지적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 원을 부과했으나, 2014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가 지적한 부분은 네이버가 동영상 콘텐츠 업체 ‘판도라TV’와 계약을 맺으며 네이버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영상 안에 개별 광고를 넣지 못하도록 한 행위다. 그러나 2014년 대법원은 공정위가 네이버가 시장지배력을 가진다고 봤던 시장에 대한 ‘시장 획정’부터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에서 네이버를 대리한 김앤장에 따르면 공정위는 인터넷 포털이 대부분 1S-4C(Search, Contents, Communication, Community & Commerce)를 기반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관련 시장을 ‘인터넷 포털서비스 이용자 시장’으로 획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 여부를 판단하면서 문제가 된 행위가 네이버의 동영상 중개 과정에서 이뤄진 만큼, 시장지배력 여부 또한 중개 시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공정위의 관련 시장 획정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번 공정위 제재에서도 시장 획정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발표와 관련해 과거의 사례처럼 시장 확정을 잘못했다는 입장이다. 시장 획정과 점유율에 따라 네이버의 시장지배력 지위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만큼, 공정위의 시장 획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2014년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쇼핑에 대해 “수수료 수입과 거래액, 트래픽 어느 기준에 의해서도 비교쇼핑서비스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라며 2018년 3월 기준 온라인 비교쇼핑서비스에서의 네이버쇼핑 시장점유율을 수수료수입 부문에서 79.3%, 거래액과 페이지뷰에서 각각 80.2%, 73.2%라고 명시했다. 또 2012년 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다섯 번의 인위적 검색 알고리즘 조정‧변경 행위를 통해 자사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을 우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네이버는 “네이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며 “공정위는 가격비교 쇼핑시장에 네이버와 다음, 다나와, 에누리만 같은 범위에 넣고 지마켓과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은 제외했으나 모두 넣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과거 판도라TV 건과 관련) 공정위는 ‘포털 시장’으로 시장을 획정하고 네이버가 독점 사업자로서 영향력을 가지고 파트너사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봤으나, 법원은 첫 단추인 ‘시장 획정’부터 잘못됐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네이버쇼핑에 대한 제재와 관련) PC 시절 초창기에는 소비자들이 포털의 가격비교 검색을 통해 온라인 쇼핑을 했지만, 최근에는 앱을 활용해 11번가와 쿠팡 등에 바로 접속해 쇼핑을 한다”며 “각 업체들도 개별적으로 가격비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이냐 배달의민족이냐…네이버 다음 타자는?
공정위와 네이버 간 공방과 결과는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실제 공정위와 네이버의 행정소송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ICT 분야 불공정 행위 규제 강화를 예고한 공정위의 방향성에 영향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네이버 규제는 그간 조성욱 위원장이 강조했던 자사우대, 멀티호밍 등 ‘갑을 관계’에서 벌어지는 ICT 분야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라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주요 업무로 ‘신사업‧성장산업의 혁신생태계 구현’과 ‘디지털 경제시대의 맞춤형 소비자정책 추진’ 등을 꼽았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ICT 산업 혁신을 방해하는 독과점 사업자의 남용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온라인플랫폼 분야의 소비자 및 거래상대방 피해 유발행위 감시 강화 등을 명시했다.
공정위는 네이버 이외에도 음식배달 중개 플랫폼 ‘배달의민족’과 글로벌 ICT기업 구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글로벌ICT기업 구글이 최근 밝힌 새로운 앱 결제 수수료 방안에 대해 위법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구글은 지난달 자사 앱 마켓에서 판매되는 앱과 콘텐츠의 결제금액에 수수료 30%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배달통 운영사인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양사의 합병이 진행될 경우 시장점유율이 98%를 넘어서 사실상 독점체제가 된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9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의 주요 내용은 플랫폼 업체가 수수료를 산정하는 방식을 계약서에 기재하고 계약내용을 변경할 경우 최소 15일 이전에 사전 통지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법을 위반할 경우 위반액의 2배, 최대 10억 원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공정위는 법이 제정될 경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배달의민족 등 26개 사업자가 규율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강력한 지배력을 가진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기업을 규제하는 것에는 환영하면서도 신생 국내 ICT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 ICT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아직 10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가 시장의 변화도 빠른데, 한창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규제 시점이 적절한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