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의 여권 연루 의혹 인사 소환 주장 묵살당해…사건 재점화는 ‘윤 총장 측 작품’ 얘기도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진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건 수사팀 검사가 18명으로 확대됐다. 간판 없이 비어있는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 사진=최준필 기자
옵티머스 사건은 지난 7월 말 주요 경영진 등 5명이 재판으로 넘어간 이후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 정황이 담긴 옵티머스 내부 문건이 유출되면서 다시 불씨가 살아났다.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를 따랐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지난 5월 초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엔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정치권 로비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으로 읽혔다. 또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이 옵티머스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사업에 도움을 줬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공격에 들어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금융질서를 교란시키는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빠른 시간 내 수사팀을 교체하고 검찰총장이 임명하는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거나, 특검에 이를 맡겨야 사건의 전모가 조기에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발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14일 “빠른 의혹 해소를 위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특정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와 민주당 정권 실세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검찰 부실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검찰도 전력을 보강하며 수사에 나섰다. 앞선 수사가 펀드 사기 규명이었다면 이번엔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에 초점을 맞췄다. 윤석열 총장은 10월 12일 수사팀 대폭 증원을 지시했고, 법무부는 이를 승인했다. 서울중앙지검 옵티머스 전담 검사 9명에, 내부 충원 4명 및 파견 검사 5명을 더해 총 18명의 검사가 사건을 맡게 됐다.
이런 움직임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조차 부정적 시선이 파다하다. 이성윤 검사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이 과연 정권의 심장부까지 겨눌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다. 지방 검찰청의 한 고위급 인사는 “검사 머릿수만 늘리면 뭐하느냐. 면면을 봤을 때 사모펀드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검사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한마디로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이다. 수사할 의지가 있었다면 사건을 이렇게까지 허술하게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너무 많은데, 이는 대놓고 봐주려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주요 수사 라인이 그동안 보인 행태를 봤을 때 과연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힘도 윤 총장이 꾸리는 특별수사단 또는 특검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중진급 의원은 “윤 총장 말이 (서울중앙지검에)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팔다리가 다 잘린 윤 총장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결국 몸통은 잡지 못하고, 검찰이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수사는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은 지난 6월 중순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 현장검사에서 경영진의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 통보를 했다. 그 전부터 언론과 사정기관 등엔 피해자들의 제보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 제보 중엔 옵티머스 관련자들이 정권 실세 이름을 거론하며 펀드를 팔았다는 내용들도 있었다.
통상 금감원 수사 의뢰 사건은 증권·금융을 다루는 남부지검으로 이관한다. 윤석열 총장도 이를 남부지검으로 보내려했다. 하지만 이성윤 지검장 요청으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로 배당됐다. 특수수사를 하는 반부패부서가 아닌, 조사1부가 사건을 맡게 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수사 착수 전부터 옵티머스와 정·관계 간 연루 첩보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또 사모펀드 사건은 워낙 복잡해 특수수사로 분류된다. 당연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가 수사를 할 줄 알았는데 조사1부가 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수사”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1월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수사팀 중 일부는 옵티머스 경영진들이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부분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옵티머스 펀드 판매, 문제 발생 후 수습 과정 등에서 로비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앞서의 대검찰청 관계자는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수사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시작한다. 정·관계 로비가 종착점이고, 여기에 다다르기 위한 퍼즐을 맞추는 방식”이라면서 “그런데 이를 수사하지 않고 옵티머스 경영진들만 기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옵티머스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전직 행정관 이 아무개 변호사를 둘러싸고도 묘한 기류가 흘렀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윤 아무개 옵티머스 이사(구속)의 부인이다. 이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사표를 냈다. 그리고 한 차례 참고인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이자 옵티머스 비자금 저수지로 추정되는 셉틸리언 대주주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를 지낸 이 변호사가 농어촌공사의 옵티머스 졸속 투자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을 때 대검찰청은 이 변호사가 과거 현 정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발탁될 수 있도록 추천한 여권 정치인까지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또 다른 관계자는 “대검찰청은 이 변호사가 청와대 재직 시절 금융당국의 옵티머스 조사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판단, 이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전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옵티머스 배후에 정치권 연관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수사는 용두사미로 일단락됐다. 이 변호사를 한 차례 부른 것 역시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 안팎에서 불만이 새어 나왔다. 윗선에서 수사를 의도적으로 ‘뭉개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변호사의 피의자 전환 및 옵티머스 경영진과 자주 어울렸던 것으로 보이는 일부 정부 여당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수사팀 일부의 견해가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에까지 전달됐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까지 제대로 보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묻혔다. 옵티머스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조차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측근으로 통하는 검찰의 한 간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는 옵티머스 수사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윤 총장에게 지난 7월 중순경 이를 보고했다고 한다. 몇몇 수사팀 관계자들 의견도 덧붙였다. 윤 총장에게 ‘SOS’를 친 셈이다. 수사 시작 한 달가량 후의 일이다. 당시 윤 총장은 옵티머스 수사와 관련해 ‘패싱’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윤 총장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여러 차례 수사 관련 보고를 지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윤 총장 측 검찰 간부는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방안이 유일했지만, 추미애 장관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건이 외부로 알려져 여론이 조성되지 않았다면 아마 수사는 이대로 끝이 났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서초동 주변에서 옵티머스 내부 문건 유출로 인해 사건이 재점화하게 된 배경에 윤 총장 측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와 맞닿아 있는 발언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