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폰은 내가 갖고, 헌 폰은 장비 개발에…특공대 “편취 맞지만 문제는 없다”며 조치 안해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 소속 A 대원은 2018년 평창올림픽 대테러 역량 강화를 위한 ‘휴대폰 내시경 및 폴대형 내시경’ 장비 개발을 하겠다며 2016년 8월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기존에 사용되던 무선 폴대형 내시경이나 탐색용 디지털 내시경은 부피가 커 현장에서 사용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A 대원은 폴대형 내시경을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장비를 만들어 휴대성을 높이고자 했다.
경찰특공대가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국제테러단체가 코로나19 백신연구소를 습격, 연구원들을 납치하는 상황을 가정한 대테러 진압전술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청와대 제공
A 대원은 동료였던 B 대원에게 장비 개발에 필요한 스마트폰을 사오도록 했다. B 대원은 2016년 8월 23일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휴대전화 중고 판매점을 찾아 45만 원을 주고 ‘갤럭시 S7’ 기종을 구입했다. 하지만 장비 개발에 사용된 휴대전화는 모두 당시에도 구형 휴대전화였던 ‘갤럭시 노트2(블랙)’, ‘갤럭시 노트2(화이트)’, ‘갤럭시 S5’ 총 3개 기종이었다. 당시 중고 갤럭시 노트2는 5만~6만 원이었고, 중고 갤럭시 S5는 10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었다. B 대원은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장비 개발에 활용하고 새로 산 갤럭시 S7 기종을 자신이 쓴 것이다. 고작 45만 원을 편취하기 위해 교묘한 속임수를 쓴 셈이다.
일요신문이 해당 중고 휴대전화 판매점에 확인한 결과 B 대원은 애초에 자신이 쓸 휴대전화를 쇼핑한 정황도 나왔다. 휴대전화 판매점 관계자는 “B 대원이 애초 다른 기종을 샀다가 아이폰 기종으로 바꾼 뒤 다시 갤럭시 S7 기종으로 사 갔다”고 전했다. B 대원은 새로 산 휴대전화를 몇 번 써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자 기종을 여러 차례 바꿨다는 말이다.
경찰특공대 관계자는 취재가 시작되자 위 사실을 자체 확인한 뒤, B 대원이 연구비를 편취한 게 맞다고 9월 23일 일요신문에 밝혔지만 27일 현재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경찰특공대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B 대원이 45만 원을 주고 중고 휴대전화 2개를 샀고, 장비 개발에 썼기 때문에 문제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이 확보한 구매 영수증엔 1개의 휴대전화를 45만 원에 주고 산 것으로 기재돼 있다. 경찰특공대 관계자는 이에 말을 바꿔 “B 대원이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장비 개발에 쓰고, 새로 산 휴대전화를 자신이 쓴 것이 맞다”면서도 “B 대원이 쓰던 휴대전화 화면이 새로 산 휴대전화 화면보다 더 커서 그렇게 교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급 기관에 감찰을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경찰특공대가 내부 보안이 철저하고 보수적인 조직이라 문제가 발생해도 안에서 덮으려는 성격이 강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끝낼 가능성이 크다”며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정직과 안보를 내세우는 경찰특공대에서 연구비를 편취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건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위 관계자는 이어 “내부에선 이런 식으로 조금씩 연구비를 챙기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연구비는 다 세금에서 나오는 것인데 명예를 중요시하는 경찰특공대원들이 이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