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엔터사 우회상장 열풍 경험한 뒤 앞다퉈 M&A 시장 진출…조폭 등 다양한 인맥이 ‘부메랑’
주가조작의 세계를 그린 영화 ‘작전’의 한 장면.
연예계에서 발이 넓기로 유명했던 김 회장은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M&A 시장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다. 김 회장을 잘 아는 전환사채(CB) 투자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완전히 주가조작 설계자가 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라임 사건의 진짜 몸통으로 알려진 에스모의 실질 오너 이 아무개 회장은 20대 시절 서울에서 가장 잘나가던 나이트클럽 직원이었다. 이 회장을 20대 초반부터 알고 지낸 지인은 “이 회장은 나이트클럽에서 당시 인기 연예인들과 인연을 맺고 연예사업으로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톱스타들이 소속돼 있던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를 역임한 그 역시 유명 연예인 이 아무개 씨와 결혼해 주목을 받았다.
2000년 중반 이 회장은 M&A 기업가로 변신한다. 2006년 한 코스닥 상장사를 통해 자신의 연예기획사를 우회상장 했는데 회사 자금 15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2008년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는다. 연예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이 회장이 본격적인 기업사냥꾼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2000년대 초중반 잘나가던 연예기획사 대표와 임원 중 우회상장 열풍에 편승해 주가조작의 세계로 진출한 이들이 적지 않다. 당시 연예기획사 대표들은 연예부 기자보다 주식을 담당하는 경제부 기자들을 만나는 일이 더 잦았을 정도다.
이런 변화를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이 라임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김 회장과 해외로 도피한 이 회장 등이다. 이 외에도 여러 명의 이름이 함께 언급된다. 그 중심이 해외로 도피한 이 회장으로 알려졌으며 김 회장은 그와 관련된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김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을 다른 ‘세력꾼’들에게 소개해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데 이종필 라임 부사장에게 이 회장을 소개시켜 준 것 역시 김 회장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연예관계자는 “이 회장과 가깝게 지내며 함께 이런 저런 일(기업 사냥)을 해온 연예기획사 대표 출신 M&A 기업가들이 여럿 더 있다”라며 “김 회장은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지인들에게 라임 관련 얘기를 많이 해서 연루된 것을 다들 알고 있었고 그렇다면 이 회장도 연결돼 있을 거라는 추측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 당시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 설치된 청약판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한 중견 연계관계자는 이런 분위기가 연예계 산업화 과정에서 불거진 안타까운 성장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조폭들까지 깊이 연루됐을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연예계가 2000년대 들어 산업화하기 시작하면서 주식 시장까지 진출했다”라며 “당시 연예기획사 대표나 임원들은 업무 특성상 조폭부터 정치권까지 다양한 인맥을 갖고 있었다. 우회상장으로 돈맛을 본 뒤 연예계에서 쌓은 인맥을 들고 그쪽으로 투신한 이들이 많은데 이제 그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마 당시 그들은 한류열풍이 불면서 연예계가 이만큼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BTS가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고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공모주 열풍을 일으키며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뒤 상장 첫날 상한가)을 하는 오늘날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런 게 모두 연예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