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0승 넘기고 올해 마침내 사상 첫 PS 진출까지 달성 “수원 야구 새 바람”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 4연패 위업을 달성한 류중일 감독에 총액 1억 원이 못 미치는 20억 원을 받는 계약을 맺었다. 사진=연합뉴스
그 다음으로 몸값 높은 감독은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다. 삼성에서 통합 4연패와 정규시즌 5연패를 이끈 류 감독은 2017년 10월 LG와 3년 총액 21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5억 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프로 사령탑으로 두 시즌을 치른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류 감독의 지난 계약에 단 1억 원 못 미치는 금액에 사인했다. 그만큼 KT 구단에는 ‘창단 첫 5강’이 한국시리즈 우승만큼 감격적인 성과라는 의미다.
그럴 만도 하다. 막내 구단인 KT는 2015년 1군에 진입한 뒤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네 번째 시즌인 2018년 처음으로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한 계단 올라선 정규시즌 9위였다. 동시에 “선수층이 얇은 KBO 현실에 10개 구단은 역시 너무 많다”, “팀이 늘어나면서 리그 경기 수준도 떨어졌다”는 비판의 중심에 섰다. 2년 먼저 창단하면서 좋은 유망주들을 싹쓸이한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목표를 이루고 2016년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기에 더 비교됐다.
그러나 KT는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서서히 강팀으로 변모했다. 정규시즌 6위까지 올라서면서 처음으로 시즌 막바지까지 ‘5강 경쟁’의 치열함을 맛봤다. 4년간 한 시즌 60승도 해보지 못한 팀이 지난해 70승을 넘겼다. 시즌 최종전 승리와 함께 71승 2무 71패를 기록해 창단 후 처음으로 승률 5할까지 달성했다. 이 감독은 “5할 승률은, 시즌 내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왔다가도 끝내 멀어지던 목표였다. 그걸 마지막 경기에서 해내 의미가 남달랐다”고 했다.
올해는 그 경험을 발판 삼아 살얼음판 같던 상위권 순위 전쟁을 이겨냈다. 10월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두 차례나 한 이닝 8득점을 기록하는 폭발력을 과시하면서 마침내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이라는 오랜 꿈을 이뤘다.
물론 이 감독이 KT에 창단 첫 가을야구를 선사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선수 이강철’은 1990년대 최강팀 해태에서 10년 연속 10승을 기록한 에이스였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승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고, 당대를 호령했다. ‘지도자 이강철’은 그렇지 못했다. KIA, 넥센, 두산을 거치며 13년간 코치만 맡았다. 선수 시절 자신의 후배였던 감독들을 보좌하며 묵묵히 일했다. 그런 그에게 처음 프로 지휘봉을 맡긴 팀이 KT다.
출발도 가시밭길이었다. 첫 시즌인 지난해 3월 29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서 개막 5연패 끝에 어렵게 첫 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개막하자마자 인천에서 SK 와이번스에 2패, 창원에서 NC 다이노스에 3패를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홈 개막전에서 만난 KIA 선발이 에이스 양현종이었다. 경기 전 ‘6연패를 하나’ 싶어 무척 갑갑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그날 KT는 예상을 뒤엎고 6-3으로 이겼다. 천신만고 끝에 ‘1승’이 찾아왔다. 그렇게 하나씩 어렵게 만들어간 승리가 쌓여 값진 역사를 이뤘다.
‘감독 이강철’은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면서 구단 역사에 가장 뚜렷한 족적을 새겼다. 남상봉 KT 스포츠단 사장은 “이 감독은 부임 후 매년 창단 최고 성적 기록을 경신했다. KT 야구단을 강팀 반열에 올리며 ‘수원 야구’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며 “선수단의 잠재력을 끌어낸 지도력을 인정했다. ‘명문구단 도약’이라는 구단의 목표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여겼다”고 재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구단이 선수단과 ‘원 팀’이 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덕에 부임 때 약속한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구단과 팬이 기대하는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팀을 거쳐 간 두 감독의 공을 인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임 감독님들이 팀의 밑바탕을 잘 만들어 주셔서 올해의 5강행이 가능했다. 노고가 많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해 더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