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공수처’ 윤리감찰단 레이더망 풀가동…“내년 3월까지 처분” 공천 걸고 부동산 정책 다지기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현미경 윤리감찰’을 주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리감찰단은 올해 신설된 당내 상설 특별기구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둘러싼 성추문이 잇달아 발생하자 만들어졌다. 윤리감찰단은 당 소속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감찰을 전담한다. 민주당 내부에선 윤리감찰단을 ‘여권 공수처’란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제1호 윤리감찰단장으론 서울 금천 지역구에서 당선증을 거머쥔 최기상 의원이 낙점됐다. 최 의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최기상 의원은 초선으로 의원들과 관계에서 매우 자유롭다”면서 “판사 시절 소신 판결로 신망이 두터웠던 만큼 강단 있고 신속하게 감찰을 처리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윤리감찰단은 ‘1호 감찰 대상’으로 이상직 의원과 김홍걸 의원을 꼽았다.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 직원 600명에 대한 정리해고 논란 중심에 서 있었고, 김홍걸 의원은 총선 출마 과정서 재산 축소 신고가 문제됐다. 9월 16일 윤리감찰에 회부된 이 의원은 9월 24일 탈당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이 탈당한 날 김 의원 제명을 결의했다.
윤리감찰에 회부된 지 8일 만에 탈당을 선언한 이상직 무소속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리감찰단이 조사를 시작한 뒤로 국회의원 한 명이 제명됐고, 한 명은 탈당했다”면서 “우리가 윤리감찰단에 요청한 사건은 그런 식으로 처리가 됐다”고 했다. 윤리감찰단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동시에 윤리감찰단 감찰엔 성역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강조한 것으로 읽혔다.
민주당 내부에선 윤리감찰단이 설립 취지에 맞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윤리감찰단이 당내 선출직 공무원들에 대한 다주택 전수조사를 실시하면서 기초단체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 물밑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윤리감찰단의 ‘다주택자 전수조사’가 처음 언급된 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던 9월 28일이다.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리감찰단에 한 가지 주문을 했다. 이 대표는 “당의 국회의원, 지방의원을 포함한 주요 당직자와 선출직 공무원들의 다주택 보유 문제와 기타 비위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주일 뒤인 10월 5일 이 대표는 이를 재차 확인하며, 윤리감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리감찰단 단장인 최기상 의원은 조사 계획을 보고해달라”고 했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다주택 보유 여부 조사 계획을 보고해달라는 뜻이었다.
11월 4일 윤리감찰단은 현역 의원들에 대한 다주택자 전수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윤리감찰단은 “10월 31일 기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다주택자는 16명”이라면서 “늦어도 내년 3월까지 매각하라”고 주문했다. 윤리감찰단은 “다주택의원 16명 대부분이 연내 다주택 해소를 목표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초대 윤리감찰단장 최기상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7월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자체 파악한 민주당 다주택 의원 수가 42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다주택 처분은 상당히 진척을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윤리감찰단장 최기상 의원은 “다주택 보유 국회의원과 광역지역단체장에게는 당대표가 서신을 보내 협조를 재차 요청했다”면서 “사실상 처분이 곤란해 보이는 일부 대상자에 대해선 처분 여부와 방법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은 “감찰단은 올해 연말까지 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 다주택 보유 현황을 집중 관리할 예정”이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역 의원들의 다주택 처분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윤리감찰단의 ‘다주택자 레이더망’ 범위는 넓어졌다. 윤리감찰단의 시선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을 향했다. 윤리감찰단은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154명, 광역의회의원 643명, 기초의회의원 1598명에 대한 다주택자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역 정치인들 사이에선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올 것이 왔다’ ‘전수조사 범위가 지역 정치권까지 미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소속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당·정·청이 다주택자에 대한 강경조치를 예고한 상황에서 꼼꼼한 집안 단속은 예정된 수순”이라면서 “이낙연 대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소속 지역 정치인 커뮤니티 물밑에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낙연 대표는 거듭 다주택 처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10월 14일 이 대표는 17개 시·도당에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엔 “다주택 처분(관련 사항)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당부사항이 담겼다. 이 대표는 공문을 통해 “투기성 주택 보유가 확인되거나 다주택 해소라는 당 권고에 정당한 사유 없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향후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시 불이익을 주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윤리감찰의 경우 집권여당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 얼마나 절박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사례”라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당내 전수조사를 통해 다주택자를 솎아내는 것으로라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 힘을 보태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이번 전수조사는 민주당 입장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내부에서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불만을 공식적으로 표출하며 당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