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가 발화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담배꽁초를 버렸다가 군포복합물류터미널에 불이 나게 해 630억 원의 재산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 근로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이 당시 화재와 관련해 4월 23일 군포터미널에서 원인을 조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허문희 판사는 중실화 혐의로 기소된 20대 튀니지인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일용직 노동자 A 씨는 지난 4월 21일 오전 10시 13분쯤 한국복합물류 군포터미널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버려 옆 건물 2동에 불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불은 26시간가량 타오르면서 연면적 3만 8000여㎡인 건물의 절반 이상과 입주 업체 8곳의 가구 및 의류 등을 태워 630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냈다.
법원은 A 씨가 버린 담배꽁초가 발화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허 판사는 “검찰 측 증거에 의하면 화재가 담뱃불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피고인이 발화지점 부근에 담배꽁초를 버린 뒤 19분이 지나서 연기와 불꽃이 일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만으론) 화재가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뱃불과 같은 무염 화원으로 인한 발화는 수분에서 길게는 10시간 뒤에도 일어날 수 있다“며 ”당시 불이 나기 3시간 전부터 피고인 외에 4명이 발화지점 부근에서 수차례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렸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은 담뱃불을 모두 털고 필터만 던졌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발화지점에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른 담배꽁초들이 있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담배꽁초에 불씨가 남은 상태로 발화지점에 버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