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체 판토스 포함한 LG상사 분리 유력…반도체 관심 큰 구 고문 실리콘웍스 가져갈 수도
꾸준히 거론되던 LG그룹 계열분리가 임박했다. LG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LG그룹은 26일 이사회에서 그룹 계열분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고문을 필두로 한 계열분리가 확실시된다. 재계는 LG그룹이 주력인 전자와 화학 사업에 집중하고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계열분리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은 장자승계와 형제경영을 이어왔다. 선대 회장의 형제들은 모두 계열분리를 통해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희성그룹, LIG그룹, LS그룹 등이 앞서 계열분리로 독자체제를 구축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LG그룹의 주력사업과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열분리의 관건은 구 고문이 어떤 계열사를 얼마나 가져갈지에 달렸다. 구 고문은 지주사인 (주)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1조 원 수준인데 이 지분을 활용해 계열사 일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LG상사, LG하우시스, LG MMA, 실리콘웍스 등이 계열분리 대상으로 거론된다.
#LG그룹 ‘선택과 집중’ 전략 구사
LG그룹은 최근 몇 년간 자산매각 등 활발한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배터리,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룹 미래 사업과 관련성이 적은 계열사가 구 고문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상사는 그동안 구본준 고문이 계열분리로 가져 나갈 것으로 점쳐졌다. 구 고문이 과거 LG상사 대표를 맡은 바 있고 LG상사가 그룹의 주력 사업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다. LG상사는 자회사로 종합물류업체인 판토스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구광모 회장 등 총수 일가가 판토스 지분을 처분해 구 고문이 LG상사를 가져올 경우 판토스도 함께 거느리게 된다. 게다가 구 고문이 사들일 수 있는 여력 면에서도 LG상사가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리콘웍스도 계열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LG그룹은 2017년 실트론을 SK그룹에 매각하며 사실상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실리콘웍스는 LG그룹의 유일한 반도체 회사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위해 LG그룹으로선 반도체 부문을 내줄 여지가 있고, 반도체 사업에 관심이 큰 구 고문도 실리콘웍스를 탐내 서로 니즈가 맞다. 구 고문은 과거 LG반도체 대표로 재직하다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반도체 사업을 넘겨주는 아픔을 겪었다. 공격적 투자 성향을 가진 구 고문이 성장성이 큰 실리콘웍스를 바탕으로 못 다 이룬 반도체 사업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구본준 고문발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LG그룹 오너 4세 체제가 완성된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구본준 몫 최소화 가능성도
재계에서는 구본준 고문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를 원했지만 LG가 가족회의에서 이 같은 의사가 관철되지 않아 계열분리가 미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총수 일가의 가족회의에서 경영에 대한 큰 틀을 협의한다”며 “최근 거론되는 계열분리안도 구 회장 취임을 전후해 이미 제시됐을 텐데 구 고문이 받아들이지 않아 지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본준 고문 몫의 계열사가 최소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주회사가 구 고문의 지분을 사들이고 계열사를 내어주지 않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LG가 2019년 계열사 지분을 일부 매각한 대금이 상당해 이를 활용해 구 고문의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주)LG는 LG CNS 지분 35%를 돌연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해 1조 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했다. 당시 LG CNS 지분을 매각할 특별한 이유가 없어 지주사의 지분 매각 배경에 의구심을 자아냈다.
구 고문이 독자 경영체제를 구축하면 LG그룹의 오너 4세 체제 전환이 완료된다. 다만 구 회장의 그룹 장악력 강화와 계열분리는 별개다. LG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구 회장이 의사결정의 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LG가 가족회의와 퇴임 임원들인 고문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구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측은 계열분리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