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도 부부도 아닌데 아이 낳아 키워…웹사이트 통해 같은 생각 가진 상대 물색
최근 해외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플라토닉 공동육아’ 또는 ‘선택적 공동육아’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령 ‘폴렌트리(PollenTree)’나 ‘모다밀리(Modamily)’ 같은 전문 웹사이트를 통해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다. 플라토닉 또는 선택적 공동육아란, 연인이나 부부가 아닌 두 남녀가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함께 아이를 낳은 후 양육에 대한 신체적, 재정적, 정서적 공동의 책임을 지고 아이를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보통 로맨틱한 관계를 맺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최근 해외에서는 ‘선택적 공동육아’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몬태나 출신의 지질학자인 제니카 앤더슨(38)과 촬영감독인 스테판 듀발(37)의 사례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모다밀리’를 통해서였다. 지난 2019년 처음 온라인에서 몇 차례 대화를 나눴던 둘은 직접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연인처럼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
플라토닉한 공동육아 방식이 최선이라는 사실에 뜻이 맞았던 둘은 곧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고, 체외수정보다는 자연 임신으로 아이를 갖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국 임신에 성공했던 앤더슨은 이듬해 딸을 출산했다. 둘이 처음 만난 지 1년 만이었다.
이런 방식의 육아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 앤더슨은 “나는 로맨틱한 관계를 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런 관계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면서 “듀발과 나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인생을 잘 살아가는 행복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앤더슨의 경우에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이미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들이 겨우 한 살이 됐을 때 아이 아버지와 헤어진 앤더슨은 비록 이혼은 했지만 둘째는 낳고 싶었다. 그리고 둘째에게도 엄마와 아빠가 모두 있기를 바랐다.
듀발은 “나는 아이의 삶에 더 많은 의미를 주기를 원했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일과 결혼했다. 나 역시 연인을 찾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다만 지금이야말로 가정을 꾸려야 할 적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플라토닉한 공동육아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이 꼭 같이 늙어가거나 혹은 심지어 같이 살 만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형태의 가족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이 서비스 사용자들은 대부분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 1980년대부터 대안 가족의 형태를 연구해 왔던 케임브리지대학 가족연구센터 소장인 수잔 골롬복 교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을 기본으로 보고 있으며, 다른 형태의 가족은 거부한다. 그러나 40년 넘게 진행한 연구 결과, 플라토닉한 공동육아 형태의 가족이 때로는 전통적인 가족보다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더 안정감을 제공해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무조건 부모 모두가 원해서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다. 다만 가장 큰 우려는 이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낙인이 찍히거나 비난받거나 혹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