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구단 선수단 총연봉 100억 넘겨…가성비로 보면 KT·키움 최고, SK·한화 최악
한 시즌의 마무리, 한국시리즈가 진행 중인 KBO리그는 어땠을까. 시즌 전 발표된 ‘2020 KBO리그 선수단 등록 현황’ 자료를 토대로 KBO 10구단의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다만 시즌 중 계약을 종료하거나 트레이드 등 선수 이적이 있어 자료와 실제 금액 간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롯데 이대호는 연봉 25억 원으로 4년 연속 KBO리그 연봉 1위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절반 이상이 선수단 연봉 100억 상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월 리그 소속선수들의 등록 및 연봉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매 시즌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일이다. 이 자료에서 KBO는 리그 내 코치, 선수 등 선수단 규모, 연차를 포함해 평균 신장과 몸무게 등도 공개된다.
가장 큰 관심거리는 연봉이다. 구단별 평균 연봉, 코칭스태프 평균 연봉, 인상률 10걸, 연차별 최고연봉 선수 등이 발표된다. 이에 4년 연속 ‘연봉킹’에 오른 이대호(25억 원), 역대 최고 인상률 신기록을 갈아치운 하재훈(455.6%, 1억 5000만 원), 각각 4년차와 7년차 최고 연봉 신기록을 달성한 이정후(3억 9000만 원)와 김하성(5억 5000만 원) 등이 주목을 받았다.
또 각 구단이 선수단 연봉에 얼마를 지출했는지도 눈길을 끌었다. KBO는 구단별 국내 선수(신인 제외)와 외국인 선수의 연봉을 별도로 공개했다. 국내 선수 연봉 총액 부문에서는 롯데 자이언츠가 단연 앞섰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하고도 101억 8300만 원을 선수단 연봉으로 지출했다. 10구단 중 홀로 국내 선수 연봉만으로도 100억 원을 넘겼다. 롯데의 뒤를 SK 와이번스(96억 1500만 원), KIA 타이거즈(90억 8800만 원)가 이었다.
외국인 선수 연봉을 포함하면 금액은 대폭 상승한다. 각 구단들은 외국인 연봉에 14억 원에서 최대 약 29억 원을 지출했다. 외국인 선수 연봉을 포함하면 선수단 연봉에 100억 원을 넘게 쓴 구단은 NC 다이노스, LG 트윈스, KIA, 롯데, SK 5구단으로 전체의 절반이다.
SK는 선수단 연봉에 116억 원이 넘는 돈을 쓰고도 9위에 그치는 ‘극악의가성비’를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가성비’ 최고는 누구? ‘1승 연봉’ 살펴보니…
그러나 100억 원이 넘는 연봉 지출이 구단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적은 연봉만으로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는가 하면 막대한 연봉을 선수단에 지급하고도 하위권 성적을 기록하기도 한다.
국내외 선수 연봉 지출에 가장 큰 돈을 들인 구단은 SK였다. 외국인 선수에 20억 6200만 원, 국내 선수에 96억 1500만 원을 투입해 116억 7700만 원을 선수 연봉에 들였다. 하지만 SK의 성적은 9위, 올 시즌 51승만 기록하는 데 그쳤다. SK는 1승을 거두는 데 선수단 연봉으로 약 2억 2896만 원을 지출한 셈. 비슷한 금액을 쓴 롯데(116억 3200만 원)는 71승으로 7위를 차지했다. 한 번의 승리에 1억 6383만 원이 들었다.
정규리그 최하위 한화 이글스도 만만치 않은 ‘비효율 운영’을 보였다. 한화는 2019시즌에 비해 국내 선수단 연봉을 18.1% 삭감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연봉 총액 역시 91억 1900만 원으로 전체 7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화는 올 시즌 46승만 거두는 부진을 겪었다. 1승을 거두는 데 약 1억 9823만 원이 투입된 것이다.
반면 KT WIZ(위즈)는 KBO리그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했다. KT는 리그 내 가장 적은 연봉(68억 2300만 원)을 지출했다. 그럼에도 81승으로 2위(1승당 8423만 원)에 올라 구단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배해 탈락했지만 가을야구 경험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KT와 함께 1승당 연봉 지출이 1억 원 미만인 2팀 중 하나다. 이들은 선수단 연봉 74억 2100원을 지출하며 80승으로 5위를 차지, 1승당 약 9276만 원을 기록했다.
NC도 선수단 연봉에 적지 않은 금액(103억 5700만 원)을 들였다. 하지만 이들은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투자한 보람을 맛봤다. NC는 83승을 거둬 1승당 약 1억 2478만 원을 썼다. 이들과 함께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두산의 가성비도 비슷한 수준이다. 94억 8600만 원의 연봉을 들여 79승으로 3위에 올랐다. 1승을 올리는 데 약 1억 2007만 원이 들었다.
이 외에도 101억 1585만 원의 LG는 79승(4위)을 거둬 1승에 약 1억 2804만 원이 투입됐다. KIA는 LG보다 많은 109억 5900만 원을 썼지만 73승 6위에 그쳤다. 자연스레 1승당 지출 비용(약 1억 5012만 원)은 올라갔다. 삼성은 연봉 84억 2200만 원으로 지출을 줄였지만 64승(8위)으로 좋은 효율(1승당 약 1억 3159만 원)을 보이진 못했다.
#선수단 투자만 능사가 아니다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듯 선수단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고 해서 성적을 낙관할 수 없다. 돈이 우승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박재홍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많은 구단들이 선수단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다”면서 “다만 이런 투자가 양의지 영입 이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NC와 같은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구단들은 어떤 부분에 보강이 필요한지 정확한 분석과 그에 맞는 투자가 필요하다. 한 포지션에 주요 선수가 중복되는 비효율적인 투자가 때때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선수단 연봉만으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훈련 시설, 스프링캠프 같은 환경에 대한 투자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코칭스태프의 처우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그는 “프로야구가 40년 가까이 역사를 이어왔다. 그 사이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선수 연봉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올랐다. 물론 나도 그 수혜를 입었다”면서 “하지만 가장 변화가 적은 부분이 코칭스태프 연봉이다. 최근에는 감독 연봉도 대폭 올랐다. 하지만 코치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코치들이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선수 육성에 집중을 할 수 없고 ‘눈치보기’만 하는 상황이다. 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