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11번가 상장 추진 계획…‘지배구조 개편 핵심’ 하이닉스 지분 매입 실탄 마련 해석
SK텔레콤이 글로벌 기업인 우버·아마존과 손을 맞잡아 자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고, 이후 상장까지 함께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 11월 16일 SK텔레콤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협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11번가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아마존은 11번가 기업공개(IPO·상장) 등 사업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는다. 아마존은 11번가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대 30%까지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약 3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최근 사업을 축소하고 프로모션을 줄이는 방향을 택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4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흑자 기조를 유지해 상장의 발판을 마련할지가 관심사다.
앞서 SK텔레콤은 오는 12월 말 물적분할 예정인 ‘티맵모빌리티주식회사’를 통해 우버와 손잡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하고 있는 택시호출 시장을 선제적으로 정조준한 셈이다(관련기사 분할·상장·인수…SK텔레콤 ‘딥체인지’ 엇박일까 큰그림일까). 티맵은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하지만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일찍이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해 택시, 내비, 주차, 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수익화를 꾀했다.
이에 SK텔레콤은 택시, 주차장, 차량 구독서비스 등을 티맵모빌리티의 핵심 사업으로 두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콘텐츠, 쇼핑까지 망라한 플랫폼 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티맵모빌리티를 연매출 6000억 원, 기업가치 4조 5000억 원으로 성장시켜 IPO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남은 숙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진다. 문제는 그룹 내 핵심 기업인 SK하이닉스의 활용 방안이다. SK하이닉스는 SK(주)의 손자회사라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M&A)에 나서려면 그 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해야 한다. 증권업계는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SK텔레콤 투자회사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는 자회사로 편입될 수 있다. SK(주)와 SK텔레콤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에도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앞서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월 SK텔레콤은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화를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SK텔레콤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전체 발행 주식의 9.4%에서 12%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7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SK(주)는 전체 발행 주식의 25.7%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SK(주)와 SK텔레콤 투자회사가 합병할 때 자사주를 소각하면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정부·여당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신규로 지주회사를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 손자회사를 신규로 편입할 때 보유해야 할 의무 지분 비율을 높이는 것이 개정안 골자다. 현행 ‘상장회사 20%·비상장회사 40% 이상’에서 ‘상장회사 30%·비상장회사 50% 이상’으로 늘어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을 20.07% 보유하고 있어 추가로 약 10%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6조 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SK텔레콤이 외부 투자를 유치해 자회사를 키우고 상장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자회사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SK하이닉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밑천’이 될 수 있다. 자회사 상장 작업은 본격화됐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원스토어는 지난 9월 IPO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 예비심사를 거쳐 하반기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초부터 금년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한 해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저평가돼 있는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회사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각 자회사 실적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DT캡스, 웨이브, 11번가, SK브로드밴드와 중장기적으로는 티맵모빌리티까지 IPO를 준비해 금융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