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의혹 공개” 검찰 반박 속 사법농단 사건 이후 ‘검 vs 법 갈등’도 변수
바로 검찰의 반발이 시작됐다. 추 장관은 다른 불법 사찰 등이 있는지도 추가 감찰하라고 지시했는데 논란이 된 보고서를 작성한 검사는 법령에 따른 정당한 업무수행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재판부 사찰 관련 문건을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공개했다. 불법 사찰인지 아닌지 논란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가장 큰 변수는 법원의 반발이다.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던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수사에 대한 법원의 반발 심리 또한 윤 총장에게는 불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 사찰’ 카드를 꺼낸 추 장관이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그만큼 치명적인 카드인 터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할 경우 윤석열 총장에게 카운트펀치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공존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처음으로 꺼내 든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사유 6가지를 발표한 것 중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의혹은 ‘재판부 불법 사찰’이 유일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울산 선거개입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대해 개인정보나 과거 판결 등을 수집해 활용했다는 지적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임명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이끄는 대검 감찰부도 곧바로 움직였다. 추미애 장관의 전격적인 직무 배제 결정 발표가 있었던 이튿날인 25일 오전, 대검 감찰부는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추 장관이 추가 비위 여부도 감찰하라고 한 만큼 새로운 증거나 추가 혐의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업무를 담당했던 검사가 반박하고 나섰다.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2기)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정당한 업무 수행이 징계 사유가 되는 현실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추 장관 발표를 반박했다. 그는 글에서 “물의 야기 법관은 조국 전 장관 사건 담당 판사가 아니라 사법농단 재판을 맡은 판사 한 명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올랐다는 걸 기재한 것”이라며 “재판부 대부분에 대해선 학력과 경력만 썼고 취미나 가족관계가 적힌 건 검사와 농구를 한 적이 있거나 친인척 관계인 판사 한 명씩이었다고 쓴 게 전부”라고 맞섰다.
또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가 범죄수사와 공소유지 등 검찰 업무와 관련한 정보 수집이기 때문에 해당 보고서 작성도 직무 범위에 포함된다”며 “이마저도 법조인대관과 인터넷 등 공개 경로로만 확인했고, 공판 검사들에게 전화로 문의했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윤석열 총장은 변호인으로 선임한 이완규 변호사를 통해 아예 문건 자체를 공개해버렸다. 윤 총장은 26일 오후 직무집행정지처분 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 윤 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는 해당 문건을 취재진에 공개하면서 “법무부에서 왜곡해서 발표했다고 보이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공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의 제목은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으로 모두 9장이다. 지난 2월 26일 성상욱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가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으로 작성했는데 재판부 13곳의 재판장과 배석판사(좌우 주심판사) 출신 고등학교 및 대학교, 주요 재판 결과 정리와 세평을 취합한 자료였다.
김 아무개 부장판사의 경우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적으면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 언행이 부드럽다’ 등 세평을 고루 적었다. A 검사의 처제와 같은 내용이나,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 같은 평가가 적힌 판사도 있었다.
#추미애 역풍 가능성도
자연스레, 윤 총장의 공개 이후 검찰 내부에선 추미애 장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징계라고 하는 것은 먼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난 뒤에 조치를 하는 게 상식적이자 일반적”이라며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도 않은 부분을 먼저 징계의 이유로 밝히고 난 뒤에 조사를 하는 게 말이 되는 조치냐”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범정 파트에 근무한 적이 있는 변호사는 “언론 등에 공개된 내용을 직접 확인했는데 ‘세간에 떠도는 정보’를 모아서 주요 사건 재판부의 경력 등을 수집하는 것은 검찰뿐 아니라 어느 부처에서도 사용하는 보고 방법”이라며 “직접적으로 재판부에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별도의 기관인 검찰이 재판부에 대해 파악해서 보고한 게 왜 문제가 되어야 하나. 심지어 몇몇 판사에 대해서는 ‘검찰 입장에서 납득하지 못할 판결이 없었음’이라고 적기도 했더라”고 지적했다.
실제 성 검사는 “판사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고 검사가 그럴 지위에 있지도 않다며 공판을 위한 참고 자료 말고 다른 곳에 공유된 적도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법조계에서는 ‘재판부 사찰’ 카드를 꺼낸 추 장관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그만큼 치명적인 카드인 터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할 경우 윤석열 총장에게 카운터펀치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공존한다.
추미애 장관의 ‘재판부 사찰’ 카드는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법원까지 끌어드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재판부 사찰’ 카드를 통해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사진=최준필 기자
한편 추 장관의 ‘재판부 사찰’ 카드는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법원까지 끌어들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재판부 사찰’ 카드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법원 내부 게시판엔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한 진상 파악과 관련자 문책을 촉구하는 현직 판사의 글이 올라오는 등 검찰과 법원의 갈등으로 번질 여지가 커지고 있다.
제주지법 장창국 부장판사(연수원 32기)는 25일 법원 내부망에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공소 유지 참고자료’ 명목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맡은 판사 개인정보와 성향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대검 측 해명에 대해 ‘참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얼마나 공소 유지에 자신이 없었으면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 습관인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법원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한 것에 대한 반발심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수사 대상이었던 한 판사는 “검찰이 법원에 대해 문제가 될 요소들을 억지로 만들어서 수사를 했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남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거꾸로 검찰에서 드러나다 보니 법원도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당시 수사 이후 검찰과 법원의 관계가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타고 있었는데 이번 사찰 의혹으로 법원 내 반발 심리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장관의 조치에 대해 반발하며 직무집행정지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 판단이 요즘 분위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선 법원 관계자는 “당시 수사 이후 법원에서는 ‘검찰이 너무 과했다’는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윤 총장 및 검찰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는 점은 윤 총장의 직무집행정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 작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