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유기준·이언주 등 출사표…가덕도신공항 최대 이슈, 여성 가산점 도입 여부 촉각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박형준 동아대 교수(왼쪽)와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취재단
현재까지 부산시장 출마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인사는 유기준 유재중 이진복 박민식 이언주 이종혁 전 의원, 박형준 동아대 교수, 전성하 LF에너지 대표 등이다.
유기준 전 의원은 부산 지역구 4선 중진에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다. 유기준 전 의원은 통화에서 “4선 중진으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러던 중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며 “부산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고, 인구·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활력을 잃고 있다. 경험과 경륜을 가진 사람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해야 위기를 타파할 수 있다. 특히 부산의 주력사업이 해양수산에 있기 때문에, 4선 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해 출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선 유재중 전 의원도 12월 1일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노을정 앞에서 “위대한 부산시민들과 함께 부산을 확 바꾸는 새판을 짜겠다”고 출마선언을 했다. 유 전 의원은 “정치 폭거에 의한 산업 구조조정, 수도권 위주의 퍼주기식 경제정책, 첨단산업 전환실패 등으로 인한 경제추락과 일자리 부족 등이 문제”라며 “부산의 미래인 청춘들이 떠나는데 부산 출신 정치인 지도자들과 본인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반성했다. 이어 부산을 바꾸는 ‘4개의 새판’을 약속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11월 23일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부산 바꾸지 못하면 죽는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척정신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변화의 깃발을 내가 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이 전 의원에 대해 “한국의 몇 안 되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자기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훌륭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12월 3일 김무성 전 대표 및 보수진영 전·현직 의원 60여 명이 참여한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의 세미나에 연사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의원은 “수도권 경제권을 능가하는 부울경 경제권을 구축하는 데 부산이 중심역할을 맡아 태평양 경제중심도시로서의 생존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교수(전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일찌감치 보궐선거 도전 의사를 밝히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박 교수는 학교 강의와 코로나19 확산 등 이유로 공식적인 출마행사는 뒤로 미뤘다. 대신 최근 진중권 전 교수와의 시사대담,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등을 통해 “부산은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리더십의 전형을 부산에서 만들어 보고 싶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 교수는 오는 12월 15일 부산항 북항 컨벤션센터에서 부산시장 출마선언식을 가질 예정이다.
정치 신인인 전성하 LF에너지 대표도 12월 1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후보 대열에 합류했다. 전성하 대표는 “부산은 세계 흐름에 뒤처져, 제2도시라는 위상도 인천에 내줄 처지에 놓였다”며 “부산에 IT기반 ‘데이터 시티’를 구축해 새로운 부산, 희망찬 부산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원인 전 대표는 부산 사상구 출신으로 뇌과학 기후환경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40세로 국민의힘 후보군 중 가장 젊다.
현역 중에서는 서병수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병수 의원은 앞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시장을 역임했지만, 제7회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전 시장에 밀려 낙선했다. 이후 이번 4월 총선에서 부산진갑에 출마해 당선돼 5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서병수 의원이 부산시장 출마를 고심하는 이유는 국회에 돌아와 1년도 채우지 않고 다시 중도사퇴한다는 당 안팎의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서 의원은 통화에서 “여전히 고민 중에 있다”며 “1월 초쯤 결정해 입장을 밝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유기준 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이번 선거에선 가덕도 신공항이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했기 때문. 민주당은 즉시 136명 의원이 참여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 지지기반의 양축인 TK와 PK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며 분열됐다. 당론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들이 선거과정에서 입장을 명확히 밝힐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확정한 경선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비경선은 ‘100% 일반 여론조사’를 통해 4명을 압축, 본경선에서는 ‘국민 80%+당원 20%’ 투표로 치른다. 또한 본선 4명 중 1명의 신인은 보장하기로 했다. 여론조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신인보다는 인지도가 높은 중진 정치인들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 준비 중인 한 전직 의원은 “코로나19 정국에 사람을 만나 유세를 하기 힘들다. 선거가 본격화돼도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 알 수 없다. 대면 선거유세가 어려우면 현역이나 인지도 높은 후보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2월 6~7일 양일간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교수가 18.6%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야권에서는 이언주 전 의원 13.6%, 서병수 의원 11.9%, 이진복 전 의원 4.4%, 박민식 전 의원 3.2%, 유기준 전 의원 2.0%, 유재중 전 의원 1.9%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민주당 소속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의원이 12.3%와 5.5%로, 각각 전체 3위와 5위를 차지했다(리얼미터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국민의힘은 경선룰 중 여성 가산점에 대해서는 경선준비위에서 결론을 유보하고, 추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나경원 이혜훈 전 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 서울시장 후보군에는 여성 정치인의 이름이 많지만, 부산시장의 경우 현재 거론되는 여성 정치인은 이언주 전 의원이 유일하다. 여성 가산점 도입 여부도 이언주 전 의원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언주 전 의원은 여성 가산점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11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성추행으로 시작된 선거로 젠더선거”라며 “우리 당이 이번만큼은 여성을 위한 선거를 하겠다고 선언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