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김동관 사장이 총괄, 연이어 계열사 흡수합병…지분 맞교환 승계 가능성에 한화 “합병-승계 무관”
지난 12월 8일 한화솔루션은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서울 중구 한화빌딩.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 12월 8일 한화솔루션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잠정 합병 시점은 내년 4월이다. 이번 합병으로 기존 4개 사업부(케미칼·큐셀·첨단소재·전략)에 백화점과 도시개발을 더한 6개 사업부 체제가 됐다. 합병 후 자산규모는 약 2조 원이 더해져 총 17조 6811억 원에 달한다. 1년 만에 사업부가 2개에서 6개로 늘어나면서 그룹 중간지주사격인 한화솔루션이 몸집을 키우게 된 셈이다.
한화솔루션은 “각 부문 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의사 결정 구조를 단순화해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며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은 이번 합병으로 신용도가 상승해 자본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갤러리아는 프리미엄 리테일 분야의 신규사업 투자가 유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덩치가 커진 한화솔루션의 전체적인 전략을 짜야 하는 김동관 사장의 경영 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올해 1월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이 태양광·첨단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해 출범했다.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맡았다. 이후 김 부사장은 9개월 만에 사장으로 다시 승진했다.
다만 한화솔루션의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주사격인 (주)한화의 김동관 사장 보유 지분은 4.44% 수준이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와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보유한 (주)한화 지분도 각각 1.67%로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김동관 사장(50%)과 김동원 전무(25%), 김동선 전 팀장(25%)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을 경영권 승계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주)한화 지분을 확대한 데 이어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를 상장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 한화에너지가 최대주주인 한화종합화학은 내년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룹의 중간지주사 격인 한화솔루션의 몸집을 키운 후 김동관·동원·동선 삼형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션과 지분을 맞교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의 100% 자회사 한화에너지가 지배하고 있는 한화종합화학을 상장시킨 후 (주)한화가 보유한 한화솔루션 지분과 맞교환하는 것이다. 지분 맞교환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은 승계작업의 핵심인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주)한화가 보유한 한화솔루션 지분 약 37%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약 39%를 맞교환할 경우, 결론적으로 한화에너지를 자회사를 두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는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레저 등의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추후 (주)한화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세금 부담 측면에서도 지분을 맞교환하면 매각에 비해 부담이 줄어든다. 상장 시 신주발행을 통해 현금 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맞교환 시 가치 산정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한 데다 현재 한화종합화학의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종합화학의 가치가 오르면 오를수록 지분 맞교환에 유리하다. 하지만 한때 기업가치 상승에 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니콜라 투자 건은 좌초 위기에 몰렸다.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총 지분 6.13%를 확보했다. 올해 나스닥에 상장된 니콜라의 주가가 크게 뛰어올랐지만 최근 사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가는 급락했고 현재로서는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의 부진한 실적과 동종기업 주가수익비율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현재 추정치인 4조 원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영업적자는 11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화종합화학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6319억 원, 20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2000억 원가량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50% 이상 줄어든 실적이다. 맞교환을 위한 최소한의 ‘급’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이 합병에 나서고 있는 것과 경영권 승계는 전혀 무관하다. 지분 맞교환에도 막대한 세금 부담이 있고 이사회 통과 가능성도 낮다”며 “현재 승계와 관련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합병, 지분 매각 등을 검토하는 바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