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 모임서 도박·마약 등 전파 가능성…유명세 높으면 검은 조직의 ‘타깃’ 되기도
비투비 래퍼 정일훈의 대마초 상습 흡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2020년 7월 정일훈과 공범들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진=정일훈 인스타그램
그런데 이 소식이 12월이 돼서야 보도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광수대가 피의사실이 공표되지 않도록 노력한 덕분인데 마약 수사는 다소 복잡해 유명인 입건 사실이 공개되면 그 이후 수사가 어려워진다”면서 “사실 요즘 아이돌 출신이 피의자인 사건이 종종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라 상부에 연예인이라고 보고하기 애매한 경우도 많다. 비투비는 꽤 잘 알려진 그룹이라 소환 조사 등도 조심스러울 수 있었을 텐데 광수대가 각별히 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 그룹이 매년 수십 개씩 생겨나고 또 사라졌다. 아이돌 그룹 멤버가 매년 수백 명씩 양산된 것이다. 연예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진 이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일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음주운전, 폭행사건, 사기 등이 가장 많고 온라인 도박이나 마약 등의 사건에 연루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다만 연예인으로 분류하기 모호한 이들인 터라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는 유명세를 가진 아이돌 그룹 멤버들까지 이런 사건사고에 휘말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연예관계자들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데뷔한 이들은 연예인으로 자리를 잡은 이들과 아예 연예계를 떠난 이들, 그리고 그 중간 즈음에 있는 이들로 구분된다고 한다. 연예계 재입성을 바라거나 연예인의 꿈은 접었지만 연예인이나 연예관계자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연예계 주변에서 지내는 이들이 바로 중간에 있는 이들이다. 다음은 한 대형 연예기획사 홍보 관계자의 말이다.
해외 아바타 도박 사건에 휘말린 초신성 멤버 윤학. 사진=초신성 페이스북
그 중간에 있는 이들은 양쪽 모두와 두루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연예관계자들은 아이돌 리스크의 시작점을 이런 중간에 있는 이들로 보고 있다. 다음은 한 중견 가요기획사 임원의 설명이다.
“좋은 친구들이 더 많다. 답답한 연예계에서 지내는 이들한테는 그들을 만나는 게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쉼터가 되기도 한다. 그중 문제가 될 만한 친구들도 종종 있다. 보이그룹 멤버들의 경우 몰려다니다 괜한 시비가 붙을 수도 있고 돈을 빌려줬다가 못 받아 고소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마약이나 도박 같은 걸 전파하는 이들이다. 일부러 연예인을 포섭하기 위해 그런 친구들에게 사주하는 경우도 있다더라. 나중에 문제 생기면 연예인 이름을 팔아 자기들 죄 낮추고 조직을 보호하려는 거다.”
연예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본격적인 ‘아이돌 리스크’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적지 않다. 스케줄이 크게 줄어 현역 아이돌 멤버들에게 시간이 많아졌지만 갈 곳은 줄어들었다. 그 틈을 마약이나 도박 등의 불법 요소들이 파고든다. 초신성의 윤학과 성제, 비투비의 정일훈이 본격적인 아이돌 리스크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연예계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조재진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