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나오면 외연 확장 걸림돌 우려…총리·비서실장 등으로 교통정리 가능성
1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5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 16일 법무부 검찰징계위원회의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안을 재가했다. 이날 추미애 장관은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에게 징계 결과 보고 및 징계안 제청을 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추 장관 사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추 장관은 사표가 수리되거나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당분간 직무를 수행한다. 정치권에선 추미애 장관이 공수처 출범과 수사권 조정 관련 후속 작업, 1월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까지 마치고 직을 내려놓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에선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통해 ‘윤석열 사단’을 뿌리 뽑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월성원전 1호기 수사를 이끌고 있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타깃이 될 것이란 말도 뒤를 잇는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 라인의 대표적인 검사로 꼽힌다. 민주당 한 친문 의원은 사석에서 “윤 총장 팔다리를 모두 자르는 게 추 장관의 마지막 임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시선은 추미애 장관 향후 행보에 모아진다. 우선 4월 보궐선거 서울시장 출마설이 거론된다. 추미애 장관도 내심 서울시장 출마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 장관은 ‘서울시장이나 차기 대선 출마 의향’ 질문에 “법무부 장관으로서 오직 검찰개혁에 사명을 가지고 이 자리에 왔다”며 “검찰개혁을 하기 전까지는 정치적 욕망, 야망을 갖지 않기로 맹세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장관직을 그만둔 다음에는 할 수 있다는 말이냐’는 물음에는 “그거야 알 수 없고, 검찰개혁이 완수될 때까지는(안 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번에 장관직 사의를 표하면서 정치 일정 상황이 유동적으로 변할 여지가 생겼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12월 22일 발표한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6.3%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큰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추미애 장관이 8.8%로 2위를 기록했다. 박주민 의원과 우상호 의원은 각각 7.2%와 6.6%로 그 뒤를 이었다(한길리서치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추 장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친문 진영에선 곤란해 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추 장관은 서울에서 5선 의원을 지냈다. 법무부 장관으로 가기 전부터 서울시장 욕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중진의 무게감에 당내 경선이나 본선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도 “당 입장에서는 추 장관이 나온다고 하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의 갈등 과정에서 여권 지지층으로부턴 호평을 받았다. 주로 친문 진영에서였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중도층으로 구분되는 국민들에게 비호감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추미애 장관 존재 자체가 외연성 확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일각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추미애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당내 경선에 나설 경우 친문에서는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과의 갈등 국면을 최전방에 서서 막아냈다.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보답이 있어야 한다. 출마를 막는다든지 해 추 장관과 관계가 틀어지면 친문에게 정치적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한 3선 의원은 “추미애 장관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올 거라고 본다. 추 장관 입장에서는 친문진영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고 있는 지금이 전성기다. 시간이 지나 퇴색되기 전에, 가장 응축된 힘을 모을 수 있는 게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기 때문에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추나땡(추미애가 나오면 땡큐)이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길 가능성이 있지만, 중도층이 많은 서울시 유권자들에게는 비호감도가 크다. 표의 확장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좋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궐선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 또는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국민적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이 내려지기 전 12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을 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추 장관이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추미애 장관이 추진력과 강단이 있는 성격은 맞다”면서도 “추 장관도 의원 5선에 당대표까지 지냈다. 시끄럽고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선거에 부담이 되는 자충수를 던지면서까지 출마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무총리 또는 비서실장 등으로 청와대 입각 가능성에 대해서도 “보궐선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추 장관이 더 큰 꿈을 꾸고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추미애 장관은 당 대표가 끝난 이후 본인도 대권주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울시장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추 장관이 차기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을 재신임해 장관직을 유지시킬 가능성도 남아있긴 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통령님의 재신임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올라온 지 일주일 만인 12월 23일 기준 34만여 명이 참여했다.
자신을 ‘검찰개혁과 조국대전’ 작가 김두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이 내려졌지만 저들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법의 허점을 찾아 자신들의 징계를 무력화시키고 검찰개혁에 저항하려는 시도를 한다”며 “검찰개혁 시즌2에 해당하는 공수처의 확실한 출범과 검찰 쿠데타를 주도한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검찰 주류 세력들이 자신들의 비위나 불법행위에 대한 심판을 받는 과정까지 추미애 장관이 자신의 직무를 충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재신임 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추 장관 유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이 앞서 추 장관이 사의를 표했을 때 명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추 장관의 ‘거취 결단’을 높게 평가하고 ‘마지막 맡은 소임’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한 대목 등으로 미뤄보면, 결국 추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자를 인선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