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강간·살인·사체유기·손괴에도 무기징역…법원 “사형은 극히 예외적” 국민정서와 괴리
중국에서 10세 여아를 강간 살해한 흉악범에게 사형이 확정됐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최근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10세 여아를 강간 살해한 양광이의 최종심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최고인민법원은 사형을 선고하며 미성년자 대상 범죄에 대한 엄벌과 성범죄 절대 무관용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 이를 두고 국내 네티즌들이 중국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12년 형을 마치고 석방된 조두순을 비롯해 각종 잔혹 범죄 사건에서 법원 판결이 국민 법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의 오원춘 사건’으로 불린 2013년 ‘용인 엽기 살인사건’의 범인 심 아무개 씨 역시 무기징역으로 형이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 선고되는 형벌로 정당화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허용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사건 발생 6일 뒤 양광이는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고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그렇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자수했다는 점을 참작해 사형 집행을 유예하면서 중국 사회가 들끓었다. 그리고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최종심에서 사형을 확정했다. 자수했지만 죄질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처벌을 줄여줄 수 없다는 게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결정이다. 중국 언론은 이번 결정을 ‘정의를 실현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한민국 법원에서 사형 선고는 극도로 제한적이다. 중국 ‘패션후르츠 소녀 살인사건’의 범인 양광이는 미성년자를 강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선 이보다 더한 흉악범일지라도 사형 선고는 이뤄지지 않는다. 10대 여성을 강간 살인하고 사체 유기와 훼손까지 혐의가 더해졌음에도 무기징역 정도에 그칠 뿐이다.
2013년 발생한 ‘용인 엽기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1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성폭행한 사건이다. 고등학교 중퇴 후 커피숍 종업원으로 일하던 가해자 심 아무개 씨는 2013년 7월 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의 한 모텔에서 17세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성폭행했다. 미리 공업용 커터칼 등을 준비해 놓았던 심 씨는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선 이 사건을 ‘제2의 오원춘 사건’이라 불렀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살인, 강간,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심 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 판결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 선고되는 형벌로 정당화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허용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2014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은 강제 성매매, 시신 훼손, 암매장 등 범행이 매우 자극적이고 충격적이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동갑으로 당시 15세 3명과 이들의 김해 지역 선배인 20대 3명이다. 가출 청소년이던 15세 가해자들은 인터넷으로 ‘조건만남’ 대상을 물색해 피해자를 지목한 뒤 성매매를 강요했다.
피해자는 울산과 대구 등의 모텔을 전전하며 성매매를 해야 했고 가해자들에게 학대까지 당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팔에 끓는 물을 붓고 무차별 폭행을 했다. 냉면 그릇에 소주 2병을 부어 마시도록 한 뒤 게워낸 토사물을 다시 핥아 먹게 했다. 결국 피해자는 모텔 인근 주차장에서 탈수와 쇼크로 인한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다. 그러자 이들은 신원확인이 되지 않도록 시신의 얼굴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였다. 이후 야산에 시신을 묻고 시멘트 반죽을 시신 위에 뿌려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도 사형은 없었다. 20대 가해자 허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는 무기징역을 확정 판결 받았고 또 다른 이 아무개 씨는 징역 35년을 받았다. 또한 당시 15세였던 가해자 양 아무개 양이 단기 6년에 장기 9년의 징역형, 허 아무개 양과 정 아무개 양이 각각 단기 4년에 장기 7년 징역형을 확정 판결 받았다.
당시 15세였던 가해자들의 경우 나이가 어렸다는 부분과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 형량에 영향을 미쳤다. 무기징역을 받은 20대 가해자들 역시 피해자 사건과 별개로 조건만남을 빙자, 40대 남성을 유인해 돈을 뜯어내려다 들통나자 마구잡이로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가 더해져 무기징역이 나온 것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2018년 9월 6일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고 법원을 나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2017년에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큰 충격을 줬다. 이영학은 2017년 9월 딸 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성추행했으며 다음날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강원도 야산에 버렸다. 1심 재판부는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요즘 흔치 않은 사형 선고로 그만큼 이영학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그렇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직전 이영학의 정신상태가 불안했으며, 재범 우려가 매우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범행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의 딸은 단기 4년, 장기 6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