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지엠 노사는 새해를 불과 10여 일 남겨두고 임단협 합의에 성공하며 내년 경영정상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올해 임단협은 노사가 지난 7월 22일 상견례를 가진 이후 5개월간 26차례의 교섭을 벌인 끝에 최종 타결됐다.
임단협이 타결되기까지 고비는 많았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부분파업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8만5,000여 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1차 잠정합의안은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하마터면 무산될 뻔 했던 연내 임단협 타결은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이뤄냈다. 마침내 찬반투표를 통과한 두 번째 잠정합의안에서 노조는 3년 연속 기본급 동결에 동의했고 사측은 부평공장을 위해 최대 가동률에 해당하는 신차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의 생산시설, 장비, 금형에 1억9,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이제 올해 임단협은 뒤로 하고 경영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노조는 우선 연말연시 휴가를 반납하고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휴일 및 주말에도 특근과 잔업을 이어간다.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의도다.
내년 사업계획도 이미 구체화됐다. 한국지엠 산하 쉐보레 브랜드는 2021년에 6종 이상의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완전 신차 및 부분변경 모델 4~5개 차종 외에,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신모델과 볼트EV의 부분변경 모델 등 2개 차종 이상의 전기차 출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임단협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신차 라인업도 탄탄하게 구축한 만큼 2021년을 경영정상화의 원년으로 삼고 흑자전환을 목표로 정진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지엠은 올해 임단협 협상 중에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임금협상을 2년 주기로 진행하자고 노조에게 제안한 바 있다. 노사 협상에 들이는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현재 모든 완성차 업체가 노조와 매년 임금을 협상하고 있다. 단체협약은 2년마다 협상한다.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비록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한국지엠은 이 제안으로 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짧은 협상 주기가 잦은 파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한국 자동차 업계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생산성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격년 또는 3~4년 단위로 임금협상을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7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생산직 노동자의 77.8%가 적절한 임단협 주기로 ‘2년 이상’을 꼽았다. 우리나라라고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2년체 협상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협상 주기 연장은 다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노조에게 꺼내 놓기 힘든 얘기”라며 “한국지엠의 제안을 시작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다시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자 김선호 Sh55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