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업종’ 분류돼 지급액 적어…“사실상 1년 내내 집합금지” 생계 막막
그런데 코로나19로 2020년 피해가 가장 큰 업종 1위에 꼽혔던 여행업(관련기사 2020 날개 없는 추락 여행·면세·항공업계 2021은 다를까)에는 지원금이 100만 원에 그쳤다. 이번 코로나19 3차 확산에서 집합금지나 집합제한 업종으로 분리되지 않은 까닭이다.
3차 재난지원금인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은 집합금지 업종 11종에는 300만 원, 집합제한 업종 11종에는 200만 원, 일반업종에는 100만 원을 각각 지원하며 약 280만 명이 지원금을 받게 된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홈페이지 캡처
여행업은 집함금지나 집한제한 명령을 받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채 1년여를 보내고 있으며 피해도 가장 컸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책이 발표될 때마다 영업이 일부라도 가능한 식당이나 카페보다 부족한 지원을 받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크다. 집합금지 업종과의 지원 금액 격차도 2차 재난지원보다 100만 원 더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업에 등록된 사업체 가운데 10인 미만 업체가 90%에 달한다는 점에서 식당·카페 등의 소상공인과 다를 바 없는 데다 임대료와 생활고에 허덕이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어 집합금지 업종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우선 해외로부터 입국 시 자가격리 2주라는 정부 규제가 사실상 집합금지 업종과 다를 바 없이 매출 제로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여행업계의 주장이다. 또한 여행사를 통한 국내 여행 역시 ‘여행은 미루거나 취소하라’는 정부 정책과 지자체의 주요 관광지 폐쇄로 사실상 불가능한 터라 집합금지 업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원 3명을 둔 여행사를 운영하는 A 씨는 “임대료를 내고 그나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얼마 전부터 방역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생활격리 시설에서 일하며 하루 일당 11만 원을 받는데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일감이 끊겼다”며 “직원들은 여행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묶여 그동안 정부의 유급휴직과 무급휴직 지원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고용주에겐 아무런 지원책 없이 임대료와 유지비 부담만 있는 상태다. 고용주에게도 생활비 지원을 해줘야 고용유지를 할 것 아닌가. 사업 영위는 둘째 치고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전했다.
소규모 여행사를 운영하는 90% 이상의 여행업 대표들은 하나같이 “고용주에게는 실질적인 지원금이 없는 상태”라며 “고용유지를 하려고 해도 임대료 등 기타 유지비용 등이 필요하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등에서도 여행업을 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랜드사(현지여행사)는 더 열악하다. 국내에 여행업 등록을 한 랜드사는 여행사와 마찬가지로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분류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랜드사는 이마저도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대형 여행사들이 결제를 미루고 있는 미수금을 상당부분 떠안고 있는 상태라 빚까지 짊어지고 있다.
해외로부터 입국 시 자가격리 2주라는 정부 규제로 인해 여행업은 사실상 집합금지 업종과 다를 바 없어진 지 1년째다. 사진=일요신문DB
중소벤처기업부는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저금리 융자지원책도 내놨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정책자금을 활용해 집합금지업종 10만 개에는 1.9% 저금리로 1조 원을 융자지원하고, 영업제한업종 30만 개에는 신용보증을 통해 3조 원을 2∼4%대 금리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행업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뚜렷한 융자지원도 없다.
직원 5명의 소규모 여행사를 운영하는 B 씨는 “한국여행업협회 등으로 내려오는 융자 정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담보가 필요하거나 요건이 까다로워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행사가 많지 않다. 담보가 튼튼하거나 융자요건을 쉽게 채울 수 있는 중대형 여행사들 중심으로 융자를 받아가는 걸로 알고 있지만 그나마도 활용도가 낮다고 들었다”며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하고 당장의 자금이 필요한 작은 업체들에는 막상 융자 정책이 멀리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여행사 대표들은 “그렇다고 마음대로 폐업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폐업신고를 하려면 그동안의 정부 융자를 모두 갚고 지원금도 일부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틸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더 이상은 버티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국 2만여 개의 여행사 가운데 실제로는 대부분의 소규모 여행사가 폐업한 상황이지만 통계에는 폐업한 여행사 개수가 1000~2000개로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프리랜서 가이드 등을 포함해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여행업계는 이들을 영세 소상공인에 포함시켜 정부 혜택에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공정여행업협회는 1월 말경부터 전국 17개 지자체와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돌며 생존권 보장을 위한 1인 릴레이 시위도 계획 중이다. 이들의 캐치프레이즈는 ‘정부 명령 따르는 우리에게 더 이상 일방적인 감내와 희생만을 강요하지 말고 합리적인 대안과 대책을 마련하라’다. 직원 5인 이내의 소규모가 대부분인 여행업계에서는 생계유지와 재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