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검찰 수사·기소조직 분리 법제화 추진…‘경찰 수사력 부족, 정치적 사건에 취약’ 논란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이 12월 30일 국회에서 검찰개혁특위 운영방향 및 향후계획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검찰 입장에서는 당연히 ‘말도 안 된다’는 게 중론이지만, 윤석열 총장 징계 추진 때처럼 반발이 거세지는 않다. 아직 여당에서 추진 중인 내용이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징계 때와 달리 대놓고 반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내부에서 나오는 전망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수사권 및 기소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의 권한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 경찰의 수사력이 과연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당장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양천경찰서의 정인이 사건 조사 과정은 ‘경찰의 부족한 수사 능력’을 보여준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검찰·경찰 뒤바뀐 위상?
올해부터 시작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은 오랜 기간 가지지 못했던 권한을 하나 확보하게 됐다. 바로 1차 수사 종결권이다. 기존에는 모든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이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를 해서 판단을 받아야 했다면, 이제 경찰은 무혐의 사건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종결을 할 수 있게 됐다.
수사도 대부분 경찰이 주도하게 됐다. 기존에는 검찰이 원할 경우 사건을 무조건 이첩해야 했지만, 올해 검찰은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 등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해당 범죄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직접 수사개시가 가능하며, 그 외의 사건은 모두 경찰의 몫이 됐다.
검찰 풍경도 바뀌었다. 수많은 민원인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할 대상 범죄 예시’를 적어놓는 등, 고소장 접수도 경찰로 유도하고 있다. 대검찰청 역시 1월 3일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 지침이 담긴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문서를 각급 검찰청에 내려 보냈다.
#“개정안으로는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에 검찰개혁 시즌2를 이뤄낸다는 목표를 잡고 속도를 올리고 있다. 올해 조정된 개정안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검찰로부터 아예 수사권을 뺏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검찰은 6대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한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 검찰을 기소 전문기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년사에서 “검찰의 변화와 개혁은 형사사법시스템과 관련된 법령의 개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민주당 내에 발족된 검찰개혁특별위원회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검찰개혁특위는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과 경찰 출신 의원까지 합류했는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가진 부분을 ‘조직 나누기’로 손보겠다는 방안이 거론된다.
윤 위원장은 2020년 12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에서도 6대 범죄에 대해 수사 전담하는 조직을 기소 전담 조직과 분리하는 등의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며 “검찰 개혁 과제를 추출해 최소한 2021년 2월 내에 법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부패·선거·공직자 등 6대 범죄로 한정된 검찰의 수사권을 가진 조직을 기존 검찰과 별도로 분리하고, 기존의 검찰은 기소권만 가진 조직이 되는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년사에서 “검찰의 변화와 개혁은 형사사법시스템과 관련된 법령의 개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반발했지만, 180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이 이를 추진할 경우 브레이크를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2020년 검찰 개혁은 ‘개혁’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에 집중하다 보니 검찰 반발에 대해 여론도 어느 정도 힘을 보태줬지만, 검찰의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건드릴 경우 검찰의 반발이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어 반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족한 경찰 수사력이 변수?
‘정인이 사건’을 필두로 경찰의 수사력 부족 논란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세 번의 학대 신고에도 해당 사건을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의견 송치해 논란이 됐다. 특히 1차 신고가 있었던 5월 당시에는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측에서 멍과 상처 등 학대 정황이 담긴 다수 사진을 증거자료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양부모의 말을 믿고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결국 지난 6일 사과문을 내고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 최고 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휘 책임을 물어 서울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권력에 대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봐주기 의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인이 사건’을 필두로 경찰의 수사력 부족 논란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사과문을 통해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용구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2020년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택시 기사가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자 멱살을 잡아 폭행했지만, 경찰은 입건도 없이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했고 폭행 혐의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고 해명했지만, 운전 중인 자동차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0항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봐주기’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담 TF를 꾸리고 수사관 50여 명을 투입해 5개월 동안 5개 혐의를 수사했지만 결국 공소권 없음이나 불기소로 모두 마무리한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박 전 시장 관련 서울시 관계자 방조 의혹에 대해서도 불기소(혐의 없음)로 사건을 마무리하며 2장의 처분 결과만 발표했는데, 이는 검찰이 6장의 비교적 상세한 수사 결과 공개와 비교가 됐다는 평이다. 경찰이 정치적으로 얽힌 사건에 더 취약하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는 공공연하게 나온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