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필승카드 필요해 윤 총장 건은 부담…월성원전·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거론
당초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찍어내기’가 오히려 윤 총장을 야권 대선 후보 1위로 만들어주면서 공수처에서 윤 총장을 수사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은 낮다. 수사 성공 가능성도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대전지검 월성원전 의혹 사건을 이첩해 오는 안도 거론한다. 한편으론 지금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건이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지명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공수처장 후보자 청문회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인, 1월 23일까지 김 후보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국회는 문 대통령에게 청문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경우 후보자 자체적인 논란보다는 공수처 자체에 대해 야당이 반대하는 모양새라, 청문회는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대 국민의힘 간 힘겨루기로 끝나고 김 후보자의 공수처장 임명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지도부에서) 가급적 (청문회 일정을) 당겨 공수처 출범을 1월 중에 완료하자는 의견 개진이 많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공수처장이 1월 셋째 주에 공식적으로 임명되면 1월 안에 공수처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인데, 법조계 역시 1월 안에 공수처는 물론 차장과 수사관 구성도 어느 정도 윤곽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사관 인선까지 모두 끝나는 것을 고려할 때, 2월에는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첫 수사 대상은 누구?
공수처는 공수처법 2조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광역단체장, 판·검사 등 전반적인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 전·현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 역시 해당하는데,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이 독점했던 기소권도 일부 나눠 가진다.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에 기소권이 있다. 다만 기소 대상이 아닌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의 범죄는 수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수사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출범하는 공수처인 만큼, 여권 일각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및 측근 비리를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윤석열 총장을 찍어내려고 징계위원회 등을 동원했다가 역풍을 맞은 상황에서, 공수처의 중립성 논란을 자초하는 윤 총장 수사를 선택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총장 관련 사건을 특수부 성격의 반부패부에 배당했지만, 수사팀 일각에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 수사하지 않겠다”는 내부 반발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였다. 1호 사건은 무조건 기소까지 성공시켜야만 하는 공수처에서 해당 사건들을 넘겨받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 일각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및 측근 비리를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김진욱 후보자도 2020년 마지막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공수처의 중립성 우려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어떻게 (공수처가) 되돌려드릴 수 있을지 심사숙고하겠다”면서도 염두에 둔 공수처 1호 사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염두에 둔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와 가까운 법조계 관계자는 “올해 보궐선거,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윤석열 총장을 억지로 수사하려고 했다가는 그의 지지율만 올려줄 수 있다는 게 여권 내 공통된 인식이고, 윤 총장 사건의 경우 기소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더더욱 1호 사건으로 선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성원전 사건 유력하지만…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역시 유력한 공수처 1호 사건 후보 가운데 하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정지와 정직 징계를 딛고 업무에 거듭 복귀하면서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지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임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뒤 출범을 앞둔 공수처에서 1호 수사로 월성원전 사건 이관을 요구할 때 힘을 보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검찰은 당시 관련 자료를 직접 삭제·지시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해 기소한 상황이다. 해당 자료 평가 조작 의혹이 본 수사 내용이기 때문에 아직 검찰은 이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3명은 자료 삭제 및 지시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윗선의 지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우려에 한국수력원자력 전·현직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냈던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백 전 장관 등 청와대를 겨눈 수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비공식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대전지검이 수사 중이지만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1호 사건으로 이를 선택할 수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라임·옵티머스 등 정권 인사들 연루 의혹 사건들이 거론되는 이유기도 하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1호 사건은 반드시 성공을 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무혐의’를 주기 위한 수사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널A와 검찰 유착 사건처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새로운 사건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선 변호사는 “아직 1월 말, 2월 초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그때가 되면 서울시와 부산시 보궐선거로 분위기가 더 선거정국이 될 것”이라며 “그때 즈음에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사건이 새롭게 등장하고 이를 공수처가 수사하는 그림이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