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처럼 부모 의견 절대적…결별 뒤 ‘급’ 역전, 회심의 복수 사례도
현빈 손예진의 열애는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사진=tvN ‘사랑의 불시착’ 홈페이지
2010년 장동건 고소영 부부가 결혼을 발표하면서 엄청난 화제가 양산됐다. 언론에선 1964년에 결혼한 신성일 엄앵란 커플 이후 최고의 스타 부부, 소위 말하는 ‘세기의 커플’이 탄생한다고 보도했다. 그 사이 차인표 신애라, 이재룡 유호정, 손지창 오연수, 김호진 김지호, 김승우 김남주, 연정훈 한가인, 권상우 손태영, 설경구 송윤아 등의 스타 부부가 탄생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장동건 고소영은 한류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는 이들이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는 점이다. 이후 원빈 이나영, 이병헌 이민정, 비(정지훈) 김태희, 그리고 비록 이혼했지만 송중기 송혜교 등 한류스타들이 연이어 결혼했다.
이제는 현빈 손예진이다. 일본에서는 장동건 고소영을 잇는 세기의 커플이 탄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원빈 이병헌 등도 한류스타지만, 현빈과 손예진은 일본에서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화제성이 남다르다. 한 일본 매체 관계자는 “‘겨울연가’가 큰 인기를 끌었을 당시 만약 두 주연배우인 배용준과 최지우가 열애를 하고 결혼 발표를 했다면 엄청난 화제가 양산됐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를 보면 현빈과 손예진이 더 인기다”라며 “그런데 이들이 실제로 열애 중이며 결혼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엄청난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왜 유독 한국에는 톱스타 커플이 많은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해 상당수의 연예관계자들이 ‘급’을 따지는 한국 고유의 문화, 내지는 선입견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톱스타의 부모와 측근, 내지는 소속사 고위 관계자 등이 문제라고 한다. 한 중견 연예관계자의 설명이다.
2010년 결혼식을 앞두고 팬들과 취재진 앞에 나서 인사를 하고 있는 장동건 고소영 커플. 사진=박은숙 기자
“‘걔가 좋은 사람인 건 알지만 너랑은 급이 안 맞는다.’ 사랑에 빠지는 당사자야 그런 계산을 잘 안하지만 부모를 비롯해 주위에선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굳이 연예인하고 결혼할 생각이라면 급이 맞아야 된다는 얘기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선 부모의 반대가 결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물론 반론의 여지는 있다. 요즘 부모가 반대한다고 그 뜻에 따르는 일반인들이 얼마나 될까. 때문에 트렌드를 주도하는 연예인이 ‘급이 맞지 않는다’는 부모의 반대로 흔들린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음은 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설명이다.
“톱스타일수록 연예계라는 울타리 속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어 오히려 트렌드를 잘 모른다. 그래서 그들에게 부모의 존재가 더 절대적이다. 부모 역시 반드시 급이 문제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일종의 경영권 분쟁 같은 개념이다. 톱스타는 걸어 다니는 기업이다. 대부분의 톱스타는 부모가 톱스타의 수입을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일종의 경영자인 셈이다. 또 다른 톱스타와의 결혼을 우량한 기업의 합병으로 여긴다. 아예 결혼한 뒤에도 부부의 수입을 각자의 부모가 따로 관리하는 톱스타 부부도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 뜨겁게 사랑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연예계에 국한된 슬픈 러브스토리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과거 남성 톱스타와 열애했던 여배우 A는 본인 역시 주연급으로 스타로 분류되고 있었음에도 상대방의 부모에게 불려가 ‘너는 우리 애랑 결혼할 급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이에 A는 엄청난 충격에 빠져 한동안 우울증으로 힘겨워 했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인기는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급이 다르다는 이유로 결별했지만 몇 년 뒤 오히려 ‘급이 낮다’고 팽당한 연예인이 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남성 톱스타 B다.
신인 시절 좋은 작품을 만나 스타덤에 오른 B는 당대의 여성 톱스타 C와 열애를 시작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 역시 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절치부심한 B는 결국 당시 급이 낮다며 자신을 찬 여성 연예인을 능가하는 톱스타로 거듭났다. 결국 C는 결혼했지만 B보다는 ‘급’이 낮은 남성 연예인이었고 과거 B와의 교제를 반대했던 C의 부모가 뒤늦게 아쉬워했다고 한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