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6분 만에 1300억 원어치 팔아…기업인 9000명 접속 신개념 ‘공유 전용기’도 주목
2020년 12월 30일 오후 8시. 중국 기업인 100만 명이 가입해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생방송에 흥미로운 문구가 소개됐다. 곧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힘든 모양새의 로봇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이 여성 로봇의 미모에 감탄했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으로 비행기를 구입한다는 점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공유 전용기 판매로 화제 모은 로봇 앵커 지우메이. 사진=현지 언론인 제공
‘지우메이’라는 이름의 로봇 앵커가 이날 판매한 물건은 비행기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여럿이서 비용을 분담해 함께 이용하는 ‘공유 전용기’다. 라이브 방송엔 9058명의 기업인들이 접속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6분 만에 티엔지우통항에서 만든 전용기 10대가 팔렸다. 총 금액은 8억 위안(1300억 원)가량이었다.
중국 언론들은 이 방송을 비중 있게 다뤘다. 중국 인터넷 쇼핑계에서 ‘품절 여왕’으로 불리는 웨이야가 2020년 4월 로켓 5대를 팔아 4000만 위안(68억 원)가량을 팔았던 기록을 가뿐히 뛰어 넘었다며 놀라운 반응이었다. 지우메이가 판매한 8억 위안은 중국 인터넷 쇼핑 단일 품목 상품으로선 사상 최대 금액이다.
이날 방송에 나선 ‘지우메이’는 기존 앵커와 똑같았다. 옷차림, 표정, 말투 등 모두 사람과 흡사했다. 중국에서 지우메이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라이브 방송에 참여했던 기업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서 지우메이는 ‘국민 여동생’으로 불린다. ‘여동생으로부터 비행기를 샀다’고 자랑하는 기업인들도 있었다.
티엔지우 그룹은 이번 로봇 앵커의 항공기 판매를 위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쏟아 부었다. 2016년부터 5억 위안(850억 원)가량, 400여 명의 전문 연구개발팀을 투입했다. 이번에 생방송을 한 곳은 티엔지우가 운영하는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실명으로 가입한 기업인들은 평판, 업무 노하우 등을 공유한다. 또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자금 등도 유치할 수 있다. 회원만 100만 명을 돌파했다. 로봇 앵커 지우메이의 방송은 티엔지우가 회원들에게 선보이는 첫 번째 혁신적 시도다.
한 전문가는 “로봇 앵커가 비행기를 파는 가장 큰 포인트는 시공의 제한을 돌파했다는 데 있다.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더욱 직관적이고 충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다. 강력한 알고리즘 기술(티엔지우)의 조력 하에서, 최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포인트는 항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바로 공유 전용기다. 2020년 12월 중국 첫 공유 전용기인 티엔지우통항의 ‘티엔지우 1호’는 미란국제공항에서 첫 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교통운수부 부부장과 중국 민용항공국(民用空局) 국장을 지낸 리자샹(李家祥)은 “티엔지우통항은 당 중앙의 이념 공유를 관철하는 하나의 혁신이며, 민간 항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한 것”이라며 극찬했다.
로봇 앵커 지우메이가 이번에 판매한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의 ‘페놈(PHENOM) 300E’ 기종. 사진=엠브라에르 홈페이지
중국 당국 추산에 따르면 업무를 위해 전용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업인은 3만 명가량이다. 하지만 실제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은 300명뿐이다. 1%에 불과한 셈이다. 우선 구입 및 유지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돈에 비해 이용률도 낮아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티엔지우통항은 공유 개념을 도입했다. 비행기 한 대를 40명의 기업가가 공유하는 방식이다. 우선 1인당 200만 위안(3억 4000만 원)가량을 낸 뒤, 이용할 때마다 비용의 2.5%만 내면 전용기 서비스를 100%의 받을 수 있다. 즉 차 한 대 가격으로 비행기 한 대를 갖게 되는 것과 동시에 비용은 최소 3분의 2를 절감 할 수 있다.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공유 전용기를 만들어 판매해왔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회사는 2010~2012년 3년 사이 미국에서 720대의 공유 전용기를 구입했다. 현재 1100여 대의 공유기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기업이다. 공유 전용기는 시대 발전의 필연적 추세로 자리 잡았고, 티엔지우통항은 이를 중국에 도입했다.
로봇 앵커 지우메이가 이번에 판매한 비행기는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가 만든 ‘페놈(PHENOM) 300E’ 기종이다. 티엔지우통항 기본 기종으로 안전성 신뢰성 가성비를 겸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버핏이 전세기로 처음 선택한 모델이기도 하다. 티엔지우통항은 앞으로 고객의 필요에 따라 고가형 등 맞춤형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은 공유 전용기 사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홈페이지도 2020년 12월 전용기 공유 첫 비행에 대해 특집기사를 소개했다. 기업인들이 앞 다퉈 전용기 공유에 나서면서 오랫동안 잠잠했던 천문학적 규모의 중국발 블루오션 시장이 폭발할 전망이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