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과의 형평성·관제 기부 가능성 우려…국민의힘 “반시장적 발상” vs 민주당 “보수정권도 추진”
1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TF’ 1차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왼쪽은 TF 단장을 맡은 홍익표 정책위의장. 사진=박은숙 기자
1월 11일 이낙연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된 경제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소위 ‘코로나 이익공유제’ 도입을 꺼내들었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나 기업 등에서 이익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온라인 플랫폼·커머스 업체나 금융사, 배달업체 등이 코로나19 특수를 맞은 대상 기업으로 거론됐다.
민주당은 즉각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 태스크포스(TF)’를 출범,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범주도 넓어지고 있다. 이익공유와 사회적 연대 기금 조성에 이어, 민간은행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이자를 제한하거나 대출상환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낙연 대표는 1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이 이익공유제 관련 법안을 국회에 내놨다”며 “소관 상임위에서 관련 법안들을 신속히 심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입법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 TF’ 단장을 맡은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1월 18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출연해 “인센티브 세제 혜택을 위해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강제화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이익공유제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심스럽지만 우려감 나타내는 재계
자발적 참여 전제에도 경제계는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월 17일 ‘이익공유제의 5가지 쟁점’ 자료를 통해 이익산정의 불명확성, 주주 재산권 침해, 경영진의 사법적 처벌 가능성, 외국기업과의 형평성 우려, 성장유인 약화 등의 이유를 들어 이익공유제 논의에 정치권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업 손익은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돼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성과 측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배당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업이익이 기업과 관련 없는 곳에 지급될 경우 주주 이익이 직접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익공유제로 기업 이익을 임의로 나눌 경우 경영진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있고, 기업의 혁신과 성장 유인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과거 망사용료, 수수료 등 문제에서 국내기업과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외국기업 사이에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익공유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 정부가 외국기업에 이익공유제를 요구할 수 있겠느냐”며 “국내기업에만 이익공유제를 적용하면 시장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여당이 아직 명확한 추진 방향을 정하지 않은 만큼 기업도 신중히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온라인 플랫폼기업 관계자는 “민주당과 아직 별다른 논의가 진행된 바가 없다”며 “이익공유제 대상이 되는 기업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권, 온라인 플랫폼기업, 반도체 회사 등 다양한 기업이 오르내린다. 아직 정부여당의 도입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먼저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민주당은 제도화를 통한 강제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 사례도 있듯이 정부여당이 말하는데 ‘자발적 참여’를 단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기부를 강요하는 것으로 사실상 받아들일 것”이라며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에서 글로벌 기업 몇 곳이 이익공유제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은 정부의 요청 이전에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이익공유제 도입에 걱정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시장경제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만 봐도 시장과 맞서는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그런 정부가 이번에는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오니까 기업들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실패했는데, 이번엔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 20일 코로나19 9차 회의를 마치고 “민주당 일각에서 이익공유제를 떠드는데 지금 시급한 것은 지난 1년간 경제적 손실을 본 사람들에 대한 지원 대책”이라며 “당장 지원 대책을 시행하면 이익공유제 논의 과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1월 13일 국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 차원의 부동산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배준영 대변인 역시 이낙연 대표의 첫 언급 직후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 정당한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 기업과 국민들의 희생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경우 이낙연 대표의 이익공유제 도입 구상에 큰 틀에서는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자발적 참여’가 아닌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익공유제 도입에 대한 비판에 대해 과거 보수 정권에서도 추진된 바 있어 비판이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성과공유제, 2011년 이명박 정권에선 초과이익공유제, 2012년 박근혜 정부의 협력이익배분제, 2018년 문재인 정부 협력이익공유제 등 명칭만 바뀌고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공유하자는 논의는 반복돼왔다. 하지만 제도 도입 및 안착에 실패했다.
이에 이번에도 이익공유제 실제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당에서 의지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하면 도입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4월 보궐선거 ‘뜨거운 감자’ 될까
이익공유제 논란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높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보궐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4차 재난지원금에 이어 이익공유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민주당의 후보가 국민의힘과 후보에 밀리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월 11~15일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국민의힘은 2.5%p 오른 35%, 민주당은 2.7%p 내린 26.3%를 기록했다(리얼미터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난해 4·15 총선 때에 비해 정권 안정론보다 정권 심판론에 대한 목소리 역시 높아진 분위기다.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정책 실패가 꼽힌다. 부동산 정책은 서울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에 민주당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익공유제·재난지원금 등 휘발성 강한 정치쟁점을 꺼내 여론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신율 교수는 “이익공유제는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 정책이 아니다. 반면 부동산 문제는 전 국민에 해당한다”며 “보궐선거에서 이익공유제와 4차 재난지원금을 정치쟁점화시킨다고 부동산 문제를 희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을 두고 재난지원금 이익공유 얼마 받는다고 국민들의 시선이 돌아가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