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힘들지만 인지능력 회복, 1타강사 박광일 구속에 응원 쏟아져…“이제 잊히고 싶다”
1월 18일 대입수능 국어 1타 강사로 유명한 박광일 씨에게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댓글 조작 업체를 차려 수백 개의 차명 아이디를 이용해 경쟁 강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단 혐의다. 박광일 씨의 구속으로 학원계 댓글 조작을 폭로했던 대입수능 1타 강사였던 삽자루(본명 우형철) 근황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유명 학원강사 삽자루의 근황이 전해졌다. 뇌졸중 이후 많이 호전돼 현재는 책도 읽고 말하기도 자유로운 상태라고 한다. 사진=삽자루 유튜브 캡처
삽자루는 2009년부터 학원가 댓글 조작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2010년 초부터 그는 각종 학원으로부터 허위사실,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당하며 소송전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 전국 1위 수학강사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소송이 계속되면서 인기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2017년 삽자루는 ‘수능강의 업체인 이투스가 댓글 알바를 고용해 경쟁 학원이나 강사를 깎아내리는 글을 작성하고 마케팅을 한다’고 폭로했다. 삽자루는 이투스에 속해 있었고 댓글 알바 활동을 이유로 이투스와 계약해지를 주장했다. 2020년 6월 대법원은 ‘불법 댓글 조작이 있었지만 적법한 계약해지가 아니다’라며 75억 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전인 2020년 3월 삽자루가 그동안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뇌출혈로 쓰러졌고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렵다는 게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과거 삽자루에게 강의를 들었다는 A 씨는 “삽자루 선생이 좋은 일을 하려다가 고초만 겪었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명 1타 국어강사 정지웅 씨도 “삽자루는 자기만의 고집이 워낙 강했다. 과격한 화법으로 ‘꼴통’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학원업계에서 가시밭길을 걸으면서도 댓글 문제를 폭로해 자정작용을 일으키게 한 것은 모두가 인정해줘야 한다. 그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던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삽자루가 폭로했던 강사인 박광일 씨가 최근 구속되면서 다시 한 번 삽자루를 찾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많은 누리꾼들은 댓글 조작 문화를 없애려고 하다 소송에서 패소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그가 했던 말은 옳았다는 소식이 전달되길 바랐다. 2020년 쓰러지기 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삽자루는 패소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식당에서 만난 제자 밥값도 내줄 돈이 없어 눈물이 났다는 일화를 회상한 바 있다. 최근 누리꾼들은 모금을 통해 삽자루에게 십시일반 보은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삽자루의 아내 임 아무개 씨와 연락이 닿았고 삽자루 근황을 접할 수 있었다. 임 씨는 ‘삽자루가 어려운 고비를 넘겼고 현재 조금씩 좋아지는 상태’라고 말했다. 책도 읽고 인지 능력도 좋고 말도 자유롭지만 뇌출혈 후유증으로 한 쪽이 마비가 되는 편마비가 온 상태라고 한다. 특히 삽자루는 현재 자신의 힘으로는 3걸음 정도 걷는 게 한계라고 전했다. 임 씨는 ‘삽자루는 세간의 생각과 달리 스트레스보다는 믿었던 회사 대표에게 당한 배신 때문에 쓰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씨는 자신을 아내라는 호칭 대신 ‘전우’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지금까지 각종 소송을 같이 싸워왔기 때문에 전우가 아내보다는 더 정확한 호칭이라고 했다. 임 씨는 “결혼 생활 내내 그는 새벽에도 뭔가 생각나면 곧장 노트북을 펼 정도로 일에 매몰돼 있었다. 역설적으로 지금이 처음 누려보는 휴식기다. 비록 아프지만 아무런 책임도 주어지지 않은 지금이 남편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인 듯 하다”라고 설명했다.
임 씨는 치료와 관련해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큰 도움을 줬다고 전한다. 삽자루가 쓰러져 학원가에서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했는데 발 벗고 나서준 이가 손 회장이었다는 것이다. 임 씨는 “손 회장이 병원도 알아봐주고 삽자루 수학학원도 인수해줬다. 메가스터디가 인수할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학원을 인수해 준 건 그 돈으로 병원비에 보태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정지웅 씨도 “삽자루와 손 회장은 구원이 있다. 갈등도 크게 겪은 바 있다. 그런데도 삽자루가 쓰러진 상황을 보자마자 손 회장이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동업자 정신이자 업계의 큰 어른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삽자루 유튜브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에는 삽자루를 응원하는 댓글이 많다. 사진=삽자루 유튜브 채널 캡처
현재 삽자루는 계약해지 손해배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진 상태인 데다 뇌출혈로 인한 치료비도 매우 비싸다고 한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 얘기되는 모금 운동에는 부정적 견해를 비쳤다. 임 씨는 “모금 운동 같은 건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삽자루를 잘 아는 한 강사도 “삽자루가 고집 있는 사람이라 아무리 어려워도 그런 걸 받을 사람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삽자루 주변에서는 그가 이렇게까지 댓글 조작을 파헤치는 데 나서게 된 계기도 이런 성격과 주변의 압박이 가장 컸다고 말한다. 임 씨도 “삽자루가 충분히 알렸으니 손을 떼고 싶어도 주변에서 ‘저도 댓글 조작에 당했다’며 찾아와서 호소했다. 많은 분들이 ‘선생님 훌륭해요’라는 말도 나중엔 부담감이 됐고 옥죄어오는 무언가였다”고 덧붙였다.
삽자루는 박광일 씨 구속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전혀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임 씨는 “남편은 ‘다른 사람은 집행유예 받았는데 박광일 씨가 구속까지는 아닌데’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걱정하는 분들에게 소식을 전하고도 싶지만 이제는 잊히고 싶다는 게 삽자루의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자신을 소환하지 말아달라는 말도 남겼다. 마지막으로 삽자루가 제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삽자루는 “나를 잊고 각자의 인생을 영리하고 행복하게 살아라”라면서 “나처럼 살지마”라고 제자들에게 당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