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수사팀 등 징계성 발령 없이 ‘무난’…신임 장관이 추가 인사 가능성
추미애 법무부 장관 검찰 인사를 단행했지만 예상과 달리 인사는 평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권고 받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힘 빠진 추미애 장관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는 평이 나온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등검찰청 검사급 검사 11명과 일반검사 531명 등 542명에 대한 인사를 2월 1일자로 단행했는데, 딱 법무부가 밝힌 그대로의 인사였다. 형사부 우대 원칙을 적용해 전국 검찰청 내 우수 형사부 검사를 발탁했다. 법무부는 “기관장이 추천하는 우수 검사와 대검이 선정한 모범검사 등 현장의 평가를 인사에 실질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선정한 우수검사 5명도 희망지에 발령을 냈다.
가장 관심이 모였던 대전지검 형사5부(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팀)도 무난한 인사 교체만 이뤄졌다. 수석 김수민 검사와 부수석 김형원 검사가 각각 서울서부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전보됐지만, 이는 모범 검사 선정자와 해외 파견자로 인한 변동이었다. 이미 인사 대상이었고, 좌천성 인사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 밖에 옵티머스 사태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평검사들과 라임 펀드 환매 중단 관련 남부지검 형사6부 평검사들은 모두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채널A 사건 수사팀에 파견됐다가 수사 방향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천재인 서울중앙지검 검사(39기)와 한동훈 검사장의 압수수색 현장에 나갔다가 정진웅 당시 부장검사의 제압 과정을 서울고검 감찰부에 진술한 장태형 검사(39기)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으로 전보됐지만, 두 사람 모두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 전입해 자리 이동 대상이었기에 좌천으로 볼 수 없었다는 평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논란으로 수사를 앞두고 있는 이규원 검사(36기) 역시 공정거래위원회 파견직을 유지하게 됐다. 그는 2020년 8월 단행된 인사에서 공정위에 파견돼 애초 이동 대상이 아니었다.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의 힘이 빠진 상태이다 보니 인사가 대검과의 협의 하에 무난하게 이뤄졌다”며 “다만 박범계 후보자가 새로 장관이 되면 다시 간부급 인사와 함께 소규모의 추가 인사는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힘을 실어주는 듯 말했지만 검찰이 여전히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에서는 ‘발언 시점이 늦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사진=이종현 기자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보다는 윤석열 총장의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검찰 개혁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벌어졌던 데 대해 송구하다”며 사과를 했다. 이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옷을 벗었지만, 윤 총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힘을 실어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며 윤 총장에게 신뢰를 표현했다.
한 간부급 검사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추 장관보다는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언론에서는 얘기하지만, 이는 징계 과정이나 그동안 위법적 요소가 다분했던 각종 조치·인사들에 대해 대통령은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들려 아쉬웠다”며 “차라리 징계를 추진 중이던 시점에 비공식적으로라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덜 혼란스럽지 않았겠느냐”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 “오랫동안 이어졌던 검찰과 경찰과의 여러 가지 관계라든지 검찰의 수사 관행과 문화 이런 걸 다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점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 관점이나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보다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검찰 개혁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진단함과 동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제 더 이상 사안이 커지지 않기를 원한다는 게 분명한 메시지인데, 이를 검찰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