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이 40세 ‘에이징 커브’ 확연…롯데, 유망주와 터줏대감 사이 ‘장고중’
이대호는 FA 계약을 앞두고 선수협 판공비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여전히 미계약자로 남아 있는 5명 중 눈에 띄는 이름은 이대호다. ‘조선의 4번타자’로 불리는 이대호는 불과 얼마 전까지 무조건 붙잡아야 하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40세가 된 시즌에 앞서 선언한 FA, 시장에서는 별 반응이 없고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마저 재계약에 미온적인 듯하다. 2020년 11월 29일 개장 이후 50일이 넘도록 이대호의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 KBO리그로 복귀한 2017년 이후 4년간 565경기에서 타율 0.308, 107홈런, 4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9를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리그 10위권을 오가는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다. OPS도 리그 20위 이내 기록이다.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구단으로선 만족하기 쉽지 않은 성적이다. 이대호이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2017시즌 복귀 당시 4년 총액 15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KBO리그 역대 최고 금액 계약이었다. 1년 연봉만 25억 원에 달했다. 투입된 비용을 감안하면 구단으로선 아쉬운 성적이었다. 2017시즌(0.320)과 2018시즌(0.333) 3할대 타율을 기록한 반면 이후 2년간 2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롯데와 국가대표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숱한 기록을 쏟아낸 이대호지만 그 역시 세월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FA 계약기간 4년 중 첫 2시즌에 비해 지난 2시즌은 내리막길 모습을 보였다. 4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2020시즌 이대호는 144경기 전경기에 나서 타율 0.292(28위), 20홈런(18위), 110타점 OPS 0.806(32위)을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53명임을 감안하면 평균 이상의 기록이지만 이대호가 주로 나선 건 지명타자여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프로야구는 정해진 지명타자 없이 선수들을 돌아가며 활용하는 것이 트렌드다. 장기레이스에서 선수들에게 차례로 수비를 면제해주며 체력을 안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KBO 규정타석인 446타석을 채운 지명타자 6명 중 타자의 생산성을 의미하는 스탯인 wRC+(조정 득점 창출력) 105.8(스탯티즈 기준)을 기록했다. 리그 평균에 비해 5.8%의 추가적인 득점을 생산했다는 의미다. 리그 내 지명타자 중 최고 wRC+를 기록한 타자는 KIA 타이거즈 최형우(168.4)였으며 NC 다이노스 나성범(152.2), 두산 베어스 페르난데스(146.5), 삼성 라이온즈 김동엽(122.8), 키움 히어로즈 서건창(112.0) 모두 이대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2020시즌 여름철에 특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 팀의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이대호는 지난 시즌 롯데의 순위 싸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해 비난을 받았다. 지난 시즌 롯데의 최종 성적은 71승 72패 1무 승률 0.497로 7위였다. 개막 직후 한때 선두권 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내 내리막길을 걸었다. 6월 한때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에 들기도 했지만 7월부터 5위권 밖을 전전했다.
롯데 성적의 등락은 이대호의 기록과 함께했다. 이대호는 개막 직후인 5월 한 달간 타율 0.349로 고감도 타율을 자랑했다. 이후 6월에는 타율이 0.276으로 급락했지만 홈런 8개를 만드는 생산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7월로 접어들며 성적이 급락했다. 7월 2개, 8월 3개로 홈런 수가 줄었으며 6월 0.956을 기록했던 OPS는 7월 0.791, 8월 0.678로 줄었다. 동시에 롯데의 순위도 떨어졌다. 이대호는 팀 순위 반전을 만들기 어려워진 10월이 돼서야 타율 3할(0.333)에 복귀했고 홈런 5개를 쳐냈다. 팀이 필요한 순간에 힘을 내주지 못한 셈.
이대호의 나이도 롯데로선 부담이다. 1982년생 이대호는 올해 한국 나이로 40세가 됐다. ‘에이징 커브’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연령이다. 한때 한국 야구를 이끌던 1982년생 동갑내기들은 2021시즌을 앞두고 신상에 대거 변화가 있었다. 정근우 김태균 채태인 등은 정든 운동장을 떠났다. 김태균은 “친구들의 머리가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오승환만 그라운드에 남아 2021시즌을 기약하고 있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의 존재도 이대호 재계약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롯데 내야에는 리그 4년차를 맞은 기대주 한동희가 존재한다. 같은 부산 출신으로 이대호의 경남고 후배이기도 한 한동희는 3년차인 2020시즌, 135경기에 나서 홈런 17개를 만들어내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성민규 단장 취임 이후 롯데는 FA 계약(안치홍 전준우)에서 ‘합리적 선택’ 기조를 이어왔다는 점도 이대호에겐 불리한 대목이다. 언론 인터뷰 등 외부 활동에 적극적인 성 단장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계약에 대해 ‘노코멘트’로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롯데가 이대호의 손을 다시 한 번 잡는 데 부정적 이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대호는 여전히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또 부산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야구계는 이대호의 2017시즌 복귀 이후 롯데의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 효과’를 짚기도 했다. 롯데는 이대호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톡톡히 효과를 봤다.
국내 무대에선 롯데 한 팀에서만 활약한 이대호가 과연 다시 롯데와 손을 잡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대호가 KBO리그에서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는 사람도 많다. 협상 과정이 길어지고 있어 팬들의 마음을 애타게 만들고 있어 장고를 거듭 중인 이대호와 롯데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