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 교육 제안에 “시대착오” 비판…설문조사에선 ‘남자다움 필요’ 답변 우세
중국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대화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현지 언론인 제공
하얼빈 전기그룹유한공사 당서기이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인 스저프는 2020년 5월 22일 정협 전국위원회에서 “중국 남자 청소년들은 유약하고, 열등감에 빠져 있으며 비겁한 면모를 갖고 있다”면서 “마치 아이돌 같은 남자아이들이 여성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청소년들의 여성화 추세를 효과적인 통제하지 못할 경우 중화민족의 발전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스저프는 이런 내용을 담은 ‘남성 청소년 여성화 방지 제안’을 교육부로 보냈다.
스저프는 남자 청소년의 ‘여성화’는 한자녀 정책으로 인한 사회현상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구체적인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유치원과 초등학교 선생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연예인의 영향이다. 아이들은 ‘전투영웅’보다는 마치 아이돌처럼 잘 꾸민 연예인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론 아이들이 출생 후 고등학생까지 주로 어머니와 외할머니 손에 길러지면서 ‘남성다움’을 잃는다고 봤다.
스저프는 남자 청소년들의 여성화가 민족의 흥망성쇠와 직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남성 교사를 대폭 늘리자고 했다. 특히 체육교사 유치원과 초중고 체육을 강화하고, 남성 체육교사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가들이 지나친 모계화에 따른 부작용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스저프 제안을 받은 교육부는 1월 28일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회답을 올렸다. 첫째 학생들의 ‘남성다운 기질’을 배양시키기 위해 역량 있는 체육교사를 배치한다. 둘째 학교 체육 제도를 대폭 강화한다. 셋째 전국 초중고교 건강교육 지도위원회를 구성한다. 넷째 (남성 청소년의 여성화) 관련 문제에 대한 연구를 확대한다.
이 발표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은 “도대체 남성성이 무엇이냐”면서 “아직도 여성을 남성 아래로 보는 전근대적인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조치” “고리타분한 남아선호사상”이라고 질타했다. 중국청소년연구센터 청소년 연구소 소장 덩쉬취안은 “발제부터 문제가 있다. 남자다움을 왜 논하는 것인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성스러워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여군은 남성인가. 남성 간호사는 여성인가.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나도 여성이긴 하지만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이 성차별적이라기보다는 성장기 어린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면서 “성별에 대한 우려보다는 가벼워 보이는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 마마보이, 노령화 등 현상 등이 모두 반영된 청소년의 독립성 결여에 대한 우려라고 보인다”고 했다. 인터넷상에선 “(중국 청소년들은) 한국 드라마부터 끊어라”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중국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현지 언론인 제공
전문가들도 가세했다. 공영 언론과 교수들은 교육부 발표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수도사범대 교육대 리원다오 부교수는 “남자 청소년의 여성화는 정말 문제”라면서 “남성은 응당 체격이 건장해야 한다. 부드러움은 남성의 특징이 아니다. 우리는 가정을 꾸려나갈 때 아버지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더욱 강조해 남성의 기질을 기르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중국교육과학연구원 추자오후이 연구원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고 보탰다.
언론엔 2019년 칭화대 체육부 장신구이 교수가 발표한 논문 ‘스포츠 강의가 어떻게 여성성을 양성하는지에 관한 시론’이 소개되기도 했다. 장신구이 교수는 “현재 캠퍼스에 있는 남자들은 대부분 여성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일처리가 위축되고 의존적이며, 성격이 조용하고 모험과 용감함, 탐구정신과 자신감 부족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징들은 창의력을 갖춘 미래 인재를 키우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썼다.
2018년 항저우 소재 징위안중학교가 암벽등반 수업을 개설해 인기를 끈 사례도 거론됐다. 징위안중학교 교장은 “지금은 남자아이들이 너무 문약해 남성다운 운동이 필요하다. 여학생도 용감하고 굳센 품성을 키워주고 칼슘을 보충해줘야 한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사나이를 찾는 수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남학생들이 성장하길 바란다. 강한 남아를 가질 수 있도록 에너지를 충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 우리쥐엔은 “심리학적으로 너무 남성성을 강조하게 되면 오히려 남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남성에게 감정을 억누르게 하고 강인함, 폭력성 등 강한 남성성 기질을 표출하라고 한다면 이런 교육방식은 오히려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베이징대 중문학과 한 교수도 “오랜 남녀평등 등의 추구와 쟁취를 통해 남녀 양성이 더 많은 이해와 포용력을 보이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며 “남자가 자상하고 섬세한 표현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쁜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또 여성의 기질에 대해서도 매우 다양하다. 정형화된 기질을 요구하는 것은 날카로운 비판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저명한 교육학자인 21세기교육연구원 슝빙치 부원장도 “남성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전체 중국학생들에게서 보이는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방송국 봉황망이 1월 29일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결과도 흥미를 모았다. ‘남자 청소년의 남자다움이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에 64.23%(28만 4487표)가 ‘네’라고 답했다. ‘아니오’는 35.77%(15만 8459표)였다. ‘남성은 남성다움이 필요하다고 하는 게 성차별적입니까’라는 질문엔 46.05%(20만 2328표)가 ‘네’라고 했고, 53.95%(23만 7020표)가 ‘아니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의 ‘이성화’ 현상이 고쳐져야 하냐는 질문에는 53.49%(23만 3282표)가 ‘네’라고 했다. ‘아니오’는 29.92%(13만 494표),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16.58%(7만 2310표)였다.
중국=배경화 언론인